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의 시기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내가 사춘기 때 수업시간에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나오면 나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질풍노도라고 하면 감정이 폭풍처럼 휘몰아쳐야 하는데, 나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감정이 휘몰아친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오면 미친것처럼 감정이 휘몰아쳐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느낌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아직 사춘기가 멀었나 보다 생각하면서 사춘기를 보냈었다.
40대인 사람이 10대인 사춘기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가끔 부럽다. 아이들은 별것도 아닌 것으로, 어른인 내가 볼 때 별로 웃기지 않은 일이지만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일도 엄청 재미있어한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어른들이 10대인 나에게
"나뭇잎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길 나이다. "라고 말하면, 나뭇잎이 굴러가는 상상을 했다. 그럼 너무 웃기다. 나뭇잎이 데굴데굴 굴러가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지금은 나뭇잎 굴러가는 것이 하나도 안 웃긴데, 그때는 정말 웃겼다. 나뭇잎 굴러가는 것만 봐도 크게 웃을 수 있는 그때가 그립고, 그런 것이 웃긴 아이들이 부럽다.
그렇게 사춘기 아이들이 웃기만 한다면 다들 사춘기인 아이들을 보고 동물 같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별것도 아닌 것으로 웃을 수도 있지만 별것도 아닌 것에 화도 내도, 눈물도 흘린다.
나는 상담선생님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나에게 와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많다. 화가 나면 화도 내도, 눈물이 나면 울기도 한다. 화를 내는 것은 아주 사소한 일이다. 아주 화를 많이 내기도 하는데, 그렇게 화를 내는 일은 일주일만 지나도 생각이 잘 안나는 일이 90% 이상이다. 나는 나에게 와서 화를 내는(대부분 종로에서 빰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 여기서 한강은 나이다.) 학생들은 그들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설명한다. 이야기를 잘 듣다 보면 왜 화가 났는지 이해는 된다. 나의 장점은 쉽게 동화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내 판단을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네.' 라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대부분 이야기만 들어줘도 화는 풀린다. 어른들은 만약 약간의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거나, 돌발 상황이 생기면 자신의 감정을 어느 정도 숨기고 대처 행동할 수 있지만 사춘기 아이들은 그게 잘 안된다. 어떻게든 감정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냥 '네"라는 그 짧은 말을 하는데도 자신의 감정을 100% 실어서 말한다. 그 부분에서부터 부모님과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간단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일도 무럭무럭 키워서 오기도 한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잘 운다. 아이들도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며 살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그 앞에서 운다. 자신이 왜 우는지도 모르고 운다. 아이들이 자주 울기 때문에 나는 상담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울일이 참 많구나!'
내가 사춘기였을 때 느낀 것처럼 지금 아이들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자신이 감정이 질풍노도로 흔들리는 것은 아니라고. 자신은 어느 정도 잔잔하게 잘 조절하고 있다고 느끼겠지만 사실은 어른이 되면 느낄 것이다. 어른이 되면 그렇게 재미있는 일도 없고,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니며, 그렇게 울 수도 없다는 것을......
사춘기 아이들이 이렇게 감정을 잘 포장하여 숨기지 못하고, 쉽게 쉽게 드러내며, 웃긴 일, 화나는 일, 울일도 많은 것은 다 전두엽 때문이다. 뇌는 뒤쪽부터 발달하여 전두엽이 가장 늦게 발달한다. 전두엽은 감정을 조절하는 일도 하는데, 그 전두엽이 아직 완성이 되지 않고 아직 공사 중이라 그 전두엽을 잘 활용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조절을 잘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진짜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사춘기 아이들은 학교에서는(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최선의 노력을 한다. 집에서 처럼 그렇게 폭주하지 않는다. 다른 친구들과 비슷하게 반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안심하셔도 된다.(안 그런 아이들도 있기는 하다.) 집에서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마치 원숭이나 파충류나 공룡이나 지능이 없는 아메바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학교에서는 사람구실을 하기 위해 노력하며, 집에서 만큼 망나니 짓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메바 같이 행동하더라도 집단에서 무리들이 함께 똑같은 아메바 행동을 한다면 절대 튀지 않는다. 부모님들은 아셔야 한다. 다른 아이들도 집에서 똑같이 한다는 것을... 우리 집 애가 자신의 방에서 친구랑 전화 통화 할 때는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으며 부모님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미친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다가 집에서 엄마 아빠에게는 "공부 열심히 하고 있니"라고 물었다고 불같이 짜증이나 화를 내기도 했다가 이성친구 때문에 밤새 울고 있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질풍노도의 시기다. 그것은 정상이다. 그러니 집에서 이상해 보인다 하더라도 걱정하지 마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