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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ul 27. 2023

2023년 7월 10일 식도락 음식일기

엄마와 도시락 - 묵은지쌈밥

요즈음은 간편식 도시락이 정말 잘 나온다. 배달이 되는 한정식도시락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도시락까지. 도시락을 픽한 후 매장 안에 있는 전자레인지로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춘 도시락을

보면 어떻게 저 가격에 맛있게 보이는 도시락을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딸이 태어나서 처음 다니는 직장에는 건물 내 식당도 없고 편의점도 없단다. 직원들은 차를 타고 가까운 데로 가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거나 아니면 간편식을 사 와서 데워 먹는다고 한다.


사는 곳이 시골이라 평소에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못하기에 이번참에 먹고 싶은 거 사 먹어라고 했지만 결사코 엄마표 도시락을 원한다. 일주일 동안만 도시락을 싸라고 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하겠지만 긴 세월을 싸야 하니 사실 부담도 되고 짜증도 살짝 난다. 집에서는 대충 먹어도, 도시락 반찬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다.

그래도 내가 만들어줄 수 있는 시간이 있고, 건강이 되고, 조금은 음식에 자신이 있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싸기 시작했다.


딸은 묵도리다.

먹는 것을 엄청 좋아하고 먹은 만큼 살로 가니 입던 옷이 맞지를 않아 스트레스도 있지만 먹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못하고 다이어트 계획에는 말일이 되면 항상 '내일부터'가 들어간다. 하지만 엄마의 몇 마디에 결국 저녁 밥상에 앉는다. 딸은 '엄마가 맛있는 요리로 나를 사육하고 있다'라는 핑계를 대면서.


오늘 도시락은 어제저녁부터 준비가 필요한 묵은지 쌈밥이다. 딸은 물론이고 온 식구들이 무한정 먹어대는

쌈밥이기에 양도 있어야 하고 과정도 약간은 손이 가는 음식이다.

 

                                                   <우리 집 묵도리 점심 도시락>

                  [묵은지쌈밥 사전 준비]
<준비 1 > 묵은지는 잎 부분만 가위로 잘라 양념을 물로 씻어 낸 후 꼭 꼭 짠다
<준비 2 > 준비 1의 묵은지에 들기름 2 큰술, 설탕 1작은술, 후추 약간 뿌려주고 양념이 잘 베이도록 주물럭 조몰락 무친 후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두었다가 내일 아침에 사용하면 된다. 이때 김치가 많이 시다면 찬물에 20분 정도 담가 두었다가 신맛을 제거한 후 무치면 된다.



<만들기 1>

1. 마늘종은 쫑쫑? 썰어 둔다.

2. 소고기도 양념을 하지 않은 채로 다져준다.

3. 프라이팬에 올리브기름을 약간 두르고 다진

   소고기를  볶다가 소고기가 다 익을 때쯤 마늘

   종을 넣고 소금 약간, 후추 살짝 뿌려 마늘종의 색깔이

   선명할 때 불을 끈다. 마늘종은 생으로도 먹기에 매운

   맛만 제거할 정도면 된다.

4. 큰 그릇에 옮겨 담고 볶은 양념의 간에 맞을 정도

    의 밥과 참기름, 통깨를 넣고 섞어 준다.


<만들기 2>


1. 양념해 둔 묵은지 잎을 도마에 올려놓고 편 후

    적당한 양의 밥을 싸기 좋게 가로로 올린다.

2. 묵은지 뒷면에 밥을 놓아야 싼 후 매끄럽고

    먹기 좋고, 보기도 좋은 쌈밥이 된다.

3. 줄기 부분을 먼저 싸 주고 양 옆의 잎들을 정리하면서 안으로 넣어 말아준다.


<만들기 3>

1. 앙증맞고 예쁜 애벌레 같다.


<만들기 4>

1. 한 입에 쏙 넣기 위해서는, 비록 김치쌈밥이 지만

우아하게 먹기 위해서는 반으로 잘라주면 먹기가 편하다.


<만들기 5>


1. 도시락통에 차곡차고 담고 직접 농사지어 볶         은  참깨와 검정깨를 솔솔 뿌려준다.



볼이 터질 듯이 한 입에 넣고 다람쥐 볼 모양 오물 대며 먼 곳을 바라보며 맛있게 먹을 딸을 떠올리며 오늘도 분주하게 쌌다.


***나의 엄마와 소풍 도시락


지금으로부터 40년이 훌쩍 지난 고등학교 2학년 가을 소풍 때의 추억이다. 지금도 어머니 은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한 장면, 눈물이 핑 돈다.


그때는 10월에 가을소풍을 갔다. 가을소풍 갈 때쯤이면 농촌에서는 가을걷이로 한창 바쁜 철이다. 타 도시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엄마가 싸 주는 도시락을 가져갈 수가 없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먹던 반찬으로 대충 싸서 소풍을 갔다.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 한참 걸어서 소풍 목적지인 산에 도착해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너희 어머니 오셨다'라는 말을 전했다. 급히 내려가 보니 빗을 시간이 없어 헝클어진 파마머리에 농사일로 새까맣게 그을린 엄마 얼굴에 유난히 하얘 보이는 이로 웃고 있는 엄마의 양손에는 늘어진 보따리가 쥐어져 있었다.

나의 엄마!


자식 사랑하기로 마을에서 소문난 엄마는 소풍날짜를 기억하고 계셨던 것이다. 바쁜 농사철에 읍내에 가셔서 김밥재료며, 과자, 사탕, 음료수를 샀고 새벽부터, 아니 아예 잠을 못 주시고 소풍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서 시내로 나오셔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셨고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내가 다니던 학교에 가니 벌써 소풍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소풍 장소까지 물어 물어서 찾아오신 것이었다. 그날 엄마는 딸의 도시락만 싼 것이 아니라 담임선생님의 도시락도 준비를 해 오셨다.


엄마는 어떻게 그 먼 길을, 어떤 마음으로 몇 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산길을 걸어서까지 오셨을까?

그날 이후 친구들과 엄마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고등학교 2학년인데 소풍까지 따라오는 열성 엄마'라고 했지만 딸을 위해 며칠을 마음도 몸도 종종거리고 다녔을 엄마 생각에 지금도 울컥하는 감사한 마음이다.


딸의 도시락을 싸면서 나의 수고로움 보다는

엄마가 싸 주는 도시락을 먹으면서 행복해할 딸을 떠올리며 뿌듯하다.


40여 년 전 그 어려운 상황에서 소풍도시락을 딸에게 먹이고 싶어 했던 사랑하는 나의 엄마의 마음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두 눈을 감고 회상해 본다.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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