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문화외교를 펼치다
한낮의 맹렬한 더위와 초저녁 강렬한 더위를 품은 아그라성과 타지마할 투어다.
지난밤 숙소에서 한잔씩 한 와인 덕분에 퀸들은 모두 늦게 일어났다. 패밀리 여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다.
대한민국에서 인도하면 먼저 떠오르는 타지마할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그라의 타지마할이다.
무굴제국 5대 왕, 사자한 왕이 사랑스러운 그의 아내를 그리며 건설한 사랑의 영묘다.
영화 <더 폴>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한 곳, 매년 세계에서 3백만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드디어 우리도 그 속의 한 사람이 되었다.
상상 그 이상이었다.
대리석에 새겨놓은 정교한 조각은 절절한 사랑을 표현한 것으로 보였고 타지마할을 만드느라 국고를 탕진하고 아고라성에 갇힌 히스토리와 역사도 가히 짐작되었다.
왕의 접견실이었다던 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타지마할 허리에서 이백의 시 한수 떠올린다.
망천문산(望天門山) - 이백(李白)
<천문산을 바라보며>
천문산 중간이 끊어져 초강이 열리고,
푸른 물 동으로 흘러 북쪽으로 돌아가네.
양쪽 기슭 청산은 마주 보며 나타나고,
외로운 돛단배가 해 돋는 곳에서 오는구나.
天門中斷楚江開 碧水東流至北廻 兩岸靑山相對出 孤帆一片日邊來.
천문산을 바라보며 보이는 대로 읊었던 서경시(敍景詩)처럼 우리 또한 보이는 대로 반응한다.
27년 의류매장을 경영했던 나,
여행지마다 옷차림에 먼저 관심 가고 여행 때마다 옷도 다양하게 준비해 간다.
이번 여행에 준비해 간 한복도 그중 하나다.
여행가방에 미리 챙겨 넣은 한복도 곱게 인도까지 왔다. 타지마할에서 한복 입은 모습을 상상했었다.
특별한 기념 촬영을 해 보고 싶었다. 에코백에 옮겨 담은 한복을 꺼내 갈아입었다.
너무 더워서 모자는 벗을 수가 없어 고깔 쓰듯 모자를 쓰고 한복을 입었다.
우리 고유의상 한복으로 차려입고 기념촬영을 했다. 하나 둘 신기한 듯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우리 일행은 더 신기해했다.
내친김에 부채하나 펼쳐 들고 아리랑 곡조에 맞춰 춤을 추니 예측 못한 순간들이 펼쳐졌다.
모두가 덩실덩실 따라 춘다.
여기저기 찰칵찰칵, 박수소리와 함께 나도 모를 애국심이 춤춘다.
올캐언니들은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응원박수로 흥을 도왔다.
"코리아 원더풀! 뷰티플..."
광장은 어느새 코리아로 한마음이 되었다.
타지마할 광장에서의 짧은 문화외교다.
숙소로 돌아와 오빠가 찍어준 영상을 보며,
퀸들의 깔깔거림은 숙소를 넘어 한국에 있는 가족들까지 들썩거리게 했다.
우리 패밀리는 한 소대가 넘는다.
(5남 1녀에서 뻗은 가지들과 그 가지에서 다시 뻗은 손자들까지 줄잡아 40명이다.)
조카들과 손주들까지 영상통화가 줄줄이 이어졌다.
"인도에서 만난 국제적인 무대"라며 엄지 척을 마구마구 보내왔다.
"한복의 멋과 맛을 인도에서 찾아내다니"
"고모는 용기도 좋아"
그렇게 우리는 인도의 역사 속에 한복의 한 자락 흔적을 남겼다.
돌아올 땐 그 한복을 오빠를 돕는 메이드 '아리나'에게 선물로 주고 왔다.
파이브퀸들의 인도여행기 브런치북 中
<인도에서 웃었소> 편,
그때 비워둔 공간에 채워 넣었을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