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을 이루는 풀꽃 12

동산을 지키는 사람들

by 김유수

노부부의 집에 찾아가 사연 제보하는 것을 허락받은 동현은 주요 방송사 여러 곳에 제보 메일을 보냈다. 그중 한 곳에서 취재하러 오겠다는 답변이 왔고, 다음날 평안 파출소로 취재팀이 찾아왔다. 실종 사건 해결 과정을 자세히 인터뷰한 취재팀은 동현의 안내를 받아 노부부가 사는 환경과 참전유공자인 할아버지가 받는 지원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그렇게 노부부의 사연은 9시 뉴스를 통해 전국적으로 보도되고 유튜브에도 영상이 올라와 2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수천 개가 넘는 댓글 대부분은 참전유공자가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이 너무 미미하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었다.



뉴스가 보도된 이후에 노부부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동현은 자세하게 알지 못했다. 그저 뉴스에 보도되기 전보다 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사정이 나아졌길 바랄 뿐이었다. 종종 순찰을 돌다가 영수 할아버지가 폐지 줍고 있는 모습을 봤다는 선배들의 말을 들을 때면 전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애석해졌지만, 우리는 경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정환의 위로를 듣고 노부부의 사연은 가슴에 묻어두기로 했다.



"실종 신고 접수됐습니다. 신고자한테 즉시 출동 바랍니다."



동현의 퇴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실종신고 한 건이 접수되었다. 그런데 신고 내용이 조금 특이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신고자가 매일 저녁에 오던 어린 형제가 며칠째 오지 않아 걱정되는 마음에 실종신고를 했다는 거였다.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기엔 아이들에게서 학대 정황이 의심된다고 주장하는 신고자의 태도가 너무 단호했기에 일단 평안 파출소에서 출동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선배 한 명과 출동한 동현은 제보자가 일한다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익숙하다했더니 그 편의점은 전에 옥자 할머니를 발견한 곳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이번에 실종신고를 한 신고자 역시 그때 할머니를 보호하고 있었던 여자 알바생이었다. 계산대 안쪽에 앉아 있던 그녀는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온 경찰들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인사했다.



동현은 선배가 알바생과 대화하는 것을 들으며 주요 내용을 수첩에 적었다. 그녀의 말로는 매일 저녁마다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형제가 4일째 편의점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두 달 전쯤부터 다섯 살인 동생 아이의 몸에 학대의 흔적으로 보이는 멍이 생기기 시작했고, 명화 초등학교가 여름방학을 시작한 이후엔 아홉 살인 형의 몸에도 비슷한 멍이 생겼다고 했다. 그간 형제를 유심히 관찰했던 알바생은 아무래도 아이들이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돼서 신고를 한 거라고 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을까 봐 몇 번이나 대화를 시도했지만 형제가 어른에 대한 경계가 심한 바람에 멍이 어쩌다 생긴 것인지는 듣지 못했다고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일했다는 그녀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어 보이긴 했다. 문제는 아이들에 관한 정보가 이름과 나이뿐이고 어떻게 생겼는지, 집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하니 해가 저물어버린 이 늦은 시각에 아이들을 찾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었다. 형제의 생김새와 평소 인상착의를 자세히 전해 들은 동현의 선배는 알바생에게 약속했다. 일단 순찰 돌 때 지나다니는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형 아이의 학교에 연락해서 거주지를 알아내면 가정에 방문해서 확인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그녀 역시 아이들이 편의점에 다시 온다면 파출소로 바로 연락드릴 테니 꼭 와서 아이들의 상태를 봐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그리고 다음날, 야간근무 시간에 출근한 동현은 낮에 있었던 일을 선배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낮동안 파출소에서 명화초등학교 2학년 재학생 중 윤호라는 아이를 수소문했는데, 학교에서 제공한 아이의 집 주소로 찾아갔을 땐 아무리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고.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아이 엄마의 번호로 전화해도 받지 않아 결국 허탕만 친 채 복귀했다며 선배들은 아쉬워하는 소리를 냈다.



"담임 선생님은 몰랐대요? 학대 의심 정황 말입니다."

"그런 낌새는 못 느꼈다는데. 학기 중에도 애 몸에 멍들고 이런 것도 못 봤다고 하고."

"혹시 형은 학교에 가야 하니까 일부러 안 때린 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지. 어린이집은 며칠 안 보내도 상관없지만 초등학교는 아니니까."



