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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이 Oct 22. 2023

신도시의 호수공원에 가봤는데

사람 반 개 반

출처: 픽사베이


이곳으로 이사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짧은 감상을 남겨본다.



1. 일주일간 내게 길을 물어온 이들이 2 명 있었다. 이곳에 오래 산 주민처럼 보이는 건가 싶어 좋았다. 뜨내기처럼 보이는 것보단 낫지 않나. 처음에는 "저도 어제 이사를 와서..."라고 답했는데 너무 과하게 신상 공개를 했나 싶어서 두번 째에는 "저도 처음 와봐서..."라고 바꿔 말했다. 나았다.


2. 엉뚱하지만 지금까지는 수압이 센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3. 두 아이는 잘 적응하는 중이다. 특히 활발한 둘째는  어린이집의 인기 스타가 되었다. 이런 적응력이라면 해외살이에 도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일 문제겠지만.


4. 반면에 기대했던 백화점이나 호수공원은 둘다 오늘 처음 가봤는데 사람과 개가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다. 화려하고 세련된 공원을 걸으면서 옛 동네의 작은 공원이 그리워졌다.


5. 호수공원에서 본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이 아닌, 동성의 연인이 그들을 닮은 개 두마리를 유모차에 태우고 걷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쌍둥이처럼 옷을 맞춰 입었고 강아지들도 드레스 같은 걸 입었기에 쉽게 눈이 갔다. 그 전에 살던 곳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6. 그외에도 인상깊은 장면들이 많았는데 요약하자면 아주 다양한 견종과 인종들을 접했다는 것이다. 


7. 앞으로 백화점이나 호수공원은 주중에만 가기로 했다.


8. 사실 언제 가더라도 백화점에서(푸드코트를 제외하고는) 뭘 사진 않을텐데(못할텐데).


9. 좀 적응되면, 매일 호수공원을 조깅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아직 변함없다.


10. 쓸 말이 더 없다.




참, 생각났다, 다시.




10. 며칠 전 분식집에서 딸과 점심을 먹는데 뒷자리에서 고향 사투리가 들렸다. 사투리의 주인공근처 공사장 인부들이었는데 나잇대는 우리 아빠쯤이었다.


그들은 키오스크 주문을 어려워했는데 한참 눌러보다가 결국 원래 먹고 싶어하던 음식들을 포기하국수 여그릇으로 통일했다.


국수를 기다리던 그들이 우리 딸에게 인사를 하고 다정하게 말을 붙였다. 아이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다 먹고 집에 걸어가는 길, 갑자기 눈물이 난다. 아빠 생각이 나서 그랬나, 오랜만에 듣는 고향 사투리 때문인가. 그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헤맬 때 도와드릴 걸 하고 후회했다. 예전 동네에서였다면 좀 더 쉽게 용기가 났을 일이다.



화려한 호수공원 근처에서 글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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