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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와 함께라면 Mar 04. 2023

보더콜리 태리의 일기 “안녕하세요? ‘태사원’입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태리입니다. 


제 나이는 꽉 찬 세 살이에요. 사람의 나이로는 세 살이지만 우리들 나이로 치면 서른을 내다보는 스물여덟 살이 됩니다. 벌써 장가갈 나이가 되었죠. 헤헤.     


우리 집에서 저의 직책은 사원이어서 ‘태사원’으로 불린답니다. 아빠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대리로 진급을 시켜준다고 하는데 언제 신입사원이 들어올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빠도 잘 모르겠다는 눈치입니다.      

아침에는 아빠를 깨워서 운동을 시켜야 합니다. 아빠는 조금만 피곤하면 게으름을 피우려 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재촉해서 아침 산보를 나갑니다. 아빠가 늦잠을 주무시면 방문을 열고 안방으로 들어가 잔소리를 좀 해야 일어나세요.


아빠가 일어나면 우선 옷을 입게 하고 함께 문밖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산책길을 따라 넓은 공터로 가죠. 그곳에서 아빠를 뛰게 하거나 원반을 던지게 합니다. 아빠랑 같이 달리기 시합을 하다 보면 아빠는 벌써 땀을 흘리신답니다. 왜 그렇게 아빠를 운동시키느냐고요? 아빠의 건강은 태리가 지켜야 하니까요.       


아빠와 함께 아침식사를 합니다. 아빠는 건강을 위해서 잡곡밥을 드셔야 하는데 왜 매일 기름진 베이컨이 듬뿍 들어간 샌드위치를 드시는지 모르겠어요. 커피도 너무 많이 드시는 거 아니에요?     


저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입니다. 물론 식사시간과 휴게시간은 제외하고 죠.  현재 저의 연봉을 밝힐 수는 없지만 주거공간으로 켄넬 2동을 제공받고 있고 편안한 휴식을 위한 소파와 1일 2끼의 식사 그리고 간식도 하루 3회 제공받는 정도입니다. 참 봄가을에는 주 2회 가까운 운악산으로 외출이 허용됩니다.     

제가 일하는 장소는 우리 집의 대부분과 우리 집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모두 지켜볼 수 있는 코너입니다. 아빠가 이곳에서 근무를 서라고 소파를 준비해 주셨어요. 식사시간과 휴게시간을 제외하고는 주로 이곳에서 일을 하는 편입니다. 우리 집에 CCTV가 있기는 하지만 기계가 일을 제대로 하겠어요? 어차피 제가 다 지켜야 한답니다.      


우리 집에서 제가 맡고 있는 일은 다양하답니다. 우리 집 주변 도로와 주변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혹시라도 위험하거나 수상한 사람들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 동네에 사시는 분들의 얼굴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낯선 이들이 오면 제가 짖어서 신원을 확인해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 말 참 안 들어요. 그렇게 물어봐도 대답도 잘 안 하고 냅다 도망갑니다.   

  

특히 대형 차량들이 지나가면 우리 집과 아빠가 공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달려서 쫓아내고 있어요. 제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답니다. 우리 집 주변으로는 논과 밭이 많이 펼쳐져 있는데 가끔 길냥이나 가출한 강쥐들도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 아이들로부터 우리 집을 지켜야 합니다. 그럴 때는 할 수 없이 목청을 높여서 쫓아내지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아빠가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주시죠. 그리고 간식도 준비해 주시는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은 고기나 생선이 아니라 빵입니다. 고소하고 바삭한 빵맛은 역시 참지 못하죠. 곶감이나 아몬드 그리고 말린 돼지귀는 저의 최애간식이랍니다.    

 

저런 저런 아빠가 또 음악을 틀어놓고 술을 한잔 드시고 있어요. 가끔가다 청승맞게 저게 뭐 하는 건지요.     


“아빠 밤이 늦었어요. 이제 그만 주무셔야죠. ”     


이제 눈꺼풀이 내려오네요. 아빠와 함께 신나게 달리며 노는 꿈을 꿀 거예요. 아빠도 푹 주무시면 좋겠네요.      

오늘따라 둥그런 보름달이 떴어요. 밤하늘에 별들도 반짝이며 많이 떠있고요. 


지금 제 눈에도 저 별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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