동현은 함께 근무하는 선배들과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는 학대가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알바생의 의심으로만 학대를 단정 짓긴 어렵다고 했다. 다른 사건들보다도 아동학대 사건은 뉴스에 나왔다 하면 워낙 크게 이슈가 되어버리니 가급적이면 말을 아끼는 듯했다. 동현도 아이들을 직접 본 적이 없으니 학대다 아니다 단정 짓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다 코로나 유행이 시작되고 아동학대 사례가 늘었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게 정말입니까?"

"엄청 늘었지. 특히 학교며 학원이며 전부 문 닫았을 시기에 심했어. 근데 더 심각한 건 뭔지 알아? 애들이 부모랑 계속 같이 있으니까 신고하고 싶어도 들키면 또 맞을까 봐 신고도 제대로 못했던 거야."



다른 선배들도 그 이야기를 듣고 그랬다며 맞장구쳤다. 저마다 가정폭력 신고받고 출동했을 때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혀를 차기도 했다.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기 어렵다 보니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더하면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을 거라는 이야기도 오갔다.



"그래서 이웃 주민이 대신 신고해주는 케이스가 많았지. 옆집에서 애가 맞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애들 몸에 멍이 많아졌다거나 하면서."

"그러면 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생각이 맞을 수도 있겠네요."

"가능성 충분히 있지. 근데 일단 애들을 직접 만나봐야 확인할 텐데 어딜 간 거야 이 녀석들. 집에도 없고 엄마는 전화도 안 받고."



형제가 편의점에 오면 연락을 주겠다던 알바생은 저녁때가 지났음에도 소식이 없었다. 보통 5시에서 8시 사이에 저녁을 먹으러 왔다던 형제는 오늘도 편의점에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침 순찰 돌 시간이 다가온 동현은 같은 조 정환과 함께 나갈 채비를 했다.



"야 동현아, 돌아올 때 별일 없으면 치킨 포장 좀 해와라. 슬슬 출출할 때 됐다."



파출소를 나서려던 동현에게 파출소장이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 오늘은 자기가 쏘겠다는 그의 말에 모두가 환호했다. 두 손으로 카드를 받은 동현은 싱글벙글 웃으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동현과 정환은 칠복동 일대를 순찰하며 윤호와 윤우 형제로 보이는 아이들이 없는지 주의 깊게 살폈다. 학교로부터 제공받은 윤호의 사진을 토대로 지나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을 살폈으나 역시나 쉽지 않았다. 해가 이미 저문 데다가 밖에 나와있는 아이들도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윤호가 어린 동생과 늘 손을 잡고 다녔다고 하니 형제로 보이는 아이들을 찾으려고 했지만 좀처럼 눈에 띄는 법이 없었다.



동네 한 바퀴를 순찰할 동안 별다른 성과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제 슬슬 복귀하자는 정환의 말에 동현은 치킨집을 향해 경찰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평안 파출소의 단골 가게인 통통 치킨이었다.



"우리 통통 치킨 사장님 어쩌냐. 코로나 시기에도 겨우 살아남으셨는데 바로 앞에 저 가게 때문에 매출이 싹 내려갔다던데."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정환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동현이 평안 파출소로 발령받기 훨씬 전부터 파출소의 단골 가게였다던 통통 치킨은 사장님의 인심이 좋아 단골손님이 유독 많았다고 했다. 평안 파출소도 회식을 통통 치킨에서 할 정도로 단골이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회식을 안 한지도 꽤 되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거리두기 기준이 완화되었지만 최근 코로나가 재 유행되면서 예전처럼 자유로운 회식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매상을 올려주던 손님들이 줄어든 데다가 갑자기 맞은편에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들어왔으니, 사장님의 사정을 딱하게 생각하는 파출소 사람들은 사장님과의 의리라며 치킨 시켜먹는 날이면 꼭 통통 치킨을 고집했다.



경찰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성큼성큼 치킨집으로 걸어갔다. 길을 걷던 행인들이 두 사람을 힐끗 쳐다봤다. 동현은 아마 사람들이 저 치킨집에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해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단지 경찰들이 야식으로 먹을 치킨을 사러 간다는 걸 알면 김샐 거라고 생각하자 웃음이 피식 나왔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치킨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정환이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주방에서 나온 사장님은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냐며 두 사람을 반겼다. 인상이 푸근한 사장님과 정환이 안부를 주고받을 동안 동현은 메뉴판을 구경했다. 그러면서 테이블에 듬성듬성 앉아있는 손님들을 쭉 둘러봤다.



그러던 그때였다. 동현의 눈에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는 남자아이 두 명이 들어왔다.



"선배님 선배님, 저기 저 애들...!"



