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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없는 악샤르담

거울 궁전은 비와 함께

by 나철여

인도 투어 7일째 거의 막바지다.

휴대폰을 차에 두고 차를 떠난다는 시간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넓디넓은 주차장을 지나 사원입구엔 남녀가 구분되어 긴 줄로 서있다. 시간에 맞춰 입장하고 있다.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조차 맡겨야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관광객이 그래야 하니까 규칙을 따르지만 평균 최소 3시간 이상은 휴대폰 없이 머물러야 하는 곳이다. 우리는 오후 3시경 입장해 저녁 식사까지 해결하고 나오니 9시경이었다.


악샤르담은 인도최대의 힌두교 사원이다.

‘신의 거주지(abode)’를 의미하는 이곳은 힌두교들에게 영원한 헌신, 순결, 평화를 상징하는 장소이다. 200여 개의 힌두교의 화신(avatars)과 현인(sages)이 조각되어 있어 종교 예술과 인도 건축미의 총화를 볼 수 있다.

1만여 역사에 흐르는 인도의 전통과 힌두문화와 영성 그리고 대형 건축물로 외벽에는 동물·식물·무희 등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9개의 돔과 234개의 기둥, 2만여 개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힌두교의 의식 중 하나인 아비쉐카 만답(Abhisheka Mandap)의 문양을 볼 수 있으며, 테마별로 조성된 공원, 전시관, 그리고 마지막 저녁 7시경 물빛 쇼인 분수 쇼(musical fountain) 등을 관람할 수 있었다.

가는 곳마다 기다림의 연속이었지만,

미국의 전 대통령 클린턴도 다녀가면서, '타지마할보다 더 훌륭하다'는 평가를 했다는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휴대폰 없이 입장했으니 사진을 찍을수 없어 무척 아쉬웠지만 눈에 꼭꼭 담아둔지라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래 인물 부분은 컷

사진값을 지불하면 비록 정해진 장소지만 다행히 기념사진은 찍을 수 있었다. 우리도 기념사진 한 장은 남겼다.

여행 중 수많은 사진들 속에 악샤르담 사원에서 찍은 사진이 빠진 건 아쉽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도 악샤르담 사원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들어온 소식통 인 핸드폰을 살핀다.

인도를 다녀온 후 가족 카톡방이 다시 활력을 찾았다.


비 오는 날 거울의 궁전에서 찍었던 사진들이 다시 화젯거리다.

"우리 시누이님 사진 잘 나왔네"


칭찬인지 인사치레인지 모르겠고 내가 봐도 잘 나온 거 같은 요망스러움으로 다시 본다.

거울의 궁전에서 찰칵

거울의 궁전 사진은 미끄러지기 전 거울 앞에서 한 장씩 찍은 사진만 건졌다.

그날은 비가 와서 미끄러질까 봐 조심했지만, 둘째올캐 언니가 결국 미끄러져 모두 사진 찍을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이 다치진 않은 게 천만다행으로 사진보다 더 진한 감사를 남겼다.


지난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재미는 나만 그런 게 아니다.

파이브퀸들의 인도여행 사진은 그 어떤 여행사진들보다 더 귀한 추억의 사진들이다.

순간 포착은 주로 내가 찍어주다 보니 내가 빠진 사진이 더 많았다. 그래도 하나도 섭섭지가 않다.

이번에도 느끼지만, 단체사진이 잘 나오고 못 나오고는 순전히 자기중심이다.

자신이 잘 나왔으면 잘 찍은 사진이라 한다. (귀여운 올캐언니들 같으니라고...)




삶이 내 손등에 손을 올려놓을 때
낯익은 것은 낯설움뿐인 이곳에
시여, 내가 투사가 아니어서
미안하다 말하며

미완성의 문장들 별똥별에서 그어진 가슴께에서
오 갈데 없는 단어 하나씩 꺼내
그럼에도 삶이여
신성하다, 신성하다 반어법으로 말하며 시를 써도 되겠는가

_ 류시화 <시를 써도 되겠는가> 하반부



꿈을 꿔도 되겠는가... 아직 지워지지 않은 사진들을 보며 조용한 희망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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