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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May 31. 2023

여행 중 특별한 경험을 하다

부다페스트 7일째입니다.

2023년 4월 28일 금요일, 흐림


밤 새 기침을 많이 해서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약을 먹었는데도 잘 낫질 않는다.

아마도 쌀쌀한 봄기운에 강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닌 탓인가 보다.

물과 뜨거운 차도 자주 마셔보지만 줄어들 기세가 아니다.

매일 아침부터 밖으로 나가 차가운 바람을 쏘이고 다니니 기침이 줄어들다가도 금세 다시 성화를 댄다.



아침 식사 후 나는 숙소에서 쉬기로 하고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고 오겠다며 숙소를 나섰다.

마음 같아선 나도 함께 따라나가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따뜻한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잠시 숙소에서 쉬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바쁘게 돌아다녔으니 쌀쌀한 봄 날씨에 무리를 했나 보다.  남은 날들을 위해서라도 하루쯤은 쉬어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 가져온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마저 읽기로 했다.




1시간 정도 지나 남편은 숙소에 들어와 입맛 없는 나를 위해 맛있는 점심을 사주겠다며 외출을 하자고 한다.

구글을 통해 찾은 레스토랑'Araz'인데 갤러리도 함께 운영하는 꽤 고급진 곳처럼 보인다

레스토랑(Araz)

가격이 비싼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fine-dining-restaurant)인데 평일 점심에 한해 코스요리를 제공한다. 메뉴 선택도 다양해 취향껏 고를 수 있었고 매주 메뉴가 바뀌어 음식이 기대되는 곳이기도 했다.

서비스도 좋고 음식맛도 꽤 훌륭한데 더 좋은 건 가격이었다.

Soup, Main dish, Dessert 그리고 Tip까지 모두 포함한 가격이 3,640Ft(14,300원)이다.

헝가리 전통음식도 아니고 이탈리아 음식도 아니지만 담백한 맛을 내는 독특한 요리로 텁텁해진 내 입맛을 돋우니 기분도 밝아진다.

음식이 무척 고급스럽고 매우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요리인데 맛도 좋아 식욕도 살아난다.

다음에 또 오자고 했다.

Menu와  Soup
Main dish 와 Dessert


오늘 오후에는 우리 생애에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이다.

헝가리에서 촬영중인 영화에 우리 부부가 엑스트라로 선정되어 출연을 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다페스트에 머무는 동안 촬영이라 여행 중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하던 차 우리에게 이런 일도 생기나 싶다.

더욱 다행스러운 일은 영화 촬영장이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걸어 약 10여분 떨어진 곳이었다.

대사는커녕 우리의 얼굴조차도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영화 촬영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그 자체가 나에겐 너무 흥미로운 일이었다.

더구나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니 말이다.

오늘 주연 배우들을 볼 수 있으려나?

예전에 읽었던 소설을 떠올려 보는데 원작과 어떤 차이가 있고 얼마나 다를지 많은 것들이 설레고 궁금하다.



오후 5시경부터 준비한 촬영은 다음날 새벽 2시가 넘어 끝이 났다. 오랜 시간 촬영을 하고 같은 신을 여러 번 촬영했지만 지루하거나 피곤하지 않다.

긴박한 영화 촬영 현장이라 엑스트라들에게는 신경을 덜 써줄 거라 생각했는데 감독부터 스태프들이 엑스트라를 대하는 태도가 정중하고 영화 촬영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촬영 마무리로 정신이 없을 텐데도 촬영이 끝난 후에는 김밥까지 챙겨주는 마음도 고맙다.

촬영이 늦게 끝나서 대중교통이 끊기자 스텝들은 한국인들이 편히 귀가할 수 있도록 차량을 불러준다.

물론 우리는 가까운 거리라 걸어서 가기로 했다.


새벽 거리에 가로등이 환히 켜져 있고 걸어 다니는 사람도 더러 보인다.

새벽에 걷는 부다페스트 거리의 분위기도 꽤 괜찮다.




내가 영화를 찍다니~~~!!

아직도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많지 않지만 출연료도 받고 저녁도 대접받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 촬영도 하고....

님도 보고 뽕도 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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