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과 불황의 반복 속에서
반도체 산업은 늘 “파도”처럼 움직인다.
3~4년 단위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전형적인 싸이클(cycle) 산업이다.
호황기에는 스마트폰, PC, 서버, 전기차 등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다.
기업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대규모로 설비투자에 나선다.
생산은 급증하고, 가격은 상승하며,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과잉”이다.
기업들이 앞다투어 공장을 짓고 생산량을 늘리면,
어느 순간 수요를 초과한다.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가격은 무너진다.
호황을 구가하던 기업들은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선다.
그러나 이 또한 싸이클의 일부다.
수요가 회복되고,
기업들이 공급을 조절하면서 다시 균형을 맞춘다.
1. 2017~2018년 슈퍼사이클
스마트폰 보급과 클라우드 서버 투자로 메모리 가격이 치솟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2. 2019년 불황기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메모리 가격이 급락,
반도체 업계 전반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
3. 2020~2021년 코로나 이후
언택트 수요(노트북, 서버, 스마트 기기) 폭발과 공급망 혼란으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이때는 “반도체 쇼티지”라는 단어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4. 2022년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와 IT 수요 감소로 또다시 불황에 빠졌고,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AI의 부상과 함께 2023~2024년부터 회복 기대감이 다시 살아났다.
투자자는 늘 싸이클을 앞서간다.
실적이 좋아지기 전부터 주가는 오르고,
실적이 정점을 찍을 무렵에는 이미 하락을 준비한다.
따라서 반도체 투자자라면
“지금 싸이클이 어디쯤인가?”를 가늠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메모리 3사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AI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수요가 폭발했고,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더해졌다.
과거처럼 단순한 재고 조정 반등이 아니라,
“AI라는 구조적 성장”이 붙은 장세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도 있다.
AI 수요가 실제 매출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나 공급 과잉 우려는 여전히 잠재되어 있다.
반도체 싸이클은 끝없는 파도다.
오를 때는 누구나 즐겁지만,
내릴 때는 견디기 어렵다.
그러나 싸이클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투자자는 불황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호황은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언제 들어가고 언제 나올 것인가”를 판단하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