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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와 함께라면 Mar 11. 2023

시골살림, 돈 안 들어 좋겠다 굽쇼?

나의 주소지는 경기도 가평 하고도 운악산의 전경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운악리다. 도시하고는 멀리 떨어져 있어 분명 시골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의 2면은 밭과 붙어 있다. 다른 1면은 도로에 그리고 나머지 1면은 하천과 접해있다. 멀리서 보면 밭 한가운데에 집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골에 산다고 하면 생활비가 거의 안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친구들이나 친지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또 이야기한다. "시골에 살면 생활비는 별로 안 들어가겠다"라고. 그런데 내 경험에 의하면 규모의 차이가 있겠으나 시골생활은 되려 도시생활보다 생활비가 더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생활보다 시골생활이 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논란의 주제가 될 법도 하다. 과연 시골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나의 시골 생활비를 기준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시골생활비, 특히 동계에 가장 많은 부분은 차지하는 것은 난방비이다. 난방방식이 기름보일러이거나 가스보일러이건, 지열방식이건 태양열방식이건 모두 마찬가지다. 다만 지열발전이나 태양열발전을 하게 되면 확실히 난방비의 상당 부분이 경감이 된다. 예외적으로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화목보일러를 사용하고 발품을 팔아 땔나무를 조달한다면 난방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나 상상 이상의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화목보일러에 대한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따로 이야기하겠다.     


나의 경우 주택면적은 다용도실 겸 창고가 약 7평, 보일러실 겸 세탁실이 약 2평 포함해서 약 40평인데 신축에 속하므로 구축보다는 난방비가 덜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일리 있지만 그것은 단열재를 얼마나 좋은 것을 잘 사용했느냐에 따라 다르므로 일반적인 농촌주택이라고 생각하자. 참고로 단열재로 최소 10cm 이상의 1호 스티로폼을 사용(비드법단열재)하거나 요즘 나오는 좋은 단열재(경질우레틴보드 등)를 사용하면 난방효율이 크게 좋아진다.   


1월 24일부터 2월 25일까지 한 달간 가스사용료는 423,792원이 나왔다. 나는 주중의 경우 실내온도를 18도 이하로 맞춰놓고 있다. 잠을 잘 때는 온수매트를 보조난방으로 사용하고 거실에서는 전기방석을 그리고 날이 많이 추울 때에만 전기난로를 사용한다. 그러나 주말의 경우에는 다르다. 가족들이 시골로 놀러 오는 경우에는 실내온도를 20~23도 정도로 높게 유지한다. 그러나 가족들이 오는 것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에 불과하다.      

실내온도가 18도 정도면 춥지 않을 정도이지 결코 따뜻하다고는 할 수 없겠는데 그렇게 난방비를 줄인 결과가 월 423,792원이 나왔으니 겨울철에 비교적 춥게 지내면서도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만약에 겨울철 난방을 따뜻한 정도인 23도 이상으로 올린다면 가스비는 두 배 정도 더 나올 공산이 크다.    

  

수입은 0원인데 지역의료보험료가 18만 원 이게 웬일?    

 

지역 의료보험은 지난달까지 304,660원이 나왔고 펜션사업을 정리한 이번달부터는 180,630원이 매달 나온다. 아니 수입이 0원인데 건강보험료가 18만 원이라니 이게 웬일인가? 올해 1월에 수입이 있었으므로 연말까지 매달 18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한다. 나는 비교적 건강체질에 속해 연간 의료비를 18만 원도 사용하지 않는데 제도가 잘못되어도 정말 단단히 잘못되었다. 자식 앞으로 의료보험을 옮겨달라고 해도 그것도 안된다고 한다.


의료보험 측에 전화를 해서 협박(?)도 해보고 읍소(?)도 해보았지만 역시 씨도 먹히지 않는다. 하기는 전화안내를 하는 그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힘없는 소시민이 어쩌겠는가? 그저 세금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내는 수밖에.     


전기요금은 1월 23일부터 2월 22일까지 53,960원이 나왔고 상하수도요금은 8000원 정도가 나왔다.    

 

가스요금, 전기요금, 수도요금, 의료보험료... 이 요금들은 농촌이건 도시이건 어디에서나 살아가는데 불가결한 가장 필수적인 비용들이다.    

  

핸드폰요금은 기존의 대형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바꾸었다. 월 사용료는 33990원이다. 나는 차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름값과 보험료가 발생한다. 2월에는 86,000원을 주유했고 보험료로는 매달 70540원이 나간다.     


