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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수 Aug 27. 2023

아이들이 살기 힘든 나라 대한민국 ①

점점 줄어드는 소아과

<오픈런>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해당 매장이 오픈함과 동시에 달려간다는 뜻에서 오픈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그런데 명품매장, 브랜드 의류 매장, 음식점에만 해당될 줄 알았던 오픈런이 2023년 대한민국에서는 소아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창에 '소아과 오픈런'이라고 검색해 보면 관련 뉴스가 줄줄이 쏟아진다. 소아과 전문의와 지역별로 소아과 병원이 줄어드는 탓에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보호자들이 소아과 오픈시간보다 1시간에서 2시간 전, 심한 경우에는 새벽 2시부터 나와서 줄을 서서 대기표를 받는다고 한다. 오픈 시간에 맞춰서 오게 되면 최소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해고 운이 나쁘면 하루종일 기다려도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내 아이만 아픈 게 아니다 보니 소아과 앞은 새벽부터 대기줄 전쟁이다. 이 현상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이 아니라면 도통 모르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소아과 오픈런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아 청소년과 662개가 경영난으로 폐업했다고 한다. 줄어드는 출생률, 낮은 수가, 30년째 동결인 진료비, 악성 민원인이 대표적인 폐업 사유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아과 진료비는 동남아국가의 10분의 1일만큼 아주 저렴하다고 한다. 그러니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돈은 적게 버는 데다가 아이가 아프다 보니 예민해진 부모가 의사와 간호사를 상대로 폭행, 폭언, 고소를 남발하는 일이 잦아지니까 소아과가 줄줄이 폐업하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진료과목을 전환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소아과 줄폐업에 따른 소아과 오픈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인턴 및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결과 소아청소년과는 143명의 수요가 필요한데 지원자는 단 4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소아청소년과가 의사들에게 기피과라는 말이다. 현직에 있는 소청과 의사들조차도 다른 과로 전향하고 있는데 새로운 소청과 의사가 양산되지 않는다면 아픈 아이들은 점점 더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고 첫째 아이 때부터 이런 현실을 겪은 부부들은 둘째 계획은 엄두도 못 낼 것이 분명하다. 이러니 소아과의 줄지은 폐업은 결국 출생률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현재 소청과에 대한 투자가 전무하다시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각 직역 모두에게 소송 같은 위험은 줄이고 합당한 대가를 충분히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 강도에 비해 보수가 적은 일이라면 그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현재 소아청소년과에 근무하는 전문의들은 타과 의사들에 비해 적은 돈을 벌면서도 오로지 의사라는 사명감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잔병치레가 잦은 아이들을 치료하고 살려주는 훌륭한 일을 하는 분들에게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출생률 상승을 위해서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이 매우 시급하다.


소아과 폐업을 막기 위해선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소아과에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직업인으로서 존중해 주고 감사해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학교 선생님들과 소아과 의사 간호사를 상대로 한 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고소 남발 현상이 크게 이슈가 되었다. 악성 민원으로 인해 학교 선생님들과 소아과 의사 간호사들이 정신적으로 피로함을 호소하면서 현직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녀 문제로 화가 난다고 이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행사하고 고소를 남발하는 부모들 때문에 훗날 태어날 아이들이 진료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힘쓰는 그들을 부디 존경하고 존중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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