동현의 다급한 부름에 정환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동현이 가리킨 테이블을 보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번 주였나. 요 애들이 가게 앞에 한참을 서있길래 뭐 때문에 그러냐고 물어봤지. 근데 딱 보니까 알겠더라고. 치킨은 먹고 싶은데 돈이 없었던 거지."



정환이 구석에서 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사장님은 딱하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녁 장사를 준비하는데 웬 어린 남자아이 두 명이 가게 앞을 서성이길래 나가봤다고. 그때 화들짝 놀라며 도망가려는 아이들을 불러서 차분히 물었더니 형인 아이가 7천 원으로 치킨을 얼마큼 살 수 있는지 물었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며 아이가 내민 카드를 보고 형제가 결식아동이란 것을 눈치챘다고 한다.



차림새도 조금 지저분하고 한참 많이 먹고 클 나이에 삐쩍 마른 형제가 안쓰러웠던 사장님은 아이들에게 가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여 공짜로 치킨을 제공했다고 한다. 치킨이 나오기 무섭게 허겁지겁 먹고, 형이 동생을 먹이고 챙겨주는 모습이 짠하고 기특해서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얘들 보면서 옛날에 우리 애들 못 먹이고 키운 거 생각도 나고 여러모로 마음이 안 좋더라고. 그래서 저녁에 밥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라고 했지. 윤호가 또 착한 게 자꾸만 그 카드로 계산을 해달라는 거야. 근데 우리 가게는 그 카드 사용이 안되거든. 가맹점이 아니라서."



형제에게 밥값을 받을 생각이 없었던 사장님은 그 카드는 다른 곳에서 사용하고 나중에 훌륭한 어른이 되면 치킨 사 먹으러 오라며 아이들이 기죽지 않게끔 돌려 말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은 정환이 형제가 아동학대 피해 의심으로 신고된 상태라고 설명하자 사장님은 손바닥을 크게 맞부딪치며 야단을 떨었다.



"맞아 맞아. 아니 애들 팔다리에 멍이 많은 거야. 내가 어쩌다 이런 거냐고 물어봤는데, 처음엔 계속 말을 안 해주더니 나중에 그러더라고. 엄마가 때렸다고."

"아이들이 그랬습니까?"

"윤우가 그랬어. 바지에 오줌 쌌다고 엄마가 혼내면서 때렸다는데, 동생이 그 얘기를 하니까 형은 막 이야기하지 말라고 말리고..."



며칠 사이에 형제와 가까워진 사장님은 아이들의 엄마가 형제에게 밥도 해주지 않고, 매일 술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빠는 어디 있냐고 물었을 때 아빠는 미국에 갔다는 윤호의 대답을 듣고 부모가 이혼했으리라 짐작만 하고 있었다고 했다.



신체학대는 물론이고 방임과 정서학대 정황까지 알게 된 동현과 정환은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아이들을 집까지 데려다주면서 집안 상태를 확인하고 형제의 엄마까지 만나볼 계획이었다.



정환이 다가가자 밥을 먹던 아이들은 갑자기 다가온 경찰관을 보고 겁먹은 듯했다. 정환은 테이블 앞에 쭈그려 앉으며 아이들과의 눈높이를 맞췄다. 정환이 우리는 너희를 지켜주는 경찰 아저씨라고 소개하며 아이들을 안심시킬 동안 동현은 무전기로 파출소에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



"지금 밖이 많이 어두우니까, 아저씨들이 너희 집까지 데려다줄게. 혹시 윤우는 경찰차 좋아해? 우리 같이 경찰차 탈까?"



네 살배기 아들이 있는 정환은 확실히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잘 알았다. 정환이 부드럽게 묻는 말에 윤우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전에 팔다리에 난 상처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윤호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대답을 망설였다.



"아저씨들은 너희를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너희 같은 어린이를 지키는 게 경찰관이 하는 일이야."



정환에 비해 어린아이를 다를 줄 모르는 동현은 어설프게나마 정환의 말투를 따라 하며 윤호를 설득했다. 사장님도 옆에서 거들었다. 줄곧 눈치만 보던 윤호는 동현의 회유를 듣더니 마침대 두 팔과 다리를 내주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들의 팔과 다리 사진을 찍은 동현은 생각보다 심한 상처를 보고 조용히 탄식했다.



경찰차에 오르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얼굴로 바라보던 사장님은 내일은 더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줄 테니 꼭 오라며 형제에게 웃어줬다. 윤호는 사장님에게 고개 숙이며 인사했고, 윤우는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며 웃었다. 동현은 운전석에 오르기 전에 아이들에게 손 흔드는 사장님을 바라봤다. 그녀의 머리 위로 보이는 통통 치킨의 노란 간판이 유난히 빛나 보인다고 생각했다.








