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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엽이 파괴되고 있지만...

전두엽을 회복시키는 독서와 글쓰기

by 작가 지상



1. 컵퓨터, 휴대폰은 전두엽을 파괴시킨다.


우리 뇌안의 전두엽은 사령부, 지휘통제실이다. 여기가 무너지면 모든게 망가진다. 언어 구사력도 떨어지고, 감정 조절도 잘 안되며 논리 전개도 잘 못한다. 판단능력은 물론, 운동신경도 퇴화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각자 '자기 말'만 하고 논리도, 감정도 전혀 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보면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너그러워지는 모습을 점점 보기가 어렵다.


메타 인지, 즉 초월적 위치,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전체를 보고, 자신도 성찰하면서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볼 줄 아는 인지 능력이 전혀 없게 된다. 메타인지 기능이 발전해야 자기도 성찰하고, 타인의 입장도 이해하면서, 전체적인 것을 알게 되는데 전두엽이 파괴되면 다 말짱 꽝이다. 아무리 많이 배워도, 유명해도 점점 편협한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럴싸한 말장난으로 세상을 후리는 사람들이 등장하며,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전부 컴퓨터,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전두엽 파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까지도 못 읽고, 휙 떠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읽지도 않고 라이킷 누르고, 후닥닥 대충 보고 다른 것으로 가서 또 자기 흔적을 남기게 된다. 브런치만 그런 것이 아니라 sns, 블로그 등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 성급한 상태에서 글을 아무리 쓰면 뭐하나? 마음은 급하고 전두엽 파괴현상은 진행된다. 모두 너무 빠른 속도와 현란한 관계, 그리고 자기를 드러내는 경쟁 사회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2.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나의 이야기고,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것이다. 나에게도 전두엽 파괴현상은 나타났다. 욱, 하는 충동, 자기 고집은 늘어나고 세상과 타인에 대해 비판적이며, 자신의 것에만 집중했다. 내 글 쓰는 것만 좋고, 타인의 글 읽기에는 소홀했다. 30여년 동안 글을 써온 여행작가로서 내 글쓰기가 바빴으니까. 그래서 글쓰는 사람들이 글은 그럴싸하게 써도 성격들이 좀 괴팍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다 여행이 시작되면 물만난 고기처럼 사람이 변했다.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고, 타인들과 이야기도 쾌활하게 하고, 너그러워졌다. 전두엽이 회복되어서일 것이다.



3. 요즘 사람들은 긴 글을 읽지 못한다. 아니 읽지도 않고 라이킷, 좋아요, 공감을 누른다.


요즘엔 사람들이 긴 글을 읽지 못한다. 아니 짧은 글도 잘 읽지 못한다. 전두엽이 파괴되고 인터넷 친구가 많아서다. 친구가 많아지면, 하나 하나에게 신경 못 쓰고 건성으로 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타인의 글을 차분하게 읽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수단으로 여기게 된다. 자기 글을 보게 하는....


지하철에서 직접 목격한 것이다. 30대 여인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 스토리 등을 보면서 몇 초에 하나씩 ‘좋아여’, ‘공감’ ‘라이킷’ 등을 눌렀다. 본문은 보지도 않고 제목만 보고. 그 여인은 이제 자기 것에도 타인들이 와서 공감 누르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니까 남의 것을 보지도 않고 누르지...


어느 블로그에서 본 글이다. 자신의 다리뼈에 금이 가서 깁스를 하던 날부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2주일 동안 매일 올렸다. 사진과 글을 올리자마자 늘 ‘좋아요’를 눌러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 친한 친구도 있어서 ‘역시 친구가 최고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깁스를 푼 후, 그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그녀는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건 뭐냐? 여태까지 보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른 것이다. sns 관계에 회의가 들었고, 불쾌했고, 동냥 받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좋아요'를 누르지나 말든지...



4. 경쟁이 치열한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나 행복해여’ 하면서 온갖 음식과 여행 사진을 올린다.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의 어떤 젊은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페이스북의 친구들은 항상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자기만 초라하다고 생각하다 그렇게 된 것이다.


