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보기 싫으니까 이만 놓아줄래
정말 꼴 보기 싫었다.
과거 약 때문에 쪘던 살들이 보기 싫었고, 부어오른 내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덩치는 또 왜 이리 큰지, 보통 여자들처럼 여리여리해 보이는 게 참 어려워 보였다. 내가 참으로 한심해 보였다. 정말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그 이유 역시 의문이었다. 하지만 죽을 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아프게 다가왔다. 죽는 것은 이제 없는 선택지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죽음에 메말라있다. 나의 죽음을 바란다. 이 꼴 보기 싫은 육체에서 벗어나려면 죽음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았다.
내 몸에 쌓인 살을 보며 운동해야지, 식단 해야지, 하면서도 하지 않는 내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 노력. 문제는 노력이었다. 내가 노력해야 했고,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지금껏 내가 한 노력이라곤 죽기 위해 한 노력밖에 없었고, 외면하기 위한 노력밖에 없었다. 죽기 위해 약을 털어 넣었고, 내 몸을 외면하기 위해 거울을 깨부쉈다.
정말 나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할 수만 있다면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왜 사는지, 왜 살아있는지, 나에 대한, 나의 존재에 대한 모든 것들이 의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며칠 전 아빠와 나눈 대화가 머리에 울렸다.
'내가 본 너는, 모든 걸 잘하고 싶어 해. 하지만 잘하지 못하니까 거기에서의 괴리감도 있을 거야. 모든 걸 잘하고 싶어 하지만 핑계를 대며 노력을 하지 않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뭐랄까, 내 민낯이 까발려진 느낌이었다. 알몸으로 가족들의 앞에 선 느낌이라 불쾌했고, 상스러운 기분이었다. 하지만 저 말은 분명 맞는 말이다. 나는 만능인간처럼 모든 걸 잘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상 그러기 위해 하는 노력은 없다. 이 핑계, 저 핑계 다 대가며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걸 잘하고 싶어 한다. 이게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그런데, 사실 지금 쓰면서도 내 생각을 모르겠다. 일단 앉아서 뭐라도 써보긴 했는데 참... 이게 무슨 짬뽕인지.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나는 나를 혐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혐오를 받아내는 상대가 나라는 것도,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오랜만인데 이런 난해한 글을 올리다니... 참,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