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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해요?

난 나에게도 사과받지 못했는데

by 미지수

1. 흘러가는 시간

수 없이 많은 미안함과 고마움의 시간. 그 시간이 흘러가는 자리에서 나는 그저 흘러간 시간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물론 바라보는 것에는 이유도, 의미도 전혀 없었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듯 흘러간 시간을 바라볼 뿐이었다.


2. 걸리는 것

이미 지나간 시간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꼭 하나씩 걸리는 게 있다. 아픈 기억이라던지, 트라우마라던지, 속상한 기억이라던지, 등등 수많은 것들이 걸려오겠지만, 나에겐 내 잘못들이 자꾸만 걸려온다.

이미 싫은 스스로에게 혐오를 넘어선 경멸을 하게 만들고, 또다시 아픈 돌덩이를 던져 상처를 만든다.

이것이 내가 내 잘못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너무 아파야 다시는 하지 않으니까, 다시는 하지 않아야 아프지 않으니까, 어쩌면 이미 충분히 아프니까.


3. 사과

미지수라는 사람은 하나이지만 아픈 곳과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그 이유들 중에서 나는 나에게 사과받지 못했다는 게 제일 아픈 것 같다. 몇 년이 지나도록 나를 괴롭힌 건 학업도, 인간관계도, 가족도 아닌 나 자신이었던 것 같다. 그걸 깨닫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왜 그 흔한 사과 하나도 하지 못하는지는 의문이다. 내가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이었나, 싶고 이렇게 병신 같은 사람이었나 싶다. 나는 나에게 사과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동시에 사과받길 원하는 내가 죽도록 밉다. 이런 기로에 서서 나는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첫 글부터 중구난방인 내용에 보통 심오한 글이 아니어서 상당히 조심스럽고, 죄송스럽다. 그저 한 미지수의 다소 귀여운 글로 봐주길 바라며 이만 마친다. 그리고 여러분께 여쭤보고 싶다.


Q. 여러분은 나 자신에게 어떤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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