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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골 샌님 Nov 20. 2021

다시 보기 1부

그리움이 된 회한 

1. 그를 찾아 떠나다. 


  짐을 싸다 말고 상인은 노트북에 익스플로러 창을 띄웠다. 그녀는 검색 창에 암스테르담을 쳐본다. 모니터에 뜬 암스테르담의 작은 다리들과 반 고흐 미술관을 클릭해 본다. 그녀의 눈은 암스테르담의 명물 사진을 향하고 머릿속에서는 런던과 서울의 그와 다녔던 곳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오간다. 다시 검색 창에 도쿄를 치다 지우고 류우끼 오하라라고 입력하고 마우스 대신 손으로 엔터를 누른다. 갑자기 오하라 농장이 검색어에 걸린다. 

‘아, 스칼렛의 성도 오하라였지!’ 

상인은 내일 출근해서 긴급 휴가를 내고 공항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경계가 흐려진 창공에서 아침 해를 가장 가깝게 맞을 것이다. 오후 태양이 저물 무렵 도쿄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자신과 마침내 마주 설 류우끼를 기대했다. 

  상인은 검색창 뜬 결과물들을 스캔하며 류 우끼와의 만남도 다시 보기처럼 재생 가능할까  생각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xx 다시 보기’를 치면 놓치고 못 본 영화 드라마 정보는 물론 심지어 재생 가능한 동영상까지 버젓이 뜬다. 주어진 시간에 재방송을 기다리는 것보다 다시 보기는 공간을 확보 못해 놓친 드라마를 그것도 되돌리기와 구간 반복까지 클릭 질을 해가며 보고 또 볼 수 있다. 그러나 녹화 불가능한 류우끼와 추억과 젊의 날의 자유자재로 넘나들던 공간들은 오십을 바라보는 상인의 머릿속에선 갑작스레 난데없이 재생되고 버퍼링에 걸려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기 일쑤다. 그래서 상인은 류 우끼를 다시 보기로 결정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11월 9일 

이젠 그가 나를 잊었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밸런타인 데이에도 내 생일인 오늘 이 밤까지 이메일조차 없다. 12년간 변치 않던 그에게 소중한 누군가가 생긴 걸까?     

일기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어쩌다 남기는 메모에 상인은 돈독한 우정이라는 허울 아래 피난처처럼 류우끼를 관리하는 욕망 아줌마가 돼가는 자신을 자책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서희에게 줄 선물을 챙기면서도 연신 정신은 온통 컴퓨터 모니터에 쏠려있었다. 지금이라도 그에게서 이메일이라도 받았으면.......

   젊은 날을 풍성하게 해 주던, 나를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수줍게 말하던 그에게 연락이 올 때마다,  아직 내가 나의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머릿속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방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는 나에게 그는 내 방이었다. 


 벌집처럼 빽빽한 공간을 숨차게 오가지만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상인은 일벌일 뿐이었다. 그러나 생식기가 퇴화된 일벌도 여왕벌이 될 수 있다. 그건 여왕벌의 로열젤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류우끼에게서 크리스마스와 밸런타인데이 그리고 생일이면 날아오는 이메일과 작은 선물 상자 그것은 상인에게 꿈꾸는 시간이었다. 상인에게는 현실의 빡빡함 속에서 꿈도 꾸고 사람인 이유도 생각해 볼 공간이 간절했다. 상인은 로열젤리가 저장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열망에 애가 닳았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남편은 안방 컴퓨터를 장악하고 게임을 하고 딸은 제방에 박혀 문자를 치기에 여념이 없다.  시어머니는 거실 소파를 장악해선 리모컨을 베개 삼아 텔레비전을 보고 시동생은 내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여기저기 기웃대고 있다. 분노에 얼굴이 달아 오른 내가  있을 곳은 부엌 식탁뿐인가. 

  그에게서 왔을 이메일을 확인하고 싶다. 스마트 폰으로 검색하는 이메일은 작은 화면만큼이나 소식을 줄여서 보여주는 것 같다. 그에게선 여전히 이메일이 없다. 거실에선 텔레비전 소리 요란하고 방문을 열어 논 방에서는 남편이 뭔가를 쏴 죽이는지 띠웅띠웅 소리가 난다. 내 몸 하나 쉴 곳이 없다. 눕고 싶다. 방하나만 더 있었으면……. 그의 소식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조바심이 난다. 어제도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건만 답장이 없다. 그 역시 가족과 함께 오늘을 보내는 것일까?  그의 전화번호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노트북 주소록을 진작 옮겨 놓을 걸……. 낄낄거리는 남편에게 노트북을 쓴다고 시동생한테서 가져오라고 말하려다. 그만둔다. 짜증이 북받친다. 

