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이것들 좀 이카루스에 갖다 줘”
김 부장이 배송된 A4용지와 몇몇 비품들을 가리키며 송기후에게 말한다. 송기후가 말없이 전화기를 집어 드는데 소리치는 김 부장. “직접 갖다 줘 인마, 거기 애들 바빠”
‘팀원 충당했으니 당분간 누가 들어올 일은 없을 테고, 근데 위가 채워졌으니 나는 계속 바닥을 기어 다닐 것이고……’ 물건을 싣고 가는 송기후는 카트 밑에서 굴러가는 바퀴들만 바라본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저희가 받으러 가면 되는데……”
이카루스팀 사원 둘이 뛰어나오며 받는다.
‘선배님?’
사실 그랬다. 최팀장은 이제 갓 대학 졸업한 남녀직원을 하나씩 데려왔다. 경력이나 나이나 본인이 선배 맞다.
‘내가 여기 가면 바로 서열 2위네…신사업팀이니 뭔가 재미있을 것 같고’
송기후는 벌써부터 직원이 운전하는 차에 앉아 바이어와 통화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하마터면 ‘우리 팀장님’이라고 할 뻔했다. 깔끔한 넥타이와 양복이 잘 어울리는 최상견 팀장. 작업복 같은 잠바만 걸치는 김 부장과는 온도가 다르다.
“어, 송기후씨 안녕!, 근데 키가 몇이지? 180 넘지?”
사원 여홍주가 입을 반쯤 벌리고 송기후를 올려다본다. 송기후는 어깨를 펴고 허리를 세우다가 공손히 고개를 숙인다. 덩치 큰 하얀 개가 주인이 머리 쓰다듬어 주기를 바라는 듯.
“우리도 송기후씨 같은 분 있으면 든든하겠는데… 저 미안한데 나 이 책들 좀 도와줄래?”
벌써 만들어진 이카루스 홍보 책자인 것 같다. 송기후는 냉큼 받아 들고 최팀장과 같이 사장실에 들른다.
사장과 최팀장이 이야기하고, 송기후는 열심히 경청 중이다. 선생님 말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재수생처럼 하나하나 귀에 담아둔다. 책상 위의 신사업팀 기안지, 조만간 기안자에는 ‘송기후’라는 이름이 쓰일 것이다.
갑자기 대화가 중단된다. 사장이 ‘넌 뭐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말한다.
“송기후, 영어 좀 한다고 그랬지? 이것 좀 해석해 봐……오, 똘똘한데”
“제가 토익이 아니라 토플을 했었습니다, 캐나다에 교환학생으로 1년 정도 있었고요”
사장이 기특한 듯 송기후를 쳐다본다. “음, 캐나다에 산 많지. 그래서 우리 회사 왔구먼”
“네, 단순히 등산용품 판매가 아니라 등산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바로 그거야, 등산 플랫폼.”
“요즘엔 AICPA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수시로 자기 계발도 해야 되지. 가만있어봐, 그럼 회계도 잘 알겠네?”
“네, 부전공이 회계학이었습니다.”
“영어도 하고, 회계도 하고, 사람 서글서글하니, 부서이동해도 적응 잘하겠네. 안 그래 최팀장?”
송기후는 어쩔 줄 몰라 입에 손을 갖다 대고, 최팀장도 조용히 미소 짓는다.
“경영지원팀에 있으니 영업 쪽 사정도 잘 알겠네”
“네, 나름 확장성이 있습니다”
“답답이 성과장 너네 팀으로 갔지?”
“네?”
“잘 됐다. 너 감사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