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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규리 Oct 30. 2024

압축된 감정

예상치 못하게 나오는 덩어리

압축된 감정


최규리




  너는 튜브를 짠다 


  거대한 딸기잼을 식빵 위에 바른다. 끈적이는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 꽃을 실현하려는 아침. 창문을 흔든다.

  살짝만 눌러도 예상치 못하게 나오는 덩어리


  끝에서 누르다가, 다시 앞에서 누르다가, 뭉툭해지고 찌그러지는 치약 

  매끄럽게 다독이는 일은 손이 많이 간다


  귀찮은 일은 튜브 속에 가두자고 했다

  목적지는 입구와 출구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쉬워 보인다고 했다. 단순하다고 한다. 뚜껑 하나로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오직 끈적하고 뭉쳐진 소스들 


  양념치킨을 싫어하는 나에게 치킨스톡을 건네고 너는 흐뭇해한다. 찹쌀 탕수육에는 제발 소스를 붇지 말아줘


  엎지르지 않아도 예상치 못하게 나오는 덩어리. 물로 씻어 낼 수 있는 것은 다행이다.

  진공 상태의 튜브 속으로


  철 지난 옷들을 넣고 바람을 뺀다. 힘을 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겹쳐지고 얇아진다. 


  너는 바삭한 공기층을 가진다. 철 지난 꽃들이 핀다. 느닷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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