아 방 하나만 있었으면…….     

피곤에 지친 상인이 고무장갑을 벗으며 식탁에 주저앉는다.      


12월 25일 저녁 

그에게 보낸 이메일이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되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스팸메일 속에 혹시 그가 새 주소로 보낸 메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스팸 보관함도 열어본다. 없다!  다시 보낸다. 이번에도 반송된다. 크리스마스 전에 보낸 메일은 시간이 걸려 반송되더니 이번에는 바로 반송되었다.  그의 메일함이 너무 꽉 차 있나?  그가 그새 결혼을 했나?  그러나 결혼을 했다고 안부 인사조차 빼먹을 그가 아니다. 작년엔 섭섭했고 올해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휩싸인다. 내일 회사에서 그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상인은 출근하자마자 회사 컴퓨터에서 다른 메일 주소를 찾았다. 그러나 그 메일 역시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왔다. 그녀는 류우끼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그러나 신호음 하나 없이 “이마 오가겠다 뎅와 방고와...” 어쩌고저쩌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일어 안내만 들렸다. 상인은 갑자기 불안감에 휩싸여 미친 여자처럼 중얼거린다. 

‘아, 집! 작년에 바로 집으로 전화를 해볼걸! 왜 이제서 생각이 난 걸까?’  수첩에서 그의 집 전화번호를 찾아들고 상인은 시간을 봤다. 이 시간에 그가 집에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면 그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받을 것이다. 그분들은 영어가 될까? 망설임도 잠시 상인은 어느새 통화 버튼을 눌렀다. 드디어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모시모시”

“모시모시 류우끼 상 오넹아이시마스”

상인은 머릿속으로 준비했던 일본 말을 차근히 쏟아냈다. 

저쪽에서 다시 뭐라 뭐라 하는데 상인이 어찌 대처해야 할지 멍하니 전화기만 붙잡고 있자니 다시 저쪽에서 뭐라 하더니 전화가 끓어졌다. 

“뚜 우우 뚜 우우…….”

 전화도 상인의 마음도  먹통이 되었다.  

   상인은 점심을 먹으려 구내식당으로 내려왔지만 불안감이 증폭된다. ‘젊은 여자 목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류우끼는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간혹 그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일어로 사근사근 낮게 이야기하는 톤은 기억하지만 그 목소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으로 전화를 걸면 류우끼라는 말 한마디에 바로 그를 바꿔주곤 했었다. 그게 벌써 십여 년 전이다. 그러나 오늘은 뭔가 말이 길었다. 상인은 일어 공부를 한 달 만에 그만둔 것이 후회가 됐다. 

   그녀는 점심을 서둘러먹고 수혜에게 전화를 했다. 수혜 역시 전화를 받지 않는다. 상인의 마음이 더 조급해져 온다. 탕비실에서 원두커피를 한잔 내려 자리로 돌아오니 수혜에게 전화가 왔다. 

“나 수업 중이었어! 무슨 일 있어?”

 상인은 수혜에게 일본으로 전화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류우끼하고 연락 안 돼서 그러는데 집으로 전화 좀 네가 해줄 수 있나 해서.”

“류우끼?  아, 밸런타인. 급한 거야? 나 5분 있다 또 수업 들어가야 하는데....... 이따 3시에 하면 안 될까?”

그래, 두 시간쯤은 더 참을 수 있다. 상인은 수혜에게 문자로 류우끼 오하라라고 찍고 전화번호를 입력해서 보냈다. 

  상인은 무심했던 자신에 대한 자책과 ‘혹시’나 하는 걱정에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상인은 번역문 열 페이지를 감수했다. 하지만 이 열 페이지 부분은 다시 감수해야 할 것이다. 상인은 모든 비상구가 봉쇄된 공사장의 컨테이너 박스 속에 갇힌 느낌이 자꾸 엄습하자  마냥 자꾸 의자를 책상 앞으로 당기며 스스로를 더 조였다. 그녀를 위한 공간마저 불안이 감시하는 것만 같았다.  

  세시 이십 분경 수혜에게서 전화가 왔다. 상인은 그제서 몸을 펴 휴대폰을 집어 들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통화했어?” 상인은 다짜고짜 수혜를 채근하듯 물었다. 

