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노하우
준비 노하우
- 완벽한 준비는 없다
완벽한 인생이 없는 것처럼 내가 완벽하게 공모전을 준비한 후에 참여해야한다는 생각은 내려놓자. 그런 부담감이 오히려 공모전 참가를 어렵게 한다.
‘내가 이 작품을 완성해서 꼭 제출한다’에 초점을 두고 처음 시작하길 바란다. 그렇게 시작하려면 처음에는 부담이 없어야 한다. 너무 준비 할 게 많거나 기간이 길다면 지친다. 그래서 공모전에 참여할 때는 본업이 있다면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또는 본업이나 취미와 연결해서 자신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나 여력을 확인한 다음 시작하는 게 좋다. 또 이왕 시작했다면 완벽한 준비보다는 마감 시간에 내는 자체에 목적을 두고 해본다.
- 주최 측의 의도를 파악하라
‘공모’의 사전적 정의는 일반인에게 널리 공개하여 모집하는 것을 뜻한다. 주최 측이 원하는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아이디어 공모전’, 어떤 제도나 정책에 대한 후기나 사례를 모집하는 것은 ‘수기 공모전’, 사진이나 영상을 원할 경우에는 ‘사진, 영상 공모전’이 된다. 그 밖에도 디자인, 논문,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공모전이 매일, 매달, 매년 진행되고 있다.
공모전의 공통점은 바로 ‘목적’이다. 공모전을 주최하는 곳은 공모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 아이디어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지방의 축제 프로그램 아이디어 공모전은 축제를 홍보하고, 축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데다가, 국민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통로를 갖췄다는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모에 뽑히고자 한다면 주최 측의 의도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모전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람은 ‘주최 측이 왜 이 공모전을 할까? 이 공모전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꼭 생각해 봐야 한다. 즉 공모전은 ‘뽑히기 위해’ 하는 게 맞다. 물론 그 안에 자신의 진심과 노력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뽑히지 않았다는 건 나의 의도나 생각 그리고 표현하는 방식이 주최 측의 그것과 달랐다고 생각하면 된다.
- 중요 키워드를 찾아라
주최 측의 의도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첫 번째는 공모 요강에 제시된 목적을 자세히 읽거나,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주최 측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전반적인 사업 의도나 정책 목적 등을 살펴본다. 특히 올해 중점적으로 어떤 사업을 새로 시작했는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지 관련 신문 기사나 자료 등을 보면서 목적을 키워드로 정리해 보자.
한 예로 코로나 19가 유행이었던 때 ‘어디서든 문화예술 아이디어’ 공모전이 열렸다. 이때는 제목 그대로 ‘어디서든’ 이 중요하다. 보통의 문화예술은 직접 공연하거나 체험이라서 비대면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비대면으로도 문화예술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키워드는 ‘비대면, 문화예술, 대중’으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주최 측의 의도는 공모 기획 아이디어를 쓰거나 실제 공모 작품을 만들 때에도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공모전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구조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것을 왜 하고 있지?’를 늘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는데, 이것은 주최 측의 의도이기도 하기 때문에 공모전의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 수상작을 살펴라
주최 측이 바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이전 수상작을 살펴본다. 수능 준비를 위해 기출 문제를 풀어보는 것과 같다. 수상작은 공모전을 위해 따로 만든 홈페이지나 주최 측의 홈페이지 코너에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국민소통공모전의 경우 전년도 수상작뿐 아니라 1차 통과한 다른 사람들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나는 1차에 통과했지만 2차에서 떨어졌다.
공지사항에 수상 결과를 올려놓는 경우는 찾아보면 다음 공모전을 도전할 때 도움이 된다. 공모전을 한 번만 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아이디어가 당선되는지는 항상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네이밍 공모전에 응모한 적이 있다. 한 지역 기관에서 새로 만든 다리의 이름을 공모한 것이었있다. 나름 신선한 이름을 만들어 공모했는데 톡 떨어졌다. 나중에 기존 수상작들이 공지사항에 올라 있다는 걸 알고 찾아보았더니 너무 튀지 않은 무난한 이름인 경우가 많았다. 그 순간 내가 너무 독특하게 네이밍을 해서 떨어졌겠다 싶었다. 관공서 같은 경우는 그 네이밍 대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평범한 이름이 더 낫다는 걸 느꼈다.
이처럼 수상작을 보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수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완성도가 있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벌써 15회나 진행된 한국고전번역원 주최의 한국고전종합 DB 활용 공모전도 홈페이지에 가면 지난 수상작품이 나와 있고, 대원 불교콘텐츠 대회 또한 수상작이 나와 있다.
이런 수상작들을 살펴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수상작과 유사한지 미리 파악할 수도 있다. 결국 수상작을 보는 것은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는 필요한 또 다른 노력이자 품을 들이는 일이다.
공모전을 여는 주최 측의 의도를 잘 분석하고 열심히 분지하더라도 떨어질 수 있다. 그래도 공모 기관들의 목적을 그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기관들의 특성을 알 수있다. 매년 열리는 공모전이라면 다음 해에 도전할 때 도움이 된다.
초보 공모전 도전러의 경험
공모전에 대한 노하우를 듣고, 나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호기롭게 공모전 사이트를 방문했다. 1, 2, 3, 4.... 페이지를 넘길수록 처음의 자신감은 사라지고, 내가 도전해 볼 만한 공모전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영상 쪽은 재주도 없을 뿐더러 완전 문외한이고, 그림은 혼자 끄적거리는 정도이니 도전할 수 있는 분야는 그나마 글을 쓰는 것이었다. 글이라고 해도 뛰어난 문장력이 있는 건 아니니 문학상 같은 걸 도전하기는 어렵고 그나마 스토리텔링 정도면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사 쪽에 관심이 많아서 호국, 보훈 콘텐츠 같은 분야나 지역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공모전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해볼 수는 있겠다 싶은 게 보이면 일단 참가신청서와 개인정보활용 동의서를 다운로드하고 개인정보를 채워두었다. 그러면 작품만 쓰면 되니까.
그러던 중 처음 수상한(현재 유일한) 공모전이 ‘DMZ 스토리텔링 공모전’이었다. DMZ 지역에 대한 전설이나 설화, 유래 등을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이었는데, DMZ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니 도서관에서 관련 책들을 살피며 아이디어를 찾았다.
예상 외로 DMZ는 지명이나 전설 등 흥미로운 소재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러다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문화재들을 보던 중 ‘급수탑’을 발견했다. 증기기관차에게 물을 공급하던 탑인데, DMZ는 북한 쪽으로 이어진 철도의 중간 정착지여서 역에 급수탑이 있었다. 증기기관차가 달리려면 물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도중에 물을 다시 채워야 하는지는 몰랐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담쟁이덩굴에 휩싸여 있는 급수탑 사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급수탑을 의인화해서 급수탑이 철도의 역사와 6.25전쟁, 현재의 모습을 들려주는 설정이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급수탑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는 문화재라 새로운 곳을 홍보하고 싶어하는 주최 측의 의도에도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