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코파이 Dec 05. 2023

관심은 받고 싶지만 신경은 꺼줄래?

고슴도치 쓰다듬기

나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받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 학생들 말로 관종(관심종자)이라고도 한다. 초등학교 때도 그랬고,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도 그랬다. 지금도 나는 관심받고 싶은 사람이다.  타인으로부터의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나에게 궁금한 것이 없다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면, 많은 사람들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섬과 같이 내 삶은 외로울 것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서는 생존의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채워지면 다음단계인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고, 함께 공유하고 소속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고등학교 때 나에게 여러 개의 별명이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역마살"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고 쉬는 시간이 되면 전교의 모든 교실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이 붙여 준 별명이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그런 식으로 나의 특별성을 발달시켜 왔다.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특별성, 혹은 차별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뭔가 이상하고 특별해야 한번 더 들여다볼 것이다. 드라마나 멜로소설에서 "내게 이렇게 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처럼 예상을 벗어나야 관심받을 수 있다. 차별성은 모든 영업의 전략이다. 그때는 나도 왜 그런 줄 몰랐지만 나는 관심을 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과 다른 차별성의 전략으로 온 학교를 돌아다니며 다른 친구들이 하지 않는 행동이나 더 과한 행동을 통해 여기저기 나의 존재에 대해 광고를 하고 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연예인이 어느 예능에서 자신은 아무도 자신을 모르고, 돈이 많고 싶다는 소망을 말한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많고, 나를 알고 있다면(그런 경험이 없어서 짐작만 할 뿐이지만), 피곤하고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무단횡단도 함부로 못하게 된다면, 누군가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듯이 들여다본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관심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가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하는가 보다.


사춘기 때는 자신이 너무 특별하다. 나도 내가 초능력 같은 것이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전교생이 나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가 상담하는 학생들도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이 주목받는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데도 말이다. 남의 일은 금방 잊어버리기 마련인데도 말이다. 이 시기에는 모든 사람이 당연히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며, 모두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특별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춘기를 조용히 치렀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분명히.


  물론 자기 자신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존재이다.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기 바란 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자신이 실제로 받는 관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그리고 가까운 사람의 관심일수록 거부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실제로 청소년기 학생들은 가까운 사람, 특히 부모님이 자신에게 관심 갖는 것을 싫어한다. 물론 부모님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잔소리등의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부모님이 자신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것조차 극도로 싫어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 감정에 대해서 이해해 보고 싶다. 나도 뭔가 부모님께는 부끄러웠던 게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긍정적인 응원조차 부담스럽거나 싫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고 하더라도 한순간에 기분이 확 돌변하는 경험도 기억이 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혼자 내버려 두면 외롭기도 하고,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혼자 있기 싫은 기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이 있었다.


"엄마 아빠는 몰라도 돼!", "상관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둬."


  이렇게 부모님들이  섭섭해할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부모님들은 자녀들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그럴수록 가시를 세워 가까이 오지 못하게 방어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받고 싶어 한다. 만약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면, 부모님이랑 찰싹 붙어 있던 찰떡같은 아이는 멀어지고자 하면 가까워지려고 하고, 가까워지려고 하면 멀어지려고 하는 아주 까다롭고, 까칠한 동물(아직 사람이 아니다. 비슷한 표현으로 많은 부모님들이 파충류, 원숭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이 되어있을 것이다.


사랑받기를 원하는 고슴도치는 키우기가 어렵다.

이전 01화 사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