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은 선형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모든 페이지는 한 방향이 아니며,
당신의 움직임에 따라
의미는 생기거나 사라집니다.
이 책은 빛으로 꿰어진 공간이며,
질문 이전의 언어가
지금도 조용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읽지 말고,
기억처럼 지나가 주세요.
나는 실이었다.
누구의 바늘에도 꿰이지 않은 채,
물아래에서
조용히 엮이고 있었다.
나는 이음이었고,
나는 끊김이었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
누군가의 숨이
따라 흘렀다.
나는 잊힌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하나의 침묵이었다.
나는 벗지 못했다.
내 몸을 덮은 것은
상처가 아니라,
너무 많은 감각이었다.
나는 세상의 모든 떨림에
번득이며
아파했다.
그 고통은
나를 보호했다.
나는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그래서
그 아픔이 나를 덮어
하나의 비늘이 되었다.
잠은 나를 삼켰다.
나는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가라앉았다.
꿈은 나의 방향을 지우고,
시간을 엮어
다른 세계로 데려갔다.
나는 현실이 아닌 것에서
더 진한 나를 만났고,
거기서
나는 아무 방향도 없는 물결이었다.
꿈은 나를 헤엄치는 대신,
나로 헤엄쳤다.
물이 나였고,
나는
되돌아올 수 없는 흐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