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이카루스

by lightjc

“어째, 오늘도 아무 말이 없나? 벌써 2주 넘게 지났잖아”

엄과장이 식판 들고 성과장 옆자리에 앉으며 이야기한다.

“뭘 그렇게 걱정해 주셔, 짤리면 내가 짤리지 엄씨 아주머니야 강 건너 불구경이잖아”

“이 양반이 뭔 말을 그렇게 이쁘게 하셔. 아, 서방 걱정 마누라가 하지 누가 해”

“못 생긴 마누라 예전에 소박 놨다. 숟가락이나 들거라, 엄가야. ET 배속에서 사이렌 소리 들린다”


지난번 이사회 끝나고 성과장은 푸닥거리 한 번은 예상하고 있었다. 김 부장과는 뻔한 것이고 사장하고도 각오하고 있었다. 최 팀장, 이 녀석에게는 할 말이 많았다. 하지만, 화나고 억울하지만, 어쨌든 “참조”자격이라도 의견 한 줄 기재하지 않은 건 문제다. 물론, 기재했다면 그거 가지고 한참 시끄러웠겠지만. 그런데, 누구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이대로 묻히는 건지.


“거 참 이상하네. 그다음 날 아침 내내 사장이 김 부장한테 소리 질렀다잖아. 상장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라고. 그런데 그때 이후로 뚝. 아무 말이 없어. 최상견이는 오히려 고개 뻣뻣하게 들고 다니고. 감사팀장이 사장실 몇 번 들락날락했다는데, 당신 감사통이잖아, 뭐 들은 거 없어?”


살짝 서운했다. 성과장은 17년 동안 같이 일했던 감사팀장으로부터는 아무런 말도 전해 듣지 못했다. 고무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만 들리는 것 같았다.

“감사팀 뭐 하는지는 마누라도 몰라”


“하긴 성과장이야 뭐 엉겁결에 딸려 들어간 멸치 같은 거니까”


젓가락으로 멸치볶음을 집어 들던 엄과장은 무심코 나온 말에 말꼬리가 흐려졌다. 멸치를 그대로 성과장의 숟가락 위에 얹어 놓으면서 덧붙인다.

“사장이 주도한 건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 문제 생겨도 최팀장부터 날아가고 김 부장도 흙탕물 뒤집어쓰는 거지. 성과장이야 중간결재자도 아니었다며.”


성과장이 감사팀 자격에서 이 건을 감사하더라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사안이다. 형식적으로 보더라도 주무부서는 따로 있고 자신은 단순 참조가 아니었나. 참조해라, 그냥 알고나 있어라 이런 건데 이걸로 징계 운운하는 건 무리다. 아무 말이 없는 게 당연하다.


“산책 안 가셔? 방귀 좀 걷자고. 마누라 케어 좀 해줘”

성과장은 돌아서서 손을 흔들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한 30분 정도 꿀잠을 잤다. 모니터를 켜니 올라온 공지사항.


‘의원면직 : 이카루스 팀장 최상견……’


최상견이 자신이 데리고 온 직원 둘과 함께 퇴사했다. 이카루스 팀은 해체.


‘성과장, 봤지? 이걸로 마무리되는 거야? 내 속이 다 후련하네. 오늘 쏘주 한잔 하자’

엄과장이 카톡을 보냈다. 말이 의원면직이지 사실상 해고다. 팀을 해체한 것도 그렇고.

성과장이 답장을 보낸다.

‘근데, 최팀장은 그렇다 치고 그 팀원 애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 걔들 1년 안 돼서 퇴직금도 없잖아’

‘퇴직금 받았잖아, 3억. 넥스튼지 뭔지 그 통장으로 받은 거 아냐, 지 새끼들이야 지가 알아서 챙길 거고’

‘최 팀장이 그래서 그렇게 무표정으로 다녔나?’

‘무표정은 무슨… 속으로 웃고 있었던 거지. 돈 받았으니 그걸로 끝난 거 아녀. 아, 쓸데없는 생각 말고 저녁때 어디로 갈 건지나 생각해 두셔’

‘그래, 고마워’


성과장은 전송 버튼을 누르고 한동안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금요일이고, 저녁때 소주 약속도 있는데 멀어져 가는 최상견의 뒤통수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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