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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오래된 것이 좋아

by 앤노트

[나는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이라 그런 일은 못할 것 같아]

[그런 말 하지 마. 너 배려심 많은 사람이야]


오랜 친구가 그렇게 말해주니 내심 고마웠다.

요즘엔 그렇지 못하지만 사실 나는 오랫동안 늘 남의 마음을 신경 쓰며 사는 사람이었다.

부모님이나 친척분들은 내가 너무 성숙해서 애늙은이 같다고 걱정된다고 하셨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부모님께 뭘 하고 싶다거나 사달라고 졸라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린아이 특유의 해맑음이나 철없음이 없다는 것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약간 안쓰러운 일이었나 보다.

6학년 때 선생님이 한 학기 동안 학급임원을 해준 친구들에게 수고했다고 책선물을 해주셨는데 다른 아이들에게는 모두 그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책인 [논리야, 놀자]를 선물하셨는데 나에게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선물하셨다. 너에게는 이 책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주셨던 기억도 난다.

실제로 나는 그 당시에 슬프고 우울한 책들에 빠져있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아르튀르 랭보 시집] 같은 책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신경 쓰며 사느라 챙기지 못한 나의 마음을 나는 이런 슬픈 책들을 읽으며 위안받았던 것 같다.


이제는 읽지 않지만 한때는 너무 소중했던 나의 오래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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