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hrjung Oct 22. 2023

독일 다음은 어디?

지금은 독일에서 살고 있습니다만

베를린 집 앞 공원

독일에서 사는 건 나쁘지 않다. 특히 베를린에는 수많은 문화가 섞여 있고 녹음도 많고 내가 무얼 입고 무얼 하고 다니든지 말든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모든 게 독일어고 많은 것들이 느려 어려움이 있지만, 독일어 행정 처리 업무야 어쩌다 가끔씩 있는 일이고 모든 업무가 느리게 흘러가는 건 이미 받아들인 지 오래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여전히 이방인이다. 독일에 세금을 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1일뿐이다.


한국에 살고 있었을 때는, 내가 비록 대한민국인이라는 시민권을 갖고 있을지라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가 나 스스로를 이방인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느낄 바에야 외국에서 대놓고 이방인으로 느껴지는 게 낫겠다 싶어서 외국행을 결정했다.


외국에서의 삶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다 보니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물론 함께 사는 가족이나 애인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계속 독일에서 살아야 할 이유. 그 이유는 찾지 못했다.


우선 한국에서 너무 멀다. 심지어 베를린과 서울 사이에는 직항도 없다. 나이 들어가시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한국에서 좀 더 가까운 나라, 혹은 직항이라도 있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두 번째. 독일어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회사에서도 영어만 쓰고 친구들 대부분도 비독일인지라 독일어를 쓸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행정 처리 업무는 여전히 독일어로 해야 하고, 영화를 보려고 해도 독일어 자막이라 쉽지가 않다. 책을 선택하는 것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 물론 요즘 세상에는 e book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종이책을 선호한다 -. 결국 이곳에서 오래 살려면 독일어를 잘해야 할 텐데, 독일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확답할 수가 없다.


세 번째. 세금을 너무 많이 내야 한다. 독일에서 평생 살 지 모르겠는데 이 나라에 너무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게 과연 맞나 싶다. 40%에 가까운 금액이 세금으로 나가는 바람에 모이는 돈이 그다지 많지 않다.


네 번째. 독일에서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 가야 하지? 싱가포르? 하지만 나는 덥고 습한 나라는 별로인 데다 워라밸이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보다 가깝고 직항이 있는 유럽국가? 그렇다면 핀란드?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다시 0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아찔해진다. 비자문제, 집 구하기, 보험, 언어 기타 등등.

언어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는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영어권 국가는 왠지 모르게 꺼려진다. 그 나라를 선택하면 정말 그 나라에서만 살아야 할 것 같달까. 유럽은 나중에 EU 영주권을 신청하게 되면 다른 유럽 국가에서 살 수 있는 자유가 생기니 말이다.


몇 년 전에는 독일에 꼭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독일로 오게 되었고, 그에 따른 직장을 선택하고, 기타 다른 것들을 선택해 왔다. 그런데 독일 이후로 살게 될 나라를 선택한다는 건 어쩌면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그것에 따라올 부차적인 결과 중 하나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다음 계획은 무엇일까?

                     

이전 11화 다음 회사의 조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