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가로지르며 가을이 온다.
서늘한 아침 공기 사이로 들리는 소리
토 도도 독
요즘의 하늘은 재미가 있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하늘이 여러 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때문입니다. 아침 서늘한 공기에 눈을 뜨면, 오늘은 비가 올지 해가 뜰지 생각하는 것이 퍽 재미있습니다. 물론 일이 있어 집 밖으로 나가는 날에는 ' 비가 오지 않기를 ' 하고 속으로 바라기도 하지만. 사실 비가 와도 나는 같은 기분일 것입니다.
가을은 향기가 있는 계절이니까요. 어제는 엄마와 밥을 먹는데, 엄마가 창밖으로 가득한 나무를 바라보며 단풍이 오고 있다고 말했어요. 초록잎 사이로 노란빛이 돈다고, 단풍이 오고 있다고. 근데 저는 전혀 모르겠더군요. 저 파란 잎들 사이 노란 잎이 어디 있다는 건지 , 외지인은 알 수 없는 변화가 있었을 것입니다. 오랜만인 나는 알 수 없는 변화. 그 주변을 자주 살펴본 엄마의 특권이지요.
제가 사는 방에도 커다란 창문이 있습니다. 저희 건물의 앞 뒤로 또 다른 건물들이 자리한 탓에 창문에는 나무가 보이긴 커녕 해도 잘 들지 않습니다. 겨울엔 정말로 해가 들지 않아 더욱 추운 제 방에 , 해가 드는 때는 몇 없습니다. 그중 여름에서 가을로 가고 있는 지금 , 아침이 오면 조그마한 빛이 깃듭니다. 덕분에 제 방에 사는 고양이는 요즘 햇볕을 맘껏 쐽니다. 여름, 11월에 와 여름을 함께 맞은 적 없던 치치는 올해 처음 경험한 무더위에 창가 자리에 잘 앉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늘한 바람이 부는 지금은 창가에서 잠을 자고, 반나절 내내 바깥 구경을 하곤 합니다. 밖을 내다보는 눈이 반짝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 무엇을 보는지 다 보일 만큼 열심히 밖을 쳐다봅니다. 무언가에 몰두 한 모든 존재들은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런 모습이 있겠지요? 추워지면 왜 이렇게 벌거벗은 기분이 되는 것인지, 자꾸만 제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질척거리게 됩니다. 계절보다 한걸음 앞서 오는 저의 불안이 벌써 와있는 것을 보니, 가을입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