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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 May 06. 2024

배팅

불법 온라인 도박에 중독되는 아이들

 김지후는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지만 빚이 천만 원이다. 누구에게 대물림된 빚도 아니고,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은 것도 아니다. 순수한 사채 빚이다. 이 빚을 오늘 갚지 못하면 다음 주에는 천이백만 원으로 불어난다. 이미 3개월 전에 부모님이 이천만 원을 변재를 해주셔서 또 이 사태를 말씀드릴 수가 없다. 그때 불법온라인 도박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굳은 약속을 했기 때문에다. 혼자 해결을 해보려고, 김학생은 학교를 마치자마자 바로 고깃집으로 가서 저녁 12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해도 매일매일 불어나는 이자와 원금을 감당할 수는 없다. 아이들은 나를 도박중독자처럼 보며 한심한 눈으로 보지만, 그들도 김학생과 별다를 것 없이 불법온라인 도박을 한다. 부모님은 자신이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고만 생각하며, 엄마는 오늘아침에도 지후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엄마는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고등학교만 무사히 졸업하는 게 엄마 소원이야. "

 얼마 전 자퇴를 하고 그냥 아르바이트나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 부모님께는 꽤 큰 충격이었나 보다. 지후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다. 학교를 가면 매일같이 자신에게 빚을 갚으라고 협박을 하는 무리가 있었고, 더 이상 학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선생님들도 "너 요즘 왜 그러냐?"라는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자신을 보며 한숨을 쉬고 지나가는 사람들만 가득하다. 지후 스스로도 자신에게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후가 도박을 처음 접해본 것은 1년 전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 들어가서 바카라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일어날 일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자신은 그냥 성적 고민을 하고, 입시를 준비하며, 여자친구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고등학생 중 가장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어느 날 지후는 친구와 시험이 끝나고 PC방에 가게 되었다. PC방에는 이미 시험이 끝나 자유를 만끽하는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후은 친구 3명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험을 잘 본 것은 아니었지만 몇 주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둥둥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친구들과 정말 오랜만에 게임에 접속해서 밤늦도록 게임을 할 생각이었다.   지후는 게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 있었다. 자신은 다른 친구들 보다는 전략을 잘 파악하는 능력이 있었다. 직관적이고 판세를 크게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지고 하는 과감한 시도로 승률이 높았고, 친구들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기도 했다.  한참 게임에 몰입해 있을 때였다. PC방 한 구석에서 환희를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왁! 대박!!"

 소리가 나는 쪽으로 많은 아이들이 몰렸다. 대박이라고 소리를 지른 것은 옆반에 있는 정민준이었다. 민준은 온라인 도박으로 돈을 딴것 같았다. 그곳에 몰려든 아이들이 "대박!", "개소름.", "와~"라는 감탄사를 넣으며 민준의 스마트폰 화면을 몰려들어서 보았다. 지후도 슬쩍 엉덩이를 들어서 그곳을 쳐다보았다. 게임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이미 귀는 그쪽으로 열려있었다.

 "와! 오늘 게임비 네가 내라!"

 "그래 내가 낼게! 밥도 살게!"

 "오늘 도대체 얼마를 번 거야?"

 "한 구십만 원 정도?"

  민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변 아이들의 수군거림은 더 분주해졌다. 

 "오~ 진짜 대박이다. 1반에 박도 박이는 지금 온라인 도박하다가 빚이 많아서 자퇴한다고 하던데, 이런 일도 있네!"

 "그런 애들은 호구 잡힌 거지. 이건 솔직히 확률게임이잖아. 난 감각이 있단 말이지. 내 재능을 살려서 계산하고, 눈치껏 계산하고... 그러면 성공확률이 높단 말이야. 나도 이렇게 대박 치는 일은 몇 번 되지 않지만 매일 5만 원정도? 아르바이트한다고 생각하고 버는 거야. "

민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나도 해볼까?" , "난 돈이 없다." "도박사이트는 돈만 빼가고 도망가는 사기꾼들도 많다고 하던데..."

이미 민준을 둘러싼 여러 명이 서로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야! 아무한테나 안 가르쳐 주는 거지만 내가 팁을 좀 줄게. 이것도 막일야. 머리를 굉장히 쓰고, 열심히 해야 돼. 내가 얼마나 대가리를 많이 굴리는데... "

"사기도 많다고 하던데, 사기당하면 어쩌냐?"

옆에 있던 아이가 겁을 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민준이 목소리를 더 낮추고 이야기했다. 지후는 민준의 목소리가 작아질수록 더 민준이 하는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사이트 알려줄까? 나 아는 형이 소개해줘서 하는 덴데, 사이트 운영하는 형이 엄청 천 재래. T회사 다니다가 취미 삼아 만든 게 대박 나서 자기가 나와서 창업한 거라고 하더라고. 양아치들이 운영하는 데랑은 정말 다르다는 거지. 내가 해봐도 요령만 있으면 조금씩 용돈은 벌 수 있는 것 같아. 조작하고 사이트 닫고 튀는 일은 없거든... 나도 다른 데서도 해봤는데, 여기는 뭔가 속는 기분이 안 들고 열심히 하는 만큼 버는 것 같더라. 근데 아는 형이 아무한테나 막 홍보 하지 마라고 했어. "


  지후의 옆에 있던 경민도 헤드셋을 벗고 민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팔꿈치로 지후를 쿡쿡 치며

 "우리도 저거 한번 해볼까?" 

