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빠를 지킨 태리 1.

by 태리와 함께라면

태리는 매일 아침 산보를 한다. 날씨가 좋은 봄, 가을에는 공터에서 원반 던지기를 하고, 운악산으로 산책을 가기도 하지만 더러는 도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길게 다닐 때에는 두 시간 가까이 운동을 하기도 한다. 도로 갓길을 따라 걷는 산책이지만 건널목이나 대로변을 제외하고는 차량이 도시처럼 붐비지 않아 그런대로 차분하게 주변을 구경하면서 산책을 할 수 있어 좋다.


태리와 살고 있는 집 주변에 이웃인 강 사장님이 살고 계신다. 젊은 시절 바쁘게 직장생활을 하고 다니던 회사를 든든하게 반석 위에 올려놓으신 강 사장님은 한번 건강상의 문제를 겪기도 하여 지금은 이곳에 홀로 내려와 나와 마찬가지로 반려견과 같이 살고 계신다. 강 사장님은 반려견을 위하는 마음씨가 보통이 아니시다. 오죽하면 반려견이 아프자 아드님의 결혼식 참석을 포기하려고까지 하셨을까?


그렇게 강 사장님이 애지중지 기르는 반려견은 진돗개 ‘복이’다. 태리와 나이가 비슷한 복이는 몇 개월 안 된 어릴 적부터 무척 사나웠다. 당시에 강 사장님도 여러 번 물렸고 나도 강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살짝 물린 적이 있는데 이가 간지러워서 무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빨 세기가 만만치 않았다.


태리는 전형적인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는 한 없이 약한 스타일이다.” 산짐승도 두려워하지 않고 쫓아가는 강인함을 지녔는가 하면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도 무서운지 건드리지도 못하는 순수하달까 소심함도 지녔다. 태어난 지 3~4개월 정도의 어릴 적 태리도 웬만하면 다른 반려견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하는 스타일인데 복이는 보자마자 물어버리는 습관이 있어 태리도 슬금슬금 피하기 일쑤였다.


복이가 점점 자라서 제법 성견의 태를 갖추어가자 강 사장님은 마당 한켠에 복이를 위한 견사를 크고 든든하게 짓고 지붕은 아주 두텁게 만들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놓으셨다. 뿐만 아니라 견사와 이어진 너른 장소에 전용운동장까지 만들었다. 운동장 넓이가 자못 스무 평 정도는 될 것 같아 보였다.


그날도 태리와 아침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정원에서 놀고 있던 복이가 갑자기 문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나도 놀라고 나와 함께 산책하던 동행인도 놀라고 집안에 있던 강 사장님도 놀랐다. 나는 순간적으로 복이가 태리를 물려고 노리는 것으로 판단하여 내가 복이를 막아서고 태리를 뒤로 감추었다. 그리고 발 빠른 태리가 도망가도록 줄을 놔주었다.


그런데 웬걸. 복이는 내 팔꿈치를 물었고 나는 물린 팔을 빼려고 번쩍 치켜들면서 중심을 잃고 그 자리에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복이는 이번에 내 오른쪽 종아리를 강하게 무는 것이 아닌가? 짧은 시간에 나는 “이러다가 복이에게 여러 번 물리면 큰일 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반은 자포자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복이의 패악질이 멈춰 있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복이를 피해 도망간 줄 알았던 태리가 어느새 나타나 복이의 주둥이를 물고 절대 놀아주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빠를 지키려고 도망도 가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태리의 모습에 나는 심하게 물린 것도 잊은 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