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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와 함께라면 Apr 12. 2023

“이거 괜히 시작했다!”

20년 만의 수영 자유형 1km 도전기

마지막 수영강습이 2000년도 전후였으니까 무려 20여 년만의 수영강습이었다. 실로 감회가 무량하달까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한창 수영을 할 때에는 동해 앞바다에서 잃어버린 선글라스를 찾아내기도 했고("속초 앞바다에서 디올 선글라스를 찾습니다."https://brunch.co.kr/@57e66ab6ad034f0/24) 매일 아침 출근 전에 자유형으로 1km를 수영을 했다.      


스쿠버다이빙까지 도전해서 제주도 문섭과 섭섬에 원정다이빙까지 다녀올 정도였는데 수영을 2~3년 한 뒤부터 원인 모를 피부병이 생겨 중도에 수영을 접고야 말았다. 이번에는 괜찮을지 다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다시 수영에 도전하면서 나 스스로 도전하기로 약속한 것이 있다. 큰 마음먹고 시작하는 운동이니만큼 목표를 설정해 두고 도전해 보자는 것이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도 그랬지 않는가?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고.     


나의 목표는 1km를 쉬지 않고 수영하는 것이다. 내가 새로 수영을 시작한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조종국민체육센터의 수영장 규격은 가로 25m에 6개의 레인이 있다. 국제규격인 가로 25 세로 50m에 폭 2.5m씩 8개의 레인인 것에 비하자면 다소 협소하지만 경기장 수온이 상시 섭씨 25~28도인데 다행히 28도로 유지되고 있다. 수질도 무척 깨끗한 편이라서 정말 마음에 들어 수영강습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주 4회 1시간 강습에 한 달 이용료는 6만 원이라니 부담 없는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수영장 국제규격이 세로 50m인 것은 의미가 있다. 육상 경기장에서 공식적인 트랙 거리가 400m인 것처럼 자유형, 평영, 배영, 접영 등 4개 종목의 거리는 수영장 기본 거리 50m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각 종목들은 50m 수영장을 왕복하면서 정해진 거리를 마쳐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유형 1500m는 50m 수영장을 30번 돌아야 하며, 자유형 400m는 8번 왔다 갔다 해야 한다. 나의 목표 1km 수영을 달성하려면 25m 레인을 무려 20회 왕복해야 한다. “너무 무리한 목표일까?”          


정해진 시간 동안 원하는 만큼 수영할 수 있는 ‘자유수영’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너무 오랫동안 수영을 하지 않았기에 나의 체력도 점검해 보고 잘못된 영법은 고치고도 싶었다. 그래서 수영강습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제대로 된 수영복이 없었기에 인터넷으로 수영복과 수모를 주문했다. 아주 오래전에 사용하던 도수 물안경이 있어 일단 그대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수영복과 수모를 새로 주문했다. 오래전 스쿠버를 하면서 부력수영복을 사용했기에 이번에도 같은 종류의 부력수영복을 준비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첫 강습날인 4월 3일 월요일 오전 9시 50분. 샤워를 하고 새로 산 수영복을 입고 쭈뼛쭈뼛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는데도 추운 느낌이 들어 수영장 자유수영 레인에 들어가 평영으로 천천히 한 바퀴 돌고나니 추위가 사라졌다.      


나는 아직 강습반이 배정되지 않았고 당일에 수영능력에 맞는 클래스가 배정된다고 들었다. 나는 한 강사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오래전에 4개 영법(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을 배웠다는 이유로 무려 상급반에 배정되었다. “저런 20년 만에 수영인데 상급반이라니...”     


상급반에는 인원이 나 포함 4명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수영 킥 판을 두 손으로 잡고 발차기로 25미터 레인을 왕복 2회 수영했다. (100미터) 다음에는 역시 킥판을 잡고 오른손과 발차기만을 해서 왕복 1회, 왼손과 발차기만으로 왕복 1회를 했다. (100미터) 그다음 자유형으로 왕복 2회.(100미터) 계속해서 두 손을 모아 뻗고 발차기만으로 배영 왕복 1회 – 오른손과 발차기만으로 왕복 1회 – 왼손과 발차기만으로 왕복 1회 – 배영으로 왕복 1회.(150미터) 오리발(숏핀)을 끼고 왕복 4회(200미터) 1시간 동안 거리를 종합해 보면 약 700미터에 달했다.     


그런데 수영한 지 25분 정도 지나서 벌써 호흡이 가빠지고 힘들다는 느낌이 왔다. 이윽고 30분이 지나자 언제 강습이 끝나는지 시계를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이윽고 마지막 접영 25미터 구간에서는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왼발 종아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수영을 멈추고 수경을 벗은 뒤 얼굴에서 손으로 물을 쓸어내린 나는 생각했다.      


“이거 괜히 시작한 거 아냐?”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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