라고 말했다. 

그렇게 지후는 불법도박 사이트를 접하게 되었다. 스포츠 토토나 로또 같은 것은 미성년자는 살 수 없었다. 그렇지만 불법도박사이트는 성인인증 없이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에 조금만 해보려고 했다. 시험이 끝났다고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 중 일부만 배팅하여 게임을 했다. 옆에 있던 경민과 함께 했는데, 경민은 배팅한 5만 원을 다 날렸다. 

  "하! 난 안 하련다. 난 소질이 없나 봐." 경민이 흘깃 지후의 모니터 화면을 보았다. 이미 지후의 눈은 모니터로 빠져들고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집중을 해본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첫 두 판은 돈을 잃었지만 세 번째 판에서 3배의 배팅을 받았고, 네 번째에는 5배의 배팅을 받았다. 자신의 돈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처음에는 2천 원, 3천 원, 5천 원을 배팅했다. 5천 원을 배팅하고, 5배를 벌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순간이 지나가고, 5만 원을 배팅했으면, 이게 얼마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불법도박을 접한 지후는 첫날 10만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지후는 그날 경민과 진훈에게 밥까지 샀다. 

  "야. 어떻게 너만 따냐? 난 소질이 없나 봐."

  경민은 부러워하며 지후에게 말했다. 

  "지후야, 그래도 이제부터 하지 마. 도박 같은 건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질 못하니까."

  진훈은 지후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괜히 부러워서 저러는 거 아니야? 난 요령을 깨우쳤단 말이지. '

  지후는 걱정하는 진훈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짜식. 난 뭘로 보고."

  

 그날밤 지후는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쳐다보았다. 바카라 카드가 천장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 천장에 빔을 쏘는 것처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카드들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도박 중도자처럼 몰입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도박에 빠진 아이들, 폐인이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딱 10분만 하는 거야. 용돈 벌이로... 매일 이 정도만 벌면, 여유롭게 돈 쓰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매일은 벌지 못해도 평균 하루에 3만 원만 벌어보자. 매일 3만 원만 딱 벌고 공부하는 거지. '


 지후는 그날 이후로 도박에 빠지게 된다. 돈을 버는 날도 있었지만 잃는 날도 많았다. 처음에는 돈을 따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배팅해서 돈을 따면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돈을 따면 딴 돈을 다시 배팅했다. 분명히 돈을 더 많이 잃었음에도 뇌는 딸 때 나온 도파민만 기억하고 있었다. 지후는 잃는 것이 더 많았지만 자신이 돈을 딴 것만 기억하며,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잃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배팅금액은 점점 더 커졌다. 

 '이번에 크게 한탕하고, 본전만 찾으면 여기서 손 떼자!'

라고 다짐을 했다. 백만 원을 배팅하고 5배를 먹으면 5백만 원이다.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지후는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서 바카라에 배팅했다. 처음에는 친한 친구들에게 만원에서 5만 원씩 빌렸다. 친구들이 돈을 달라고 할까 봐 그 친구들을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30만 원 이상 빌려준다는 친구를 찾았다. 30만 원을 빌려준다는 친구는 매일매일 이자가 5만 원씩 붙는다고 말했다. 내일 갚으면 35만 원이 되는 것이다. 지후는 오늘 안에 갚겠다며, 30만 원을 빌렸다. 한탕만 크게 먹으면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 

 "김지후 요즘 왜 그러냐? 수업시간에 계속 엎드려 있고, 요즘 무슨 일 있어?"

 담임선생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닌데요. 별일 없어요."

 지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말했다. 

 "다른 얘들이 너 요즘 인터넷 도박 한다고 하던데, 사실이니?"

 "누가 그래요?"

 지후는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담임선생님은 지후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지후는 이미 빚이 천오백만 원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 빚을 탕감할 수 있는 방법은 바카라밖에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자신이 빌린 돈은 500만 원도 안되는 것 같은데, 자신에게 불어난 빚은 계속 불어나고 있었다. 


 자신에게 돈을 갚으라며, 돈을 빌린 아이가 자신을 때렸다. 맞으면서도 자신은 내일까지 갚을게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빌려준 아이가 자신을 찾아와서 오늘까지 돈 갚으라며, 돈을 갚지 않으면 형들이 너를 찾아올 거라며 협박을 했다. 사실 돈을 빌려준 아이도 자신의 돈이 아니었다며, 자신이 친한 형이 빌려준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친한 형이 지후를 찾아왔다. 지후는 그날 친한 형에게 심하게 두들겨 맞았고, 부모님이 알게 되어 그 빚을 부모님이 갚아주었다. 부모님에게 너무 면목이 없었다. 다시는 불법도박을 하지 않기로 하고, 공부만 열심히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지만 다시 시작되었다. 5천 원만 재미로 해보자고 한 것이 시작이었던 것이다. 5천 원을 배팅하고 시작하다가 다시 판돈이 커지기 시작했다. 돈을  딸 때 짜릿하던 도파민이 이미 중독되었기 때문이었다. 공부를 하려고 해도 머릿속에는 바카라 생각뿐이었다. 이럴 때 저렇게 했으면 됐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에는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후 자신이 생각해도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다. 그렇지만 벗어날 수 없다. 어쩔 수가 없다. 이제는 부모님 몰래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다시 배팅을 시작한다. 스스로 빚을 갚을 방법은 이것 밖에 없다. 크게 한탕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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