“응, 그런데 치직 찍 치직…….” 자꾸 끓어지는 통화에 상인의 마음이 타들어 간다. 

“뭐라고? 안 들려!” 짜증 이상으로 화를 내며 상인이 말을  내뱉었다. 

“지지배 까칠하긴! 여기 차 안이라 전파가 안 좋은가 봐. 암튼 그 번호 이제 류우끼네 번호 아니더라고.”

“그래, 나한테 연락도 없이 이사 간 건가?”

“유부녀한테 뭐라 그런 연락을 하겠니? 네가 지금 정신이 나갔구나. 암튼 딴 집이었는데 오전에 류우끼 찾던 사람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는데 ……. 자기네가 그 전화번호 쓴 지 일 년이 넘었다고 하더라.”

“아!” 상인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너 일본에 출장이라도 가? 갑자기 류우끼는 왜 찾아?” 

 “집 전화마저 안 되니 너무 불안해지네, 후우”

 기운이 쑥 빠진 상인은 한숨을 쉬며 답했다. 저쪽 복도에서 최 이사가 걸어오고 있었다. 

“어, 정 팀장? 복도에서 뭘 혼자 중얼거리고 있나?” 최이사가 상인을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정 팀장 내일 그 기획안 번역문도 다 끝나지? 그걸 끝내야 연말 회식도 맘 편하게 하지?” 

“저 인간은 만날 회식 타령 아니면 일 재촉이야. 아주 사람을 못 부려먹어서 안달이 났어. 말할 때마다 툭툭 치며 이야기하는 꼴이라니........ 한 번 더 엉덩이를 툭지거나 어깨를 감싸며 말하면 성추행으로 고소를 해버려야지......” 

나지막이 상인은 치를 떨며 말했다. 

“야, 들었겠다! 너 또 권태기야, 갱년기야?”  수혜의 근심 어린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렀다.      

 6시 반이 넘어가자 상인을 두고 팀원들은 다 퇴근을 했다. 누구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연말에는 각종  중요 모임이 생겼다며 모두가 사라진 후 상인의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오늘 늦게 들어와?” 

“아냐, 조금 있다 갈 거야!  피아노 학원 다녀왔어? 서희야, 할머니 좀 바꿔봐.” 

그녀는 친정 엄마에게 서희를 데리고 자면 안 되겠냐고 물었지만 강제적 요구를 하는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물론 상인의 친정 엄마는 그러라고 흔쾌히 승낙했다. 

상인은 수혜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수혜가 목소리를 낮추어 전화를 받는다. 서울로 오는 고속버스 안 인듯했다. 

“오늘 저녁 같이 하자고 전화했는데 서울 도착하려면 멀었어?” 

“아냐 지금  한남대교인데 차가 막히네” 상인은 이럴 땐 독신인 수혜가 부러웠다.      

   수혜가 십 년 전 준형과의 결혼을 말렸을 때 상인은 말했다.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고. 그냥 독립도 아버지 반대 때문에 불가능하고 독신주의도 아니니 결혼으로 집에서부터 독립하겠다고 말했다. 

“너 왜 이렇게 결혼에 안달이야. 네가 준형이란 사람 없으면 죽고 못 살 정도로 좋아한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라며 근데 왜 부모님이 그렇게 말리는 결혼을 해?”  상인은 그때 수혜에게 섭섭함을 느꼈다. 

“결혼이 무슨 독립이냐?  좋게 말해 결합이지만 나빠지면 더 구속일 텐데......”  적어도 수혜는 자신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인은  분노마저 느꼈었다. 그러나 지금 수혜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실내 인테리어 사업을 한다지만 변변한 벌이도 없이 대졸도 아니고 전문대도 중퇴한 남자, 그리고  가난한 시댁과 폐암 수술을 받은 시아버지, 맏며느리라는 자리는 누가 봐도 반대할 거리였다. 그러나 상인은 선택을 했다. 세른 다섯을 넘기기는 싫었고 아버지의 간섭을 벗어나고 싶었다. 


 상인은 친정엄마에게 말은 했지만 눈 빠지게 자신을 기다릴 서희에게 전화를 걸어 갑자기 수혜 이모가 아파서 가봐야 한다는 핑계를 대어 애를 달래고 수혜를 만났다. 

 “아직 방학 안 했어? 지금쯤이면 성적 처리할 때잖아!”

 “방학에 월급도 안 나오는데 놀면 뭐하냐.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 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오늘 세 시간 특강 제의 들어와서 다녀오는 길이야. 내일까지 성적 마감해야 돼!” 

