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되니 무더운 날씨가 시작되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추위를 느껴 그늘보다는 해를 받고 싶었는데, 이제는 '태양을 피하고 싶어' 지는 날씨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여름이 되면 초복, 중복, 말복을 만들어 축축 쳐지는 기운 없는 몸을 보양한다. 생리적으로 겨울에는 몸에 지방을 많이 축적하여 추위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뭐든 먹고 싶어 지는 것이고, 여름에는 지방이 많으면 더위를 나는데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입맛이 없어진다고들 한다. (나는 사실 여름이라고 딱히 입맛이 없지는 않다.)
여름에는 '이열치열'라고 더 따뜻한 음식을 먹어서 원기를 보충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복날에 먹는 음식에는 삼계탕이 있다. 또 여름에는 매운 음식을 많이 먹는다. 비빔냉면, 비빔면을 시작으로 입맛이 없으면 물에 말아 청양고추를 먹기도 한다. 몸에 열을 배출하기 위한 것인지, 매운 것을 먹어 입맛을 돋우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름에는 겨울보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경상도에는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 먹는 '고춧물'이라는 반찬이 있다. 매운 고추를 다지고, 멸치를 잘게 찢거나 다져서 마늘과 멸치액젓 등 양념을 넣고 국물이 자작하게 끓이는 반찬이다. 여름에는 이 반찬 하나만 있어도 밥을 먹을 수 있다. 나는 밥과 함께 김에 싸 먹는 것을 좋아한다. 단무지만 있어도 간단한 김밥이 되기도 한다.
짭조름하고 매콤한 향이 순식간에 입안에 퍼진다. 매운맛 때문에 입맛이 살아난다. 축축 처져 있던 뭄에 열이 돌면서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왼: 밥과 함께 먹는 고춧물. 사실 고추와 멸치를 좀 더 잘게 다져야 하고 국물도 자작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고춧물인데, 잘못만든것 같다. 오; 그래도 맛있다. 김에 싸먹는다.
경상남도 진주에는 고춧물을 응용한 요리가 있다. 바로 땡초김밥이다.(땡초는 부산 경남 사투리로 아주 매운 청양고추를 뜻한다.) 나도 진주에서 처음 먹어봤다. 정말 깨알 같은 채소들이 밥사이에 콕콕 박혀있고 밥과 깨알 같은 채소들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김밥이다. 매운 것을 꽤 잘 먹는 편이지만 너무 매워서 나에게는 3알이 한계이다. 그 이상을 먹으면 위에 구멍이 날 것 같아서 참아야 한다. 김밥 한 알을 먹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화재를 진입할 수 있는 여러 장비들, 물, 우유, 맨밥, 쿨피스 등을 준비를 한 다음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한 알을 먹는다. 정말 너무너무 맵다. 불닭볶음면 보다 더, 매운맛 끝판왕이다. 하지만 이런 맛에 중독되는 것이다.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또 사 먹게 된다. 우리 동네 땡초김밥집은 늘 바쁘다. 이게 무슨 맛이라고, 다들 중독이 되어 찾고 있나.
진주 땡초김밥. 다음부터는 한 줄만 사기로 다짐한다
더울 때, 스트레스받을 때, 우울할 때는 매운 것을 먹고 땀도 흘리고, 울기도 하고, 몸에 도는 에너지를 모아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입맛 없을 때는 입맛을 올려주는 음식을 먹고 밥심으로 살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