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사람’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들이 있다. 학교 다닐 때는 놀지 않고 공부만 하는 친구, 직장 생활할 때는 늦게까지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다.
근데 간혹 이런 생각이 든다. 학교 다닐 때 공부만 열심히 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내야만 성실한 걸까? 비록 공부는 잘하지 못하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즐겁게 지낸 친구는 불성실한 학창 시절을 보낸 걸까? 또 회사 다닐 때는 일이 많더라도 칼퇴근한 사람들은 불성실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걸까?
전통적인 성실의 기준이라면 모두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왜냐하면 그 기준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학생에게는 공부하는 시간, 직장인에게는 일하는 시간이 성실함의 잣대 그 자체이다.
전통적 의미의 성실함은 1차 산업에서 나온 개념일 것이다. 농사를 예를 들면 특별하고 차별화된 농사 기술이나 장비가 없던 시절에는 하루에 5시간 일을 하는 사람보다 7시간 일을 하는 사람이 수확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성공의 등식이 성립된다. 그래서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욱 근면성실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은 여러 관점에서 시대가 달라졌다.
첫째, 오래 일한다고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시간보다는 방법 (노하우)이 중요하다.
둘째, 많이 번다고 더 잘 사는 게 아니다. 가령 일만 죽어라 하고 가정에는 소홀한 가장을 높게 평가하는 시대가 아니다.
셋째, 각자의 다양한 인생관이 존중받는다. 가령 학생이라도 공부는 안 하고 다른 길을 가려는 친구들 (가령 래퍼, 요리사 등)을 누구도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이는 어차피 공부로 성공하는 사람은 많아야 10~20% 밖에 안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고 다양한 직업에 대한 편견이 적어진 데다 또 예전에 비하면 많이 살만해진 시대가 되다 보니 좀 덜 버는 직업도 사람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시대에 맞는 성실함이란 무엇일까?
나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한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린다. 학생이라도 공부로 성공할 생각이 없다면 공부를 안 한다고 불성실하다고 할 수 없고 농사일을 한다고 해도 나는 남들 10시간 일할 때 5시간만 일해서 반만 벌고 나머지 5시간은 가족과 즐겁게 보내겠다고 생각하면 그게 성실한 것이다. 다만 앞서 정의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라고 한 이유는 이것이 불성실함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못해놓고는 애초에 원하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것은 최악의 불성실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성실함이 시간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의 성실함은 매우 주관적인 기준이라서 사람들을 두고 누가 더 성실하다고 비교 평가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누구도 타인에 대해 성실하다 불성실하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