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리와 아침 산보를 다녀와서 마당을 한 바퀴 돌고 있는데 그동안 전혀 보이지 않던 웬 두더지 굴 같은 것을 발견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것이 두더지굴임을 간파하고 부랴부랴 두더지를 쫓을 집게를 찾았다.
두더지는 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설치류인 쥐와는 달리 두더지과의 포유류이며 의외로 집쥐 다음으로 우리 주변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 동물이라고 한다.
두더지는 익충인 지렁이를 잡아먹는 데다가 농작물의 뿌리를 파헤쳐서 해로운 동물로 인식되어 있다. 특히 두더지는 굴을 파기 때문에 농부들에게는 귀찮거나 해로운 존재다. 두더지는 고구마나 땅콩 등 땅속 부위를 이용하는 농작물을 먹지는 않는다. 그러나 굴을 파면서 뿌리나 열매를 지면으로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말라죽거나 못쓰게 만들기 때문이다.
두더지는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두더지는 의외로 해충도 만만치 않게 잡아먹고 지렁이처럼 굴을 파서 흙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더지도 생태계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생물 아닌가.
하지만 수 십 개의 굴을 파고 농작물을 해치는 두더지는 고라니나 멧돼지와 마찬가지로 농작물을 해치는 주범이기 때문에 두더지가 많이 나타나면 농부들은 두더지덫을 놓거나 약을 뿌려 개체수를 줄이기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밭 한가운데에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두더지의 서식환경이 좋고 바닥을 이루고 있는 흙 역시 황토흙으로 파기가 대단히 용이하다. 또한 인근에는 골프장도 있으므로 골프장에서 쫓겨난 두더지는 인근의 밭으로 서식지를 옮겨왔으리라는 추리까지 해보았다.
나는 기다란 집게를 구해서 두더지굴로 조심스럽게 넣어보았다. 혹시라도 두더지가 잡히면 집게로 잡을 요량으로. “두더지가 잡히면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다. 나의 성격상 살생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 어디 다른 곳에 풀어주어야지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생각과는 달리 두더지는 의외로 사람에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두더지굴 또한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벌레들이 빠지면 잡아먹을 요량으로 파놓는다는 것이다.
두더지굴을 파헤쳐본 결과 결국 두더지는 없었고. 굴의 길이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다. 대략적인 길이는 30센티미터 정도였다.
나는 두더지가 다시 굴을 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잔돌들을 주워와서 굴을 막고 그 위에 다시 흙을 덮어 다시는 같은 자리에 굴을 파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두더지야 이제 우리 집에 오지 말고 좋은 곳에 가서 살려무나.”
그런데 두더지굴을 봉인하고 나서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두더지굴이 파헤쳐진 위치는 외부로 석축이 쌓여 있었다. 그렇다면 외부로 침입한 것이 아닐 텐데 어떻게 우리 집 마당으로 들어왔을까? 설마 두더지가 땅 위로 올라와 대문을 넘어 집으로 들어왔다는 것인가? 그것도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두더지는 과연 어디로 침입한 것일까?
나는 혹시나 해서 우리 집 지킴이 태리에게 물어보았다. “태리야 너는 우리 집에 들어온 두더지를 본 일이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