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비치, 산토리니 고고학 박물관,
산토리니의 아침은 찬란하고 화려했으며 숨김없이 모든 걸 보여주고 있었다.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이른 가을 아침,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레드비치로 향했다.
레드비치 주변엔 조그마한 교회만이 덩그러니 있다. 교회 공터에 주차를 하고 레드비치까지 자갈이 많은 높은 언덕을 넘기로 했다. 가는길이 생각보다 쉽진 않다. 드러내지 않고 숨어있는 비치의 매력을 경험하려면 이런 수고쯤이야~~
레드비치란 이름으로 지어진 이유는 비치를 둘러 싼 벽이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져 있어서 그런가 보다. 그런 벽 아래 아담하게 초승달 모양의 아주 소박한 비치가 먼 곳에서 온 우릴 보고 어서 오라며 수줍은 듯 맞이하고 있었다.
이른아침이라 그런지 그곳엔 가을 햇살만이 우릴 반겨주고 있었다.
조용하고 잔잔한 바다, 어찌 이리도 아담하고 소박한 비치란 말인가. 붉은색 절벽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가을 햇살을 받으며 호수처럼 고여있는 바다, 이런 경관에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바위 난간에 잠시 걸터앉아 이 순간의 분위기를 가슴에 새긴다.
우리는 레드비치를 떠나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산토리니 고고학 박물관을 방문했다.
아름다운 바다와 하얀색과 파란 색으로 색칠된 독특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산토리니로 알려져 있지만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에 박물관을 방문했다.
운이 좋을때도 있구나! 11월 첫 주 일요일은 입장료가 무료란다. 그냥 pass~
방문객은 우리가 처음이다. 산토리니를 알아가기에 충분히 여유있는 시간이었다. '티라' 라고도 부르는 이 섬은 화산이 폭발한 뒤에 남은, 활 모양처럼 구부러진 섬이다. 한가운데는 아직도 화산 활동을 하는 네아 카메니(신화산섬)와 팔라이아 카메니(구화산섬)로 나누어져 있다. 화산폭발과 지진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섬 이지만 아직도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화산 폭발 후 화산 파편에 묻혀있던 도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때 당시 남아 있는 유물들과 유적을 보니 BC2000년 전의 이들의 흔적으로는 믿기지 않는다. 이 도시에서는 창문을 많이 낸 3~4층의 건물들을 지어 살았고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들의 식기류, 그리고 벽화 등 심지어는 화려한 내부의 인테리어 흔적들을 갖고 있었다. 그 당시의 흔적들을 지금도 볼 수 있다는 이 상황에 충격이었고 그 때 당시 갖고 있던 그들의 능력에 대해 인간의 위대함을 또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아무리 발전했다지만 과연 기원전 시대의 사람들만 할까싶다.
산토리니의 역사를 알게 되자 그들의 위대함에 놀랐고 또 한편에선 벅찬 느낌마저 들었다. '티라' 이곳이 갑자기 거대한 도시국가였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박물관에 방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방문하는 도시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 지역의 박물관을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는 책 속의 문구가 다시 떠올랐다.
산토리니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만을 즐기기에 앞서 이 섬에 담겨져 있는 티라의 역사에 대해 알고 즐겨야 진정한 산토리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산토리니를 아름다운 섬으로만 기억하기엔 너무 가벼울 것 같다.
우리는 다시 박물관에서 알게된 지식과 감동을 품은 채 역사의 현장이었던 화산섬에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