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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와 함께라면 Mar 08. 2023

아빠를 지킨 태리 2.

2021년 겨울 어느 날이었다. 당시 펜션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는데 태리의 집은 1층 데크에 사방으로 두터운 비닐 차양을 쳐서 막고 그 안에 켄넬을 집어넣어 태리가 널찍한 공간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했다.      


펜션에서는 숯불그릴을 밤 10시까지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더 늦은 시각까지 불을 피워 놓는 경우가 많아 나는 취침 전에 꼭 펜션 주변을 돌아다니며 순찰 아닌 순찰을 돌고는 했다.       


무척 추웠던 그날 밤도 예외 없는 밤순찰을 돌기 위해 펜션 뒷마당으로 바쁘게 들어서려는 순간 태리가 갑자기 맹렬하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평소에 짖는 모습과는 딴판으로 눈빛에 불이 날 정도였다. 도대체 태리가 왜 그럴까? 나는 놀라서 발걸음을 멈추고 뒷마당 쪽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뒷마당 바로 앞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왔다 갔다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가만히 살펴보니 그것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거대한 성체 멧돼지였다. 얼핏 보기에도 체중이 100킬로그램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      


나는 뒷걸음질로 살살 뒷마당을 돌아 나와 창고에 있는 양은양동이와 부지깽이를 들고 다시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창고문을 열어 여차하면 그리로 도망쳐 들어갈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밤 11시도 넘어 늦은 시각에 양동이를 냅다 뚜드리며 멧돼지를 몰아냈다.      


멧돼지는 정말 1도 놀라지 않고 힐끔 쳐다보더니 슬금슬금 아주 느린 발걸음으로 뒷마당 너머 산으로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태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뒷마당으로 뛰어들어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고 아빠를 지키려는 태리의 모습에 고마운 마음이 물씬 우러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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