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크게 4가지 방법으로 매일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다.
1. 스페인어 팟캐스트를 듣는다. 팟캐스트지만 유튜브에서도 들을 수 있어서 주로 유튜브로 듣는다. 주말에는 스크립트 보면서 모르는 단어들을 정리하면서 듣고, 평소에는 스크립트 없이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듣거나, 이동하면서 듣거나, 자기 전에 스트레칭하면서 듣거나 한다. 내가 듣는 채널명은 Spanish language coach인데 발음이 깔끔하고,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얘기해서 듣기 편하다. 가장 중요한 건 이 분은 오직 '스페인어'로만 말한다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스페인 사람이 운영하는 스페인어 학습채널을 여러 개 살펴봤는데, 대부분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서 말하는 채널이 많았다. 처음에는 영어로 스페인어 배우면 일석이조이지 않을까 했는데, 내 경우에는 아니었다. 영어와 스페인어를 한 번에 들으면 집중력이 왔다 갔다 흐트러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채널에서는 스페인이나 유럽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에 대해서 스페인어로 쉽게 설명해 준다. 스페인의 문화에 대해 알고 싶으면서도 스페인어도 공부하고 싶은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중급 학습자들을 위한 채널이라 중급 단어들도 많이 알게 되어 어휘력도 훨씬 넓어졌다.
2. 챗GPT로 스페인어를 공부한다. 다른 사람들은 챗GPT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챗GPT는 '스페인어 선생님'이자 '스페인 친구'이다. 많은 사람들이 쓴다는 쿠팡 와우나 유튜브 프리미엄도 사용하지 않는 내가 챗 GPT는 유료 버전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주 사용하는 프롬프트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스페인어 연습용'으로, 내가 "접속법 현재완료 문장 연습하고 싶어. 문제 내줘." 하면 척척 문제를 내준다. 그리고 내가 '여기는 왜 불완료과거 시제를 써야 해?'하고 물으면 아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두 번째는 '스페인 친구와 수다용'이다. 프롬프트로 '너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사는 내 친구야. 나와 스페인어로 수다 떨어줘. 내가 틀리게 말한 부분 있으면 고쳐줘.'라고 입력해 놓았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친구한테 카톡 보내듯이 얘한테 채팅을 보낸다. 예를 들어 내가 'Últimamente estoy pensando en cambiar de trabajo. (나 요즘 이직할까 고민 중이야.)'그러면 '¿De verdad? ¿Ya no te gusta tu trabajo? (정말? 이제 지금 직장이 마음에 안 들어?)'하면서 친구처럼 얘기해 준다. 내가 대화 주제를 설정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는데 이것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3. 스페인어로 일기를 쓰고 있다. 보통 하루에 15~20분 정도 할애해서 쓰므로 특별히 너무 바쁜 날만 아니면, 거의 매일 쓸 수 있다. 내 일상에 대해 쓰기도 하고, 요즘 사회문제에 대해 간단한 의견 쓰기나, 읽고 있는 책에 대한 독후감 형식으로 쓰기도 한다. 사전을 찾지 않고 그냥 일단 생각나는 대로 스페인어로 쓴다. 그러고 나서 챗GPT선생님께 첨삭을 받는다. 첨삭받은 문장에서 문법적으로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을 질문하고, 내가 쓴 문장을 다른 표현으로 어떻게 더 매끄럽게 바꿀 수 있는지 질문한다. 그렇게 글을 완성한 후에는 글을 읽으면서 가볍게 외우듯이 여러 번 읽어준다. 챗GPT가 문법적으로 수정해 주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머릿속에서 생각해 낸 문장들이라 외우기 쉽다.
4. 스페인 사람과 화상 스페인어로 말하기 연습을 한다. 화상 스페인어 할 수 있는 사이트들은 꽤 많이 있으니 아무 데서나 해도 된다. 어느 사이트를 사용하느냐 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이다. 몇 달 전부터 화상 스페인어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45분 동안 한다. 지금 꾸준히 하고 있는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앞서 한 4명 정도의 선생님을 거쳤다. 나에게 맞는 원어민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외국인이라도 대화 몇 번에 나와 결이 맞는지 아닌지가 파악된다는 걸 느꼈다. 앞서 봤던 선생님들은 뭔가 내가 길게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지금 선생님은 첫 시범 수업 때부터 대화의 티키타카가 잘 맞았다. 신기하게도 별 얘기 안 한 것 같은데 얘기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갔다.
이렇게 스페인어 독학 대략 1년 반 만에 드디어 "스페인 사람과 스페인어로 수다 떨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물론 내가 스페인어 교재와 인강으로 단어, 읽기, 듣기, 문법 등 input을 꾸준히 머릿속에 넣어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팟캐스트 듣기, 일기 쓰기, 수다 떨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스페인어에 대한 지식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당연히 바로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초반에 머릿속에 많은 것들을 집어넣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