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초급 인강으로 스페인어 알파벳 발음법, 간단한 문장 만들기, 기초 문법을 공부했다. 그다음 초중급, 중급 인강으로 이어가며 좀 더 긴 문장들로 읽기, 듣기 연습과 중고급 문법 그리고 단어 암기를 했다.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폰으로 인강을 들었고, 주말에는 몰아서 인강을 많이 들었다. 패키지 인강을 얼추 다 듣고 난 후에는 인강 들으면서 공부했던 교재와 자료 파일들을 다시 보면서 배운 내용들을 복습했다.
그렇게 인강으로 혼자 공부한 지 10개월 차쯤 되었을까? 이제 간단한 단어들과 길지 않은 문장들은 대부분 읽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이제 회화 연습도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호기롭게 '화상 스페인어'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스페인어 원어민과 화면으로 마주 보고 스페인어로 '말'을 하는 순간, 단 몇 초 만에 바로 깨달았다. 회화도 얼추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순진하고 오만했는지를.
읽고 듣는 게 어느 정도 돼도 '말하기'는 완전 또 다른 차원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다 안다고 생각(착각) 했던 단어와 문장들이 말로는 도저히 나오질 않았다. 그래서 계속 선생님만 말을 하게 되고, 나는 "어... 어.. 음...." 또는 씨씨 Sí,Sí (네,네), 노노 No,No(아니요,아니요)만 하다가 끝났다. 얼마나 부끄럽고 답답하던지. 나의 부족한 실력을 확실히 깨닫고, 화상 스페인어는 실력을 좀 더 쌓은 후에 다시 하기로 했다.
모든 외국어는 '말하기'가 가장 어렵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도 막상 내가 직접 경험하게 되니 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역시 직접 부딪혀서 깨달아야 배우게 되는가 보다. 대략 10개월 동안의 내 공부 과정에는 '읽기, 듣기'처럼 머릿속에 집어넣는 'Input'만 있었고, '쓰기, 말하기'처럼 내가 직접 표현을 내뱉는 'Output'연습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하니 내 생각이나 하고 싶은 질문을 스페인어로 (간단하게라도) 표현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첫 화상 스페인어의 충격에 큰 자극을 받아 그 후로 더 빡세게 공부를 했다. 넷플릭스에서 스페인 드라마, 영화 보면서 따라 하기를 몇 번 시도해 봤는데, 말의 속도도 너무 빠르고, 장면 속 배경음악 때문에 언어 연습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시도 한건 '유튜브'였다. 평소 유튜브를 아예 보지 않는 내가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유튜브를 틀었다. 유튜브에서 스페인 사람이 스페인어 학습자들을 위한 콘텐츠 만드는 채널들을 몇 개 발견했다. 이들은 대부분 외국인 스페인어 학습자들을 구독자들로 두다 보니, 명료한 발음으로 천천히 말을 해서 알아듣기 쉬웠다. 초급 스페인어 학습자들을 위한 채널 몇 개를 타파하고 난 후, 지금은 중급자를 위한 채널 하나에 정착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을 하고 있는데, 첫 화상 스페인어의 충격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외국어 공부에 효과적이면서도 나에게 잘 맞는 학습법을 찾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