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태양 · 고요 속의 중력장 · 무명의 중심점
이 시집은 선형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모든 페이지는 한 방향이 아니며,
당신의 움직임에 따라
의미는 생기거나 사라집니다.
이 책은 빛으로 꿰어진 공간이며,
질문 이전의 언어가
지금도 조용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읽지 말고,
기억처럼 지나가 주세요.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내 주위를 돌았다.
나는 빛을 뿜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는
내 침묵을 광휘라 불렀다.
정적은 나의 본질이었고,
그 정적이
그들에게는 궤도가 되었다.
서 있는 것이
움직임이 되었고,
말하지 않는 것이
중심이 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중심.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그러나 공기는
내 몸을 감쌌고,
숨결은 방향을 잃었다.
나는 말을 삼켰고,
그 침묵이
다른 몸 안으로 번졌다.
그들의 맥박은
나의 리듬에 동조했고,
나는 그 박동 속으로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
닿지 않았지만,
나는 향처럼
그들 사이를 떠돌았다.
닿지 않은 채 머무는 잔향.
나는 이름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손끝은
나를 건드린 적이 있었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
누군가는 방향을 바꿨고,
그 손은 이유 없이
다른 쪽을 더 오래 붙들었다.
나는 밀지 않았고,
끌지도 않았지만,
어떤 감각은
내 쪽으로 기울었다.
문장은 나를 지나가며
손바닥에 멈췄고,
그 말들은
쓰이지 않아도
살갗에 머물렀다.
이름 없이 살결을 적신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