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내일을 찾으러 떠난 이
"있잖아."
2000년의 어느 봄날, 그 애가 입을 열었다.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아이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한 마디도 끼어들지 않고 조용히, 차분하게 듣고만 있었다. 정말, 아주 조용하고 고요하게.
"사람들은 왜 내일이 영원한 것처럼 굴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장이었고, 들어본 적 조차 없는 문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왜 내일이 영원한 것처럼 굴까. 어쩌면 내일이 영원하기 때문 아닐까?
한참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풋,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 애를 쳐다보았다. 내가 너무 진지했나? 내가 너무 깊이 생각했나? 하지만 저 질문은, 저 문장은 진지한 것이 아니었던가. 진지하지 않고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문장이 아니던가.
"미안, 웃겨서 그래."
그 애의 뜻밖의 대답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 그것도 잠시,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뭐가 웃긴데?"
"그냥, 이 상황이."
"왜?"
"웃기잖아."
"그러니까, 왜."
"너도 내일이 영원한 것처럼 굴어서."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나는 도저히 이 애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상황이 어디가 웃긴 건지, 내가 언제 내일이 영원한 것처럼 굴었는지, 나는 하나도 알지 못했으니까. 이것만큼은 꼭 알아야겠다, 싶어서 그 애에게 따지듯 물었다.
"내가 어떻게 굴었는데?"
"너무 깊이, 너무 오래 생각했잖아. 지나가는 시간도 모르고."
"그게 웃겼어?"
"응, 많이."
그 애의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 애는 나를 보며 더 웃어댔다. 어이가 없어 화도 안 나는 상황에, 나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너 되게 이상한 애다."
"나는 내일이 영원하지 않거든."
"왜?"
"영원하면 재미없잖아."
정말이지, 이 애는 이해하려야 할 수가 없는 애다. 우리는 그렇게 몇 번 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이후, 나는 하루 종일 그 애의 행동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웃음을 터트리고, 우는 시간도 아깝다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사람들은 내일이 영원하다고 생각한다며 푸념하고. 그렇게 그 애를 떠올리며 스며들던 찰나, 그 애가 죽었단다.
영원하면 재미가 없다던 그 애는 영원하지 않은 내일을 찾아 떠났다. 그렇게, 그 애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