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동안 뭐 했지

by 하르딘

대학생 때부터 매년 다이어리를 쓰며, 계획을 짜고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렸다. 그 당시 다이어리에는 각종 스터디 모임, 자격증 시험 일정, 공부 계획, 알바, 과외 등이 빼곡했다. 여전히 다이어리를 쓰고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구체적인 계획과 빡빡한 목표를 세우진 않는다. 이제는 조금씩 힘 빼고 사는 법을 익혀나가고 있는 시기인 것 같다. 그럼에도 늘 연말이 되면 나도 모르게 '나 1년간 뭐 하고 살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순전히 궁금해서 1년간의 내가 걸어온 흔적들을 뒤돌아보게 된다.


처음엔 '올해도 뭐 한 것도 없는 거 같은데 벌써 1년이 다 갔네'라고 생각했다. '인생이 다 그렇지 뭐. 이러다 순식간에 늙겠네.' 그런 푸념들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리고 올해 1년간 쓴 다이어리를 펼쳐보고, 기록용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했다가, 눈이 동그래졌다. 1년간 일정을 쭉 돌아보니, 생각보다 뭔가 해온 게 많았던 것이다. 물론 '월급 외에 돈이라도 많이 벌었어?'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만.


그런데 월급 외에 돈을 벌기는 벌었다. 매월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의 힘이 워낙 커서 그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귀여운 부수입들도 1년 치를 모으니 조금 덜 귀여운 수준은 되었다. 크몽에 발행해 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전자책 수익, 에세이 쓰기 모임을 운영하며 번 돈. 작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번 돈이라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다음은 미국 주식투자 수익도 꽤 짭짤했다. 월급의 덩치를 넘어서려면 아직 멀었다만.


아무튼 수익 여부 상관없이 내가 얼마나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도전해왔는지에 중점을 두고 보다가, 피식 웃게 되었다. '뭐야.. 나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하고. 맨날 나 열심히 안 살 거야, 대충 살 거야 하면서 참 열심히 살고 있는 내가 가끔은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다.


이래서 일상을 기록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보다. 그냥 머리로만 생각했을 때는 올해 한 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다이어리와 블로그 기록을 보니 많은 걸 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매일 꾸준히 기록한 것도 아니고, 그냥 짬짬이 기록했는데도 말이다. 매일 일상이 똑같아 보여도 사실 잘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올 한 해 한 것들을 정리하고, 내년에 하고 싶은 것들을 글로 써보니, 벌써 내년에 하고 싶은 것들을 다 이룬듯한 뿌듯함이 몰려온다. 욕심을 줄이고, 줄이고 또 줄였건만, 그럼에도 '내년에 하고 싶은 일 목록'은 10개나 된다. 이거 다 나중에 글 쓰는데 소재가 되겠지? 물론 다 하지 못할 건 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적어놓고 나서 또 연말에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내년에 못하면, 내후년에 하면 되지, 내후년에 못하면.. 뭐 언젠가는 하고 있겠지, 여유롭게 생각한다.


해가 지날수록 조금씩 체력과 에너지가 떨어져 가는 것을 느끼며, 이제 욕심을 좀 버려야겠다고 늘 생각'만' 한다.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꿈 많은 어른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게 여전히 많다는 게 참 감사하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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