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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rjung Oct 22. 2023

다음 회사의 조건

그래도 꼭 다시 다녀야만 한다면?

아무리 내가 개발일이 싫다고 한들 당장에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닥쳐온다면, 배운 게 개발질이라고 나는 다시 회사일을 시작해야 할 거다.

그때를 대비해(?) 내가 다니고 싶은 다음 회사의 조건을 정리해 보았다.


쉬는 게 제일 좋아

1. 한국에서 재택근무가 최소 이 개월 가능

: 최근까지 다니던 회사에서는 매니저가 독일 밖 국가에서 최대 일 개월만 지낼 수 있게 허락했다. 그래서 나는 보통 한국에 방문할 때면 이 주 재택 + 이 주 휴가 이런 식으로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기도 하고 독일과 한국을 왕복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한국에 한 번 갈 때면 최소 이 개월은 있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매니저가 허락해주지 않았다.


2. 주 4일 근무

: 네덜란드에 있는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이미 주 4일 근무를 시행 중이다. 독일 회사 몇몇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예를 들면 내가 퇴사를 결심했을 때도 매니저가 주 4일 근무 혹은 주 3일 근무로 계약서를 바꾸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었다. 주변의 몇몇 동료들은 이미 주 4일 근무를 시작했는데 삶이 훨씬 더 윤택해졌다고 했다.


3. 완전 재택근무 (full remote working) 또는 hybrid  재택근무 (예를 들면, 주 1회 사무실 출근)

: 회사에 가서 일하는 게 내게 생각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와 스트레스를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완전 재택근무나 hybrid 형식의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 특히 완전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면 근교 도시로 이사를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내에서 비싼 월세를 내면서 자그마한 집에 살기보다는 말이다....


4. 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

: 신기하게도 일했던 회사마다 워라밸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어쩌면 회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복이 터진 내 문제이거나 바쁜 팀에 자꾸 들어가게 되는 내 운명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5. 좋은 사람들

:  두 말하면 잔소리다.


6. 의미 있는 일

: 더 이상 신발이 몇 켤레 팔렸는지, 옷이 몇 벌 팔렸는지 알고 싶지 않다. 조금이라도 개인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 예를 들면 대체 에너지 회사라든가 교육 관련 플랫폼이라든가 책 관련 콘텐츠 플랫폼이라든가 -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7. 일 년에 30일 이상 휴가 또는 무제한 휴가 (unlimited vacation)

: 최근까지 일했던 회사는 2022년부터 무제한 휴가 정책을 시행했다. 팀원끼리 일정을 조율해서 원할 때마다 휴가를 쓸 수 있었는데 작년에 나는 서른 개가 넘는 휴가를 사용했다. 우선 계약서에 명시된 기본 휴가일수는 꼭 써야 했고 그 이상으로 발생하는 휴가 일수는 팀원, 매니저와 상의 후 사용할 수 있었다.

일이 벅찼던 작년, 무제한 휴가 정책은 내가 병가를 쓰지 않고도 계속 회사를 다닐 수 있는 데 꽤 큰 힘이 되었다.

* 독일은 법정 공휴일이 주마다 다르고 게다가 그날이 한국 대비 굉장히 적어서 (2023년 베를린 법정 공휴일 : 10일) 넉넉한 휴가 일수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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