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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Ⅰ부. 원의 중심에서

정지된 태양 · 고요 속의 중력장 · 무명의 중심점

by 시산

이 시집은 선형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모든 페이지는 한 방향이 아니며,

당신의 움직임에 따라

의미는 생기거나 사라집니다.


이 책은 빛으로 꿰어진 공간이며,

질문 이전의 언어가

지금도 조용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읽지 말고,

기억처럼 지나가 주세요.


Ⅰ. 정지된 태양

20250531_0514_Abstract Solar Symphony_simple_compose_01jwhd8szgfyevcqmr4wswt7vf.png © 시산(詩産).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내 주위를 돌았다.


나는 빛을 뿜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는

내 침묵을 광휘라 불렀다.


정적은 나의 본질이었고,

그 정적이

그들에게는 궤도가 되었다.


서 있는 것이

움직임이 되었고,

말하지 않는 것이

중심이 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중심.



Ⅱ. 고요 속의 중력장

20250531_0514_Eclipse Reflected Eyes_simple_compose_01jwhd8h7pfd6rzkk2zv200t8q.png © 시산(詩産).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그러나 공기는

내 몸을 감쌌고,

숨결은 방향을 잃었다.


나는 말을 삼켰고,

그 침묵이

다른 몸 안으로 번졌다.


그들의 맥박은

나의 리듬에 동조했고,

나는 그 박동 속으로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


닿지 않았지만,

나는 향처럼

그들 사이를 떠돌았다.


닿지 않은 채 머무는 잔향.

20250531_0518_Invisible Stories Revealed_simple_compose_01jwhdfrk8e1vr8gy16nekegpc.png © 시산(詩産).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Ⅲ. 무명의 중심점

20250531_0518_Goosebumps Hovering Touch_simple_compose_01jwhdfmbpehjtxda8sb55hjw6.png © 시산(詩産).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나는 이름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손끝은

나를 건드린 적이 있었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

누군가는 방향을 바꿨고,

그 손은 이유 없이

다른 쪽을 더 오래 붙들었다.


나는 밀지 않았고,

끌지도 않았지만,

어떤 감각은

내 쪽으로 기울었다.


문장은 나를 지나가며

손바닥에 멈췄고,

그 말들은

쓰이지 않아도

살갗에 머물렀다.


이름 없이 살결을 적신 온기.

20250531_0518_Projected Word Shadows_simple_compose_01jwhdfzxbf0msyznrqm6gbdp0.png © 시산(詩産). CC BY 4.0. 출처 표기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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