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 특유의 해맑음이나 철없음이 없다는 것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약간 안쓰러운 일이었나 보다.
6학년 때 선생님이 한 학기 동안 학급임원을 해준 친구들에게 수고했다고 책선물을 해주셨는데 다른 아이들에게는 모두 그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책인 [논리야, 놀자]를 선물하셨는데 나에게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선물하셨다. 너에게는 이 책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주셨던 기억도 난다.
실제로 나는 그 당시에 슬프고 우울한 책들에 빠져있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아르튀르 랭보 시집] 같은 책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신경 쓰며 사느라 챙기지 못한 나의 마음을 나는 이런 슬픈 책들을 읽으며 위안받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