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리와 살고 있는 집 주변에 이웃인 강 사장님이 살고 계신다. 젊은 시절 바쁘게 직장생활을 하고 다니던 회사를 든든하게 반석 위에 올려놓으신 강 사장님은 한번 건강상의 문제를 겪기도 하여 지금은 이곳에 홀로 내려와 나와 마찬가지로 반려견과 같이 살고 계신다. 강 사장님은 반려견을 위하는 마음씨가 보통이 아니시다. 오죽하면 반려견이 아프자 아드님의 결혼식 참석을 포기하려고까지 하셨을까?
그렇게 강 사장님이 애지중지 기르는 반려견은 진돗개 ‘복이’다. 태리와 나이가 비슷한 복이는 몇 개월 안 된 어릴 적부터 무척 사나웠다. 당시에 강 사장님도 여러 번 물렸고 나도 강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살짝 물린 적이 있는데 이가 간지러워서 무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빨 세기가 만만치 않았다.
복이가 점점 자라서 제법 성견의 태를 갖추어가자 강 사장님은 마당 한켠에 복이를 위한 견사를 크고 든든하게 짓고 지붕은 아주 두텁게 만들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놓으셨다. 뿐만 아니라 견사와 이어진 너른 장소에 전용운동장까지 만들었다. 운동장 넓이가 자못 스무 평 정도는 될 것 같아 보였다.
그날도 태리와 아침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정원에서 놀고 있던 복이가 갑자기 문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나도 놀라고 나와 함께 산책하던 동행인도 놀라고 집안에 있던 강 사장님도 놀랐다. 나는 순간적으로 복이가 태리를 물려고 노리는 것으로 판단하여 내가 복이를 막아서고 태리를 뒤로 감추었다. 그리고 발 빠른 태리가 도망가도록 줄을 놔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