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겨울 어느 날이었다. 당시 펜션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는데 태리의 집은 1층 데크에 사방으로 두터운 비닐 차양을 쳐서 막고 그 안에 켄넬을 집어넣어 태리가 널찍한 공간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했다.
펜션에서는 숯불그릴을 밤 10시까지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더 늦은 시각까지 불을 피워 놓는 경우가 많아 나는 취침 전에 꼭 펜션 주변을 돌아다니며 순찰 아닌 순찰을 돌고는 했다.
나는 뒷걸음질로 살살 뒷마당을 돌아 나와 창고에 있는 양은양동이와 부지깽이를 들고 다시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창고문을 열어 여차하면 그리로 도망쳐 들어갈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밤 11시도 넘어 늦은 시각에 양동이를 냅다 뚜드리며 멧돼지를 몰아냈다.
멧돼지는 정말 1도 놀라지 않고 힐끔 쳐다보더니 슬금슬금 아주 느린 발걸음으로 뒷마당 너머 산으로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