요즘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병원, 하수도 공사, 미용실 이런 홍보용 블로거들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와서 공감을 누른다. 기계가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블로그에는 ‘찐 독자’들이 좀 있다.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블로그는 텅 비어 있다는 것. 즉 쓰는 욕심보다 읽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브런치는 어떨까? 어떤 사람이 ‘거기에는 글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남의 것 읽기보다는 남이 자기 글을 읽기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역시 ‘읽지도 않고’ 남의 글에 라이킷을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신의 브런치 홍보 차원에서 찍는 것이다. 적어도 2, 3분은 걸려야 읽을 글을, 올리고 나서 10초, 20초도 안되는 사이에 ‘라이킷’이 찍히기도 한다. 자기 글에 라이킷이 수백 개가 달려도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거의 다 완독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실망했다는 글을 본 적도 있다.


브런치만 그런가? 다른 곳도 다 마찬가지다. 나는 온갖 것을 다해 보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다음 티 스토리, 알라딘 투비 컨티뉴드...기타 등등. 수많은 글을 썼었다. 위의 현상은 어디서나 나타난다. 이웃, 구독자, 페친의 숫자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어느 순간 실망한다.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다. 글쓰는 이들, 자신의 글을 보아주면 좋겠다는 이들은 더 많고, 정작 읽는 이들은 소수이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 글쓰는 이유


블로그는 어느덧 자기 홍보, 비즈니스 홍보하는 곳으로 변해가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내용없는 자기 존재 과시처럼 변해간다. 그런데 브런치는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편인 것 같다. 내가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한지 1주일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그래도 종종 읽을만한 글들이 발견된다. 가끔 보석같은 글들도 보인다. 그런 글들은 결코 구독자와 라이킷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 남들은 모르겠고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어쨌은 이런 글들이 모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거기서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찾는 것은 자기 몫이다. 우리가 여기에만 목적을 둔다면 실망할 이유가 없다. 공짜로 이런저런 좋은 글을 탐색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또 자신의 글을 발표하는 장이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다.


문제는 자기 글이 많이 알려지거나, 그것을 통해 돈을 벌거나...그런 목적성이 강하면 늘 실망할 계기는 많아진다. 구독자가 적어서, 라이킷이 적어서 혹은 구독자나 라이킷이 어느 순간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실망감이 들게 된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하지도 않는다. 몇명이라도 자기 글을 와서 읽어준다면 고맙고 반가운 일이며, 또 좋은 글을 발견하고, 읽으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소박한 마음으로, 자세를 낮추면 이 브런치는 정말 소중한 장이다. 또 그냥 와서 흔적을 남기는 ‘라이킷’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그 브런치 표기를 보고 가서 보다보면 좋은 글이 발견도 된다. 그러니 나 자신도 어느 정도는 그런 행위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남의 글을 읽고 나서 좋으면 '라이킷'해야지...그래야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효과가 있다. 그렇지 않고, 아무 것이나 라이킷해서, 자기 거 와라서 보라고 하면, 읽지도 않을 사람들이 자꾸 올 수도 있다. 친구는 그렇게 사귀는 법이 아니지...



6. 빠른 속도 앞에서 자기의 태도가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속도에 있다. 타인의 글을 보려면 천천히 차분히 봐야 한다. 그래야 전두엽이 회복된다. 글도 음미하고, 상상도 하고, 깊이를 느끼게 된다. 차분하게 해야 그럴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자기에게 있다. 글은 결코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안된다. 너무 막연하다. 여행기, 에세이 26권과 소설 2권을 내는 과정에서 터득한 것이다. 너무 큰 것을 기대하면 늘 실망투성이다. 본전도 못 뽑는다. 사람은 결국 다 '끼리끼리'인 것이다. 어떤 이는 비판해도 어떤 이는 좋아하고, 나이든 사람은 이해하고 좋아해도, 젊은 사람들은 지겹다 하고...다 자기 경험, 자기 상황만큼 보고 이해한다. 예전처럼 전통 사회, 근대 사회처럼 가치관, 이념이 획일적이면, 거기에 맞추는 것이 보편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모든 가치관, 관습, 행태, 환경, 생각이 조각조각난 사회, 인간들이 살아가는 포스트 모던 사회에서 보편적인 것을 찾다보면 늘 실망하고, 짜증나게 된다.


결국 살면서 좋은 관계를 찾는다는 것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 기질, 성향이 맞는 사람들을 찾는 과정이다. 그래야 어쩌다 만나도 행복한 법이다. 맞지 않는 사람은 만날수록 스트레스다. 글이 다를 리 없다. 자신의 글을 기질, 성향이 맞는 사람들이 찾아주고, 공감할 때 보람이 생긴다. 많이 안 봐도, 돈이 안 생겨도 그 자체로 즐겁고, 고마운 것이다.