  수혜와 상인은 이십 년도 더 된 옛날 경양식집 분위를 그대로 유지한 레스토랑 ‘암스테르담’으로 들어섰다. 칸칸이 쳐진 칸막이 사이에서 서로 포개 앉은 연인들이 보였다. 둘을 알아보는 주인아주머니에게 상인은 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가 괜히 여기 평균 연령 높이는 거 같은데 저 룸으로 가면 안 돼요?”

“뭐 둘이 사귀어?  더 나이 든 사람도 많은데 어디서 나이 타령인고”


“너 남편하고 여전히 냉랭해?” 룸으로 들어와 외투를 벗으며 수혜가 말했다. 

“응.” 상인이 짧게 대답했다. 

“나 얼마 전에 네 남편 만났다.” 수혜가 말을 이었다. 

“그 인간 뭐 하소연이라도 하디? 나한테 억울하게 당했다고?” 상인이 남편을 떠올리면 악에 바친다는 듯 말했다. 

“아냐, 혹시 너 이혼 같은 거 생각하냐고 묻더라. 네가 이혼이라도 하자고 할까 봐 노심초사던데.  난 그냥 그런 기색 보인 적 없으니 잘하라고 했어.”

“그냥, 조만간 이혼 수속 밟을 거 같다고 해버리지. 요즘은 잘하겠다고 집에 일찍 들어오는데 그러면 더 열 불나.”

“나도 마이너스통장 들이미는 것도 모자라 시동생 빚까지 떠안게 됐으니 뼈 빠지게 번 돈 마음대로 한 푼 써보지도 못하고 허공에 날리는 네가 얼마나 화가 미칠 것 같을지 백번도 더 이해해, 하는데 그래도 바람피운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해도 안돼서 이렇게 된 건데 서희 생각해서 조금만 더 참아봐.”

“전에는 도시락 싸들고 쫓아다니며 결혼 말릴 기 세더니 어느새 그 인간 편드냐?”

“그땐 결혼 전이고 지금은 네 남편이잖아. 돈은 사람을 피폐하게 하지만 네 남편만큼 너를 떠받드는 사람 없잖아. 누가 그러더라, 돈 없어서 끓는 속은 부글부글하기만 하지만, 남편이 곁눈질하고 바람피우면 속부터 다 타서 껍데기도 안 남기고 사람을 무너뜨린 데드라. 적어도 네 자존감이 다치진 않았잖아. 내가 또 염장 지르냐?  난 결혼도 안 해 봤지만, 너희 부부 이젠 남녀가 아니라 가족이잖아. 낭만은 사라졌지만.... 에구, 기분 나빠하지 마. 훈수 두는 거 아냐. 사실 난 당사자인 네 선택이 뭣이든 옳다고 믿어.”

“다 지긋지긋해, 나 키우고 내 애까지 봐주는 엄마한테 돈 없다고 겨우 삼십만 원 내놓으면서 시집하고 남편한테 돈을 내놓고 나니까 너무 힘들다. 남편이나 시집 식구들이 내피 빨아먹는 거머리들같이 느껴져.”

“그래서 류우끼…….” 수혜가 말을 잇지 못하고 상인을 바라본다. 


“그냥 옛날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어. 그냥 아무 간섭도 받지 않는 방하나 있으면 그 속에 며칠만이라도 틀어 박혀 있다 나오고 싶어. 그럼 지금처럼 연락 두절된 류우끼가 이렇게 맹목적으로 걱정되고 불안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 혹시 간간히 연락하면서 찌든 나를 보고 실망해서 숨었나 싶기도 하고....... 집착인지 욕심인지 그냥 나는 나라고 외치고 싶은 건지 나도 모르겠어! 아무 말도 없이 연락이 끊어지니까…….”

 수혜가 상인의 말을 끊었다.  

“류우끼가 일하는 잡지사로 전화해보면 어떨까?  하긴 종로에서 김서방 찾기인가?”

“이번 주말에 일본으로 직접 가볼까 봐?  나 혼자 시간도 좀 갖고 류우끼도 찾아보게. 인터넷 카페에서 보니까 일인 맞춤 여행이란 게 있던데…….”

“에구 이미 마음 떴네. 근데 주말이면 다음 주까지 일본은 쇼가츠 휴가라 다 쉴 텐데. 숙소는 급하면 우리 언니 집에서 묵어. 숙박비도 비싼데…….”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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