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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Apr 27. 2021

하늘에 닿을 듯한 수도원

그리스 메테오라에 가다.

청명한 가을, 아침 7시 20분,  아테네 북쪽에 있는 라리사 역에 도착,  칼람바카행기차에 올랐습니다. 

어젯밤 늦게 아테네에 도착했는데 오늘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새벽부터 길을 나섰습니다. 

바위위에 올라앉아 있다는 수도원들을 보러가려고 합니다. 다행히 가을하늘은 청명했고 푸르디 푸른 하늘을 바늘로 찌르면 금새 물이라도 떨어질 듯 그렇게 맑은 하늘이었습니다.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괜실히 기분이 좋습니다.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라리사역엔 출퇴근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관광객들도 많아보입니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기차내엔 승객이 별로 없어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갈 수 있었습니다.

약 3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가만히 앉아 가기엔 지루하기도 하고 또 기차 내부가 어떤지 호기심에 객실사이를 다녀보니 조그마한 매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저 가판대에 지나지 않는 소박한 가게입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있을뿐 어서오라고 환영을 하지도 않고 우리가 두리번 거려도 무엇을 찾는지 관심도 없습니다. 오히려 외국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였을까? 아님 낯선 이방인이라 멀리하는 마음에서일까?

드디어 도착한 칼람바카 마을


칼람바카 마을에 도착, 마을에 내려 느낀 이 마을 첫 인상은 너무나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이었습니다. 관광지라지만 관광지같지 않은, 사람도 많이 살것 같지 않은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에 내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여행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몇팀의 외국인들과 한 차에 타고 약 5시간가량의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바위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고 그런 바위들이 성스럽기조차 합니다. 한마디로 이 마을은  바위에 둘러싸인 마을입니다. 

그리고 그 바위들의 꼭대기에 조그맣게 앉아있는 수도원들.

이렇게 커다란 바위들을 보면서 웅장하기도 경외감마저 드는건 왜일까요?

공중에 매달린 바위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메테오라. 

신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 적들로 부터 안전하게 지키려는 그들의 믿음.. 이런 이유로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 이 높은곳에 정착했으리라..

서너군데 수도원을 둘러보았습니다.  예전에 도르래를 사용하여 물건을 받았다는 밧줄과 바구니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따뜻한 햇살을 느끼고 싶은 듯 고양이들이 벤치에 엎드려 오수를 즐깁니다. 그러고 보니 그리스엔 고양이들이 많습니다. 

먼저 유명하다는 Great 수도원을 방문했습ㄴ다. 말 그대로 규모가 어마어마 합니다. 제일먼저 눈에 들어온 천장에 매달린 아름다운 샹들리에와 화려한 성화들... 수도원이라 하기엔 너무 화려한 분위기에 조금은 낯섭니다. 

Varlaam수도원은 수도사의 이름을 딴 곳인데 아담하고 정감이 가는 수도원입니다. 수도원 내부엔 수도사들이 직접 포도를 재배하고 만든 거대한 와인통들이 눈길을 끕니다. 와인의 역사에서 수도원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듯이 중세시대부터 전문적으로 수도승들이 와인을 만들었다고 하니 갑자기 저 안에 들어 있는 와인을 맛보고 싶은 유혹도 느낍니다. 

칼람바카와 메테오라...

하늘에 닿을 듯한 많은 수도원들은 성스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마을의 분위기도 엄숙한  느낌이 들 정도로....

높은 곳에 있는 수도원일수록 신에게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테네로 돌아오니 밤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비오는 저녁, 운치있는 아테네 거리를 걸으며 낮에 본 바위끝에 올라 앉아있던 수도원들을 떠올렸습니다.

한 밤의 메테오라 수도원은 과연 어떤 분위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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