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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 Sep 20. 2021

시선의 끝에서 (1)

내 방의 주인님, 고양이 치치


복 슬한 털을 만지면서,

따듯한 온기를 마주하면서,

내 방의 작은 주인님, 치치.




날씨가 시원해지던 때였다. 가을을 넘어 겨울로 향하는 시기에 나는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새로운 신곡 발표를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나는 경기도에 사는 데다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로 이동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 남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스케줄을 잡고, 녹음을 하고, 촬영을 하곤 했다.


내가 사는 곳은 학교 앞 원룸촌이었는데 , 원룸 촌의 거리거리마다 있는 편의점을 필두로 단지가 3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런 우리의 단지들에서 가장 쉽게 마주 할 수 있는 것은 고양이였다. 각 단지를 대표하는 대장 고양이, 그들의 새끼 고양이, 잠시 먹이를 얻으러 온 고양이들 까지, 수많은 고양이들이 우리의 집 주변에 모여 살았다. 학교를 오기 전까지 나는 그들의 눈과 곁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었는데, 가끔씩 마주하는 그들의 눈속에서 나는 단단함과 고단함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그 후로 나는 그 속에서 나는 자주 헤엄쳤다. 그 깊고 깊은 눈동자 속에서. 거창한 말들로 치장 된 듯 하지만, 사실 그냥 바라보게 되었다는 게 정확한 것 같다. 나는 무언가를 그냥 멍하게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타겟이 고양이가 된 것이다. 그들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으니, 그들의 매력이 더욱 크게 보였다. 복 슬한 털과 따듯한 온기, 큰 까탈스러움.. 아주 순수한 존재인 그들이 신기하고, 귀여웠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자주 유튜브에 그들을 검색해 보곤 했다. 온라인 집사를 자처하였던 것 같다. 또한 가끔씩 주민들께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밥과 물을 챙겨주곤 했다. 여름엔 너무 더우니까, 겨울엔 너무 추우니까. 그저 그들이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어쩌면 나만의 이기적인 마음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마음으로 그들을 신경 쓰고 있었다. ( 우리 단지는 고양이들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 말고도 많은 분들이 밥을 주시곤 했다.)


그렇게 바쁜 생활을 보내던 중, 갑자기 고양이를 맡아 줄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 갑자기 무슨 고양이? "


친한 언니의 단골 햄버거 가게가 있는데, 그 햄버거 가게에 갑자기 고양이가 들이닥친 것이었다. 갑자기 들어온 그 고양이가 나가지도 않고 반나절 동안을 그 가게에서 머물렀던 것이다. 그 언니는 이미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상태라 임시 보호를 하기 힘든 상태였고, 햄버거 가게의 아주머니 역시 고양이 2마리를 기르고 있는 집사 셨기에, 딱히 고양이를 맡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어디에 전화를 해야 할지 발을 동동 굴리다. 내가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고 ( 나는 본가에서 15년째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다 ) , 온라인 집사 생활을 착실히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고양이가 내 삶에 굴러들어 온다면..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는 것. 등등을 추합 하여 내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고양이. 입으로 한번 소리 내 불러보는 고양이라는 단어. 생명.  내가 이 아이를 책임질 수 있을까?


수많은 생각 속에서 사진으로 받아본 그 아이는 정말 너무 예뻤고,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알량한 생각과 함께. 그 아이를 맡기로 결정을 했다.


나의 생에 처음으로 뛰어 들어온 생명이었다. 오롯이 나의 책임과 , 나의 온기를 필요로 할 아이.

집을 나와 홀로 살고 있었기에, 가족과 함께 키워냈던 멍멍이와는 차원이 다른 책임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을 이미 직감 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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