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기대었던 곳
그 날은 유난히 맥이 빠지던 날이었다. 학교에서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가 보건소에 상담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차례였다. 너무너무 추워서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다. 누군가 받쳐주지 앉으면 주저앉을것 같았다.
아, 그래서 나는 가로등에 몸을 기대었나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가로등은 내 바램을 충족시켜 주기엔 너무나도 차가웠지만 그 차가운 가로등이 내겐 정말 따뜻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기대어도 쓰러지지 않고 든든하게 버텨주는 그런 존재가 내게 필요했나 싶다.
사실 보건소에 오기 전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이 조금 있었다. 나, 그리고 친하게 지내던 후배 사이의 일이었는데… 사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속은 이미 지옥이었고 그걸 받아내는 인내심은 남아있지 않았다. 불같이 화 낼걸 꾹꾹 눌러온 길이었고, 오목조목 따져들걸 따지지 않고 오히려 받아주고 있던 길이었다. 그래서 그 차가운 가로등이 이렇게 따뜻했나보다. 참 웃기지 않은가, 가로등에게 기대는 사람이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