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 착각이었어, 사실 알고 있었지만.
너의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던 건 작년 여름부터였다. 해가 무르익고 나무들이 푸르던 그날,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던 그날. 나는 처음으로 너의 물건에 손을 대었다. 시작은 네가 쓰던 연필이었고, 그다음은 너의 지우개였다. 너는 남들이 다 쓰는 샤프를 쓰지 않았고, 필기를 할 때에도 볼펜 대신 지워지고 번지는 연필을 사용했다. 나는 너의 그 특징이 마음에 들어 너의 연필을 내 손에 쥐고, 너의 지우개를 나의 손에 쥐었다.
별 것 아닌 필기구에서 너의 온도가 느껴지는 것만 같아 나는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입이 찢어져라 웃음을 지었더란다. 네가 필기를 하려 연필을 찾을 때면 내 미리 손에 쥐여둔 연필을 내밀었고, 그건 네가 지우개를 찾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부터 너는 물건이 없어지면 나에게 찾아왔고, 나는 그 사실이 퍽 마음에 들어 종종 너의 물건을 일부러 바닥에 두고 내가 찾아낸 척 연기를 했다. 그러나 그것도 다 한때임을 나는 알지 못했다.
사건이 터진 건 12월의 마지막 길목에서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너는 남자친구에게 선물을 할 거라며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모으고 또 모았더란다. 네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고 있자니,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은 학생이 사기엔 다소 비싼 가방이라고 했다. 명품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싼 보세도 아니었고, 나름 브랜드 있는 곳의 가방이어서 너는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탈탈 털어 돈을 모으던 참이었다.
한 10만 원쯤 모였을까. 학생들이 다 나간 점심시간, 나는 그 돈을 내 손으로 쥐었다. 네가 먹을 거 줄이고 사고픈 걸 줄여서 모은 10만 원을 내 손에 쥐었다. 너의 노력이 나의 손안에 들어온 것만 같아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이 자꾸만 터져 나왔다. 점심을 다 먹고 온 네가 가방에 든 돈이 없어졌다며 울음을 터트리기 전까진 말이다. 서럽게 울음을 터트리는 너의 모습에 나는 다소 당황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너에게 물었다.
"왜 울어?"
그러나 너는 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고, 보다 못해 너를 달래던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자기 남자친구 선물 사 주려고 모은 돈이 없어졌대. 10만 원쯤 되는 돈이라 적은 돈도 아닌데 말이야. 혹시 못 봤어? 너 맨날 진희 물건 잘 찾아주잖아, 이상하리만치."
이상하리만치. 그 단어가 나의 정곡을 찔렀다. 사실 그동안 나는 너의 물건을 찾아주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찾아준 것이 아니라 숨겼다가 되돌려준 것에 가까웠으니까. 그러나 속내가 검었던 나는 너를 위로하는 척하며 같이 찾아보자고 말했다. 어느새 모여든 친구들의 눈초리를 뒤로하고, 나는 네 자리 주변을 살피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너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이미 다 찾아봤다고, 화단까지 제 손으로 뒤져봤다고 말했다.
"혹시 모르잖아, 한번 더 찾아보자. 응?"
"이미 다 찾아봤어. 화단까지 내 손으로 파서 찾았다고."
눈물에 푹 젖은 네 목소리를 들으니 심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왔다. 그때였다.
"진희야! 돈 찾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