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엄마! 왜 노래들에 다 사랑이 들어가?"
우리 딸이 물었다.
"그건... 사랑은 인간 본능이기 때문이지. 제일 중요한 게 아닐까?"
올해 20살이 된 학생들과 함께 동전노래방에서 3시간을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다. 나는 매일 아침 조깅을 하며 차트 100에 들어가는 노래를 듣기 때문에 요즘 노래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20살들은 내가 20살 때 부르던 노래들만 불렀다.
"너네가 이런 노래를 어떻게 알아? 너네 태어나기 전 노래야!"
"요즘 노래가 별로라서..."
요즘 노래는 별로가 아니다. 나는 요즘 노래도 좋아한다. 아이돌들의 신나는 템포의 노래도 좋고, 좋은 노래도 많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가슴 아픈 사랑노래가 별로 없다.
사춘기 때는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짝사랑을 하기도 하고, 커플이 되기도 한다. 상담실에 있다가 보면 상담신청을 하러 오면서 부끄러워서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아이들은 대부분 연애상담이다. 누군가를 처음으로 이성적인 감정으로 좋아하게 되고, 얼굴만 봐도 가슴 뛰고,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하루종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이성친구가 없으면 외롭다고 느끼고, 다른 애들이 연애하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고백할까 말까 밤새 고민하고, 헤어져서 너무 슬프고 다시 잡고 싶은데 잡히지 않고, 사랑에 아파하기도 하고,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애가 다른 애한게 관심 있는 걸 알고 좌절하기도 하는 것은 우리 때와 똑같다. 나는 학생들의 연애 상담을 좋아한다. 헤어져서 울든, 너무 설레어서 잠을 못 자든 연애 때문이 고민하는 아이들이 귀엽다.(고등학생들이 귀엽다고 생각될 때가 별로 없다.) 나는 아이들이 하는 첫사랑들을 보면서 자연스러운 인간의 성장이며, 인간사이며, 본능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래도 요즘 아이들의 특징은 연애기간이 좀 짧아지고 아이들은 쿨하다. 나는 여고를 졸업해서 학교에서 연애하는 애들을 많이 보지를 못했지만 대부분 한번 좋아하거나 사귀게 되면 아이들은 오랫동안 좋아했고(최소 1년 이상은 좋아했던 것 같다.) 헤어지고 나더라도 애도기간이 길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나도 만약에 남녀공학을 다녔다면 요즘 아이들처럼 연애하는 커플들을 봤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좁은 학교 안에서(다른 학교로 사귀는 경우도 많지만) 연애하고 싶어 호르몬이 뿜뿜 뿜어져 나오는 사춘기 아이들이 매일매일 만나며 같이 생활을 하는데, 엄마 아빠보다 더 많이 보고, 더 오래 같이 있는데, 모든 레이더 망이 '나도 사랑하고 싶다.'에 꽂혀있을 수밖에 없고, 금방 사랑에 빠지고 금방 사랑이 식을 수밖에 없다. 내 친구의 전 남자 친구, 전 여자 친구가 현 나의 남자 친구, 여자 친구가 되어 있기도 하고, 환승연애도 하기도 한다. 지금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때도 그랬을 것 같다.
2차 성징이 되는 사춘기가 되면 우리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너무 당연한 말인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예뻐 보인다. 내가 말로만 학생들에게 금사빠라고 놀리고, "커플금지!", "떨어져!"라고 하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속으로는 너무나 예뻐하고 있는데 말이다.
처음이라서 서툴고 어려워서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한다. 나도 첫사랑을 생각하면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첫사랑은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