특별한 지출로는 대상포진 싱그릭스 1차 접종을 맞았다. 기존백신과 달리 예방율이 99%에 달하는 신종 백신으로 단점은 고가이며 2회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1회 접종비가 25만 원으로 고가이다. 대상포진 접종은 거의 필수적인데도 아직까지 의료보험 적용이 안된다. 의료보험에 대한 나의 불만은 여기서 또 터져 나온다. 의료보험료는 매달 18만 원씩 꼬박꼬박 세금처럼 징수해 가면서 내 건강에 당장 필요한 대상포진 백신을 맞으려고 하는데 왜 의료보험적용이 안되느냐는 말이다. 나는 홀로 소리 없는 분통을 터뜨린다.


2월 들어 수입은 끊겼지마는 대보름 마을잔치에 기꺼이 10만 원을 찬조했다. 행사취지가 좋고 나도 마을에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밖에 나머지 비용은 일반적인 생활비로 주부식대가 가장 많다. 나는 “아파서 병원에 갈 비용으로 건강할 때 잘 먹고 건강을 지키자는 주의”다. 더군다나 코로나 유행 이후에 외식을 최대한 자제하는 생활을 습관화하였으므로 외식 대신에 좋은 재료들을 구입해서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스타일이라 주부식대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간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과일 1~2종과 반건조생선은 상시 비치해서 먹고 있다.    

  

2월의 총 주부식대는 총 619,570원이 들었다.     


문화생활비로는 도서구입비가 50282원,      


이상의 생활비에 빠진 것이 있으니 주거비는 제외되어 있다. 자가라면 재산세를 생각해야 할 것이고 전세나 월세라면 주거비가 더 많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태리의 사료와 간식은 우리 가족들이 매달 보내주고 있으므로 그 비용은 절감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가족들이 보내주는 김치, 쌀과 같은 주식, 각종 부식, 간식 등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자 대략 이 정도로 해서 2월 생활비를 모두 합쳐보면 얼마나 될까?        

  

가스비 : 423,792원

전기요금 : 53,960원

수도요금 : 8,000원

의료보험료 : 180,630원

통신비(핸드폰요금) : 33,990원

인터넷사용료 : 11,000원

주. 부식대 : 619,570원

문화생활비(도서구입비) : 50,282원

의료비(백신접종비) : 250,000원

차량유지비 1(유류대) : 86,000원

차량유지비 2(보험료) : 70,540원

체육활동비(게이트볼게임비) : 17,000원

기타(마을잔치 찬조) : 100,000원

기타 잡비(경조사비 외) : 388,050원

합계 : 2,292,814원     


이상과 같이 계산을 해보니 월 생활비는 대략적으로 229만 원 정도가 나왔다.     


물론 이 금액은 일 년 중 가장 많은 생활비가 들어가는 동계 1월의 생활비를 계산한 것이므로 가스사용료가 10만 원 내외인 다른 계절에 비해서는 분명 많은 액수이고 연평균으로 따져서 이보다는 적은 금액이 나올 것이다.


청장년기에 노후를 하나씩 대비하자

 

우리나라 50대 이상 중·고령자는 노후에 필요한 적정 생활비를 얼마로 생각하고 있을까? 2020년 말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은 전국 50살 이상 가구원이 있는 4531 가구(7343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국민노후보장패널’ 8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50대 이상 중·고령자들은 한 달 적정 노후 생활비로 부부 가구는 267만 8천 원, 1인 가구는 164만 5천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한 질병이 없다는 것을 가정한 경우다.      


최근의 한 조사(2022년 청년삶 실태조사/국무조정실)를 보면 도시 1인 청년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161만 원이고, 지출항목은 식료품비(48만 원), 주거비(22만 원), 연금·보험료(13만 원), 교통비(12만 원) 순이었다.


그러나 고물가, 고유가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이 같은 적정생활비는 실생활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과학과 의학기술은 고도로 발달하여 인간의 수명은 크게 늘어났다. 잔치를 벌이던 환갑 때는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있고 주변을 살펴보면 80대 90대 건강 노인들이 여전히 농사를 짓고 아침운동을 즐긴다. 그러나 가난한 노년,  빈곤한 장수는 결코 축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의외로 시골생활비가 많이 들어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어쩌다 여기까지 왔다. 30~50대 청장년들은 늘어난 수명 못지않게 노후를 착실하게 대비하여야 할 것이고,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있다면 60대 70대에도 열심히 일해서 곧 다가올 노년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골생활, 다 좋은데 역시 만만치 않은 생활비가 문제다. 그래서 건강한 노동은 세대를 막론하고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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