동현과 정환이 어느 오래된 빌라 반지하층에 있는 형제의 집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의 엄마는 식탁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난데없이 찾아온 경찰관을 보고 당황했던 그녀는 정환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은 경위를 설명하자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녀는 생활고로 인해 남편과의 불화가 커지면서 결국 이혼하게 됐고, 남은 삶에 대한 막막함을 술로 풀다 보니 알콜에 점점 의존하며 우울증까지 앓게 됐다고 진술했다. 아이들에게 밥도 해주지 못할 만큼 무기력해진 그녀는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식당 서빙 일을 하며 푼돈을 번다고 했다. 그런데 삶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보니 자식들의 작은 잘못에도 감정이 격해져 결국 아이들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학대를 당하던 형제는 엄마와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경찰 판단에 따라 당분간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돌보기로 했다. 또한 아이들의 엄마는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아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직업 훈련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훗날 아이들이 다시 엄마의 손에 맡겨졌을 때 같은 악몽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학대의 근본적인 원인인 생활고와 우울증을 해결해야 한다는 여성청소년 수사팀의 의견에 따라 이루어진 조치였다. 윤호와 윤우 형제도 매주 아동심리상담센터에 다니며 심리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사건이 한창 진행될 당시에 동현과 정환은 형제를 자주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놀아줬다. 그러다 아이들이 외할머니의 집으로 들어가고 윤호의 전학 처리까지 완료되면서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 형제와 정이 들어버린 동현은 웃는 모습이 참 순수하고 예쁜 두 아이가 이제는 아픔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자라길 바랐다.



그리고 동현은 이번 사건을 겪으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부모의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선 주변 이웃들의 관심도 정말 중요하지만, 학대의 원인에 초점을 맞춰 사회가 개선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되면 정도와 결과에만 집중하지 원인과 본질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가해자를 비난하고 벌 주기에 급급해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빈 술병이 나뒹굴던 허름한 반지하방. 그런 곳에서 부모에게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동현은 생각했다.



"이야, 통통 치킨 리뷰수 좀 봐. 장난 아닌데."



자리에 앉아있던 정환이 뿌듯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핸드폰을 동료들에게 보여줬다. 동현도 가까이 다가가서 핸드폰 화면에 띄워진 내용을 확인했다. 다름 아니라 배달어플에 등록된 통통 치킨의 리뷰수가 한 달 사이에 1,000건을 넘어선 것이었다. 맞은편에 생긴 프랜차이즈 치킨집에 한참 밀리던 통통 치킨이 소비자들에게 요즘 유행어로 '돈쭐'이 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였다.



형제를 치킨집에서 발견한 날, 가게에 들렀던 한 손님이 사장님과 경찰이 이야기하는걸 다 들었는지 동산구 맘 카페에 통통 치킨 사장님의 선행을 알리는 글이 올라오면서 소비자들의 돈쭐 행렬이 시작되었다. 심지어 그 글이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퍼지더니 동산구 주민들은 물론이고 타 지역 시민들까지 통통 치킨의 매출을 올려주는 사태를 만들었다. 덕분에 동현은 순찰을 돌 때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통통 치킨 사장님과 직원들을 보게 되곤 했다.



동현은 통통 치킨을 향한 소비자들의 돈쭐 행렬을 보며 지난 어느 날 정환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누군가의 선행은 타인에게 귀감이 될 거고, 그게 또 다른 선행을 만들어 낸다는 그 말을 이제야 온몸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동현은 아마도 이번 사건이 자신이 초임 시절에 겪은 일 중 가장 기억에 남으리라고 생각했다.



"김동현, 박정환 순경님 등기 왔습니다."



한창 졸릴 시간에 파출소를 찾아온 우체부는 동현에게 서류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받을만한 서류가 없었던 동현은 의아해하며 봉투를 받아 들었다.



무슨 서류냐며 옆으로 다가온 정환은 봉투를 보더니 함박웃음을 지었다. 동현 역시 발신인과 수신인 자리에 삐뚤빼뚤하게 적힌 글씨를 보고 미소 지었다. 서류봉투를 조심스레 뜯자 한 장의 A4용지가 동현의 손바닥으로 떨어졌다.



[경찰 아저씨 고맙습니다 -윤호, 윤우]



알록달록 여러 색깔의 크레파스로 쓴 글씨 옆에는 서툰 솜씨로 그린 경찰관 두 명이 있었다. 동현은 어린 형제가 보낸 선물을 감상하며 자신이 앞으로도 경찰을 해야 하는 이유를 가슴 깊이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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