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닿을 듯한 수도원

그리스 메테오라에 가다.

by 담소

청명한 가을 아침 7시 20분,

아테네 북쪽에 있는 라리사 역에 도착 칼람바카행 기차에 올랐다.

어젯밤 늦게 아테네에 도착했지만 오늘 먼 길을 떠나야 해서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바위 위에 올라앉아 있다는 수도원들을 방문하기 위해 메테오라에 가기로 했다

다행히 가을하늘은 청명했고 푸르디푸른 하늘을 바늘로 찌르면 금세 물이라도 떨어질 듯 맑은 하늘이다.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발거음도 가볍고 기분도 좋다.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라리사역엔 관광객보다는 출퇴근하는 현지인들로 북적거린다.


기차 내엔 승객이 별로 없어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갈 수 있었다.

약 세 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창 밖만 바라보며 가기엔 지루하기도 하고 또 그리스의 기차 내부는 어떤지 호기심이 생겨 객실사이를 다녀보기로 했다.

중간에 조그마한 매점이 하나 있는데 가판대에 지나지 않는 소박한 가게였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계셨는데 손님이 오는지 가는지 관심이 없을뿐더러 우리가 두리번거려도 눈을 마주치려 해도 도무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외국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였을까? 아님 낯선 이방인이라 멀리하는 마음에서 일까?

차가운 분위기에 나 역시 무언가를 사고 싶은 마음도 금세 사라져 그 자리를 떠나야 했다.

20191031_114005.jpg 드디어 도착한 칼람바카 마을


드디어 칼람바카 마을에 도착,

마을에 내려 느낀 이 마을 첫인상은 너무나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유명한 관광지지만 관광지 같지 않은, 사람도 많이 살 것 같지 않은 조용한 마을 분위기에 조금은 놀랐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투어의 여행사 직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 외에 몇 팀의 외국인들과 한 차에 타고 약 5시간가량의 투어를 시작했다.

한마디로 이 마을은 바위에 둘러싸인 마을이다.

마을 주변으로 웅장하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바위들이 무척 많은데 웅장하기도 하고 경외감마저 든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바위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들에 성스러움도 느낀다.

그리고 그 바위들의 꼭대기에 위태롭게 앉아있는 수도원들.


공중에 매달린 바위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메테오라.

신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 적들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려는 그들의 믿음...

이런 이유로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 이 높은 곳에 정착했으리라...




처음 들른 곳은 'Great 수도원'이다.

"플라티스 리토스(Platis lithos)" 또는 "와이드 록(Wide Rock)"이라고 불리는 큰 바위 위에 위치해 있는데 높이가 무려 600m가 넘는다고 한다.

20191031_122325.jpg Great 수도원

메테오라 사원들 중 가장 크고 알려진 수도원이라는데 말 그대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소박하고 아늑한 수도원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화려한 분위기에 조금은 낯설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천장에 매달린 아름다운 샹들리에와 화려한 성화들...

img.jpg 수도원 내부

이어 방문한 Varlaam수도원은 두 번째로 큰 수도원으로 수도사의 이름을 딴 곳인데 수도사 발람(Varlaam)이 동굴에서 은둔 생활을 하며 바위 위에 1517년 경에 예배당을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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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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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람 수도원은 커다란 광장이 있어 독특했는데 수도사들이 광장에서 방문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수도원 내부로 들어가 보니 great 수도원과는 달리 의외로 아늑하고 아담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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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보다 수도사들이 직접 포도를 재배하고 만든 거대한 와인통에도 눈길이 간다.

와인의 역사에서 수도원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듯이 중세시대부터 전문적으로 수도사들이 와인을 만들었다고 하니 갑자기 저 안에 들어 있는 와인을 맛보고 싶은 유혹도 느낀다.

예전에 도르래를 사용하여 물건을 받았다는 밧줄과 바구니가 아직도 바위에 걸려있고 수도원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운반하는 기구들이 아직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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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성 스테판 수도원 (St. Stephen's Monastery)을 방문했다.

16세기에 수도사 안토니오스에 의해 설립된 수도원으로 그 당시에는 수도사가 거주했으나 쇠퇴하면서 1961년에 이 수도원은 수녀원으로 전환된 수도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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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 잘 보존된 프레스코화와 나무 조각으로 유명한 프레스코화가 있으나 내부 출입은 허락이 안되어 외관만 볼 수 있는 수도원이었다.

특히 이 수도원은 성스러운 도구, 귀중한 필사본, 양피지, 희귀한 고서적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메테오라 수도원 방문은 세 곳으로 끝내야 했다.

이곳은 요일 별로 문을 여는 수도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수도원을 방문하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지만 하늘에 닿을 듯한 많은 수도원들을 가까이서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마치 경쟁을 하듯 아슬아슬한 바위 위에 올려놓고 있다.

높은 곳에 있는 수도원일수록 신에게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걸까?


마을로 내려와 카페에 들러 커피와 함께 잠시 쉬는데 마을의 분위기도 왠지 엄숙한 느낌이 들 정도로 차분함이 느껴진다.

강한 인상이 남는 마을이다.




아테네로 돌아오니 밤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비 오는 저녁, 운치 있는 아테네 거리를 걸으며 바위 끝에 올라앉아있던 수도원들을 떠올려 본다.

비 내리는 밤,

메테오라 수도원은 과연 어떤 분위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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