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람이랑 화상 스페인어로 수다를 떨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내가 스페인어를 엄청 잘하는 줄 안다. 하지만 사실 내 스페인어는 완전 엉망진창이다. 내가 말하는 문장 10 문장 중 7~8 문장은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다. 웃긴 건 나도 말을 하면서 내가 스스로 틀렸다는 걸 안다는 것이다. 스페인어는 동사가 너무 변화무쌍하므로 동사 변화를 알맞게 사용하는 게 가장 어렵고, 그다음은 여성형 남성형에 따라 달라지는 관사도 매번 거의 다 틀린다.
하지만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을 말하고 있음에도 '소통'이 된다. 화상스페인어 선생님이 한국어는 아예 한마디도 못하시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든 스페인어로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 입장에서는 문법적으로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엉망진창의 스페인어로라도 말을 해야 한다. 선생님은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아주 찰떡같이 알아들으신다. 그래서 더 신나서 틀린 문장들을 더 신나게 뱉어내고 있다. 내가 너무 개떡같이 말하는 문장이 많아서 모든 문장을 다 고쳐주시진 않지만, 고쳐주시는 문장들은 최대한 다음에는 안 틀리게 하기 위해서 복습은 꼭 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페인 사람과 스페인어로 소통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 신나고 재미있다. 그래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매일 스페인어 팟캐스트를 듣고, 매일 스페인어로 일기 쓰는 것도 재밌지 않으면 못할 짓이다. 그동안 로망으로만 간직하던 스페인어를 이제야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어 뿌듯하기도 하다. 몇 달 전에 비하면 내 스페인어 실력이 확연하게 좋아진 것도 느껴진다. 무엇보다 영어가 아닌 제2외국어는 재밌어서 해야 하고, '내가 관심 있는 콘텐츠'로 공부해야 하는 것 같다.
나의 화상 스페인어 선생님은 스페인 사람이고, 신문방송학 석사 공부를 하고 있는 여학생이다. 나보다 한참 어린데, 대화할 때는 그냥 외국인 친구 같다. 대화 주제는 아직 딱히 없고 이제 2달 정도 되어서, 그냥 온갖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관심사도 비슷해서 내가 좋아하는 운동, 여행, 독서, 글쓰기 등 나의 관심사에 대해 친구와 수다 떨듯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 한국인 친구와도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45분 동안 통화로 수다 떠는 거는 침묵이 있을 수 있는데, 선생님과는 대화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체감상 한 10분, 15분 지났나? 하면 이미 수업이 끝나 있다. 아마 선생님이 먼저 그만두시지 않는 이상, 이 선생님과 화상 스페인어는 계속할 것 같다.
요즘 스페인어로 수다 떠는 게 너무 재밌다. 언젠간 잠을 자는 동안 스페인어로 꿈을 꾸는 날도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