요즘 60, 70 되니 친구 다 필요없더라......말 통하는 한두 명만 남아도 성공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7. 꾸준히 오래 해야 한다


그런데 찐 독자, 혹은 서로 공감하는 글 동료들은 쉽게 만나지 못한다. 꾸준히 오래 하는 동안 조금씩, 차차 형성된다. 내가 지금도 가른 곳에서 블로그를 계속하는데 20년 째다. 그 세월동안 형성된 수십명의 찐독자들 때문에 블로그 글쓰기를 계속 해오고 있다. 브런치 글쓰기는 이제 본격적으로 한 지 1, 2주일 지났기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계속 해볼 생각이다.


나는 책이든, 글이든 소수의 독자만을 의식하며로 글을 쓴다. 물론 독자들이 많아지면 좋지. 확장을 하고 싶지....하지만 중심을 소수의 독자에 두어야 내가 흔들리지 않고 전진할 수 있다. 많은 것을 지향하면 정신이 어지럽고 피곤한 법이다. 그럼, 무슨 좋은 글이 나오겠나?

또 내가 타인의 단골손님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의무가 되면 안된다.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형성되어야 한다. 또 관계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피곤해진다. 건성으로 대하게 된다. 그들의 글이 나쁘다거나, 가치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들의 글을 다 읽을 시간이 되지 않고, 건성으로 대하게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회 도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그런 복잡한 허상의 관계에 휘둘리면 이런 곳의 글쓰기가 피곤해지고, 그럼 오래동안 못하게 된다.



8. 궁극적인 브런치 글쓰기의 목표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걸 통해서 돈을 벌 생각을 하면 그것 나름대로의 전략과 기회가 필요할 것 같다. 그 영역은 아직 내가 잘 모른다. 그런데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해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돈 벌기는 쉽지 않다. 구독료를 받아서 돈을 버는 것인데, 나보다도 돈을 많이 벌던 어떤 사람은 이건 가성비가 형편없다고 했다. 그냥 취미로 해야지...그러니까 ...지금 브런치의 멤버쉽도 그런 컨셉인 것 같은데...아, 잘 되면야 좋지. 그리고 계속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제 돈을 내고 글을 보는 것에 익숙지가 않다. 물론, 마음에서 우러나와 응원할 수도 있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니 가장 속 편한 것은 글을 쓰며 자기 치유를 하고, 정리를 하고, 자기와 소통할 수 있는 소수의 독자들과 가끔이나마 소통, 교류하는 것이다. 그럼, 구독자, 라이킷의 허상도 견딜만 하다. 감사한 마음도 가질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수의 사람이라도 자기 글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글쓸 맛이 난다. 그러므로 브런치 글쓰기를 그런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이 공간은 매우 소중한 곳이 된다. 그렇게 좋은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나중에 그런 글을 모아서 책도 낼 수 있는 것이고, 기회는 점점 넓어지리라고 본다.


마음을 낮추고, 천천히, 꾸준히, 진실되게 쓰다보면 우연하게 기회는 오리라 생각한다. 내가 전번에 낸 첫 소설 '무인카페'는 알라딘 투비 컨티뉴드에 연재했던 글이다. 열댓 명이 오던 곳이었다. 출판사가 나에게 와서 소설 내자고 권유했던 것도 아니다. 다 쓴 다음에 투고해서 결정된 것인데, 그 글쓰는 동안 와서 보아주던 10여명의 사람은 내가 이런 소설 낸 줄도 모를 것이다. 다만, 그들은 잠시 내글을 즐겼고, 나는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글을 썼다. 누군가 소수라도 보아준다는 것, 그것이 정말 힘이 되는 것이다. 수천 명이 보아도, 완독도 하지 않고 라이킷하는 글들은 허상이다. 그 허상에 속는 것보다, 소수의 독자들을 의식하고, 소통하면서 자기 안의 희망, 용기를 끌어내면서 묵묵히 쓰는 거...거기에서 나는 브런치 글쓰기의 매력을 찾고 있다. 안하면 모를까, 일단 했다면...


그 과정에서 자기 치유의 과정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은 다음 글에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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