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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수 Sep 10. 2023

아이들이 살기 힘든 나라 대한민국 ③

노키즈존은 누구의 책임인가

간혹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살펴보면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는 걸 알 수 있다. 노키즈존은 'No Kids Zone'이라고 하여 아이를 동반한 손님은 입장할 수 없는 장소를 뜻한다. 주로 식당이나 카페에 노키즈존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카페에 갔다가 노키즈존 문구를 본 경험이 여럿 있다. 내가 본 노키즈존 카페의 공통점은 공간이 넓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난간이 없거나 계단 높이가 높은 곳이었다. 내 생각으로는 어린아이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넘어질 것을 우려해서 카페 주인이 노키즈존 공간을 따로 지정한 듯했다.


최근에는 해외 모 항공사에서 어른들만 탑승할 수 있는 노키즈존 좌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정 금액을 더 지불하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일 없는 좌석에서 편안하게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도 몇 년 전 해외여행에 갔다가 돌아오는 새벽비행기에서 갓난아이가 4시간 내내 큰소리로 울어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아이의 울음소리로 잠을 이루지 못한 승객이 많았는데, 아이를 달래며 몇 시간 내내 쩔쩔매던 아이 엄마와 승무원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서 그냥 내가 억지로 울음 소리를 참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 항공사처럼 교통수단에서까지 노키즈존을 만들어버리면 자본주의 사회의 논리에 의거해 어린아이와 아이를 가진 부모들을 배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키즈존은 찬성과 반대 입장이 매우 뚜렷한 편이다. 두 입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우선 노키즈존이 생겨나는 이유에 대해서 먼저 짚어보자.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입장인 사람 중엔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다. 특히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인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상천외한 에피소드가 참 많다. 예를 들면 음식을 먹는 장소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똥기저귀를 식탁 위에 버려두고 간다거나, 음료 컵이나 페트병에 아이의 소변을 받아 버려두고 간다거나, 아이가 뛰어다니다가 종업원이나 식탁에 부딪쳐 다쳤는데 사장더러 책임을 지라고 우긴다거나, 애견 카페인 경우 아이들이 강아지를 함부로 대하고 먹으면 안 될 간식을 주는데도 부모들이 제재를 하지 않는다거나.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생기다 보니 참다못한 자영업자들이 매출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노키즈존을 시행한다는 거다. 아이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가게가 입게 되는 피해를 고스란히 점주가 떠안게 되는 구조라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은 노키즈존 찬성 입장을 고수하는 편이다.


노키즈존을 반대하는 입장은 노키즈존이 아동혐오에 일조하는 일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약자인 아동을 특정 장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동의 권리와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노키즈존은 명백한 약자 차별이라는 것이다. 나도 이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아이들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약자인 것이고 따라서 어른들의 보호와 가르침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아이들더러 어른의 잣대를 들이밀며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노키즈존이 없어져야 할 사회적 문제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렇다면 노키즈존 시행 여부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자영업자를 보호하고 아이들의 권리와 자유는 보장될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부모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어린 자녀를 올바르게 케어하고 가르치는 것이다. 앞서 여러 에피소드를 설명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식당, 카페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테이블 위에 기저귀를 그대로 버리고 가는 행위를 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은 편이다. 이 행위는 식당을 함께 이용하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남의 아이의 똥기저귀를 치워야 하는 가게한테도 매우 민폐를 끼치는 행동이다. 또한 위험한 가구나 조형물이 많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데도 제재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도 부모의 잘못이다. 타인과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는 뛰어다니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칠 뿐만이 아니라 자녀가 다치지 않게 항상 예의주시하는 것은 가게가 아니라 부모가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다.


"왜 우리 애 기를 죽이고 그래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많이 사용하는 밈(Meme)중 하나가 바로 이 문장이다. 이는 어린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타인이 아이를 혼내면 그 아이의 부모가 왜 남의 자식을 혼내냐고 되려 역정을 내는 상황을 풍자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거나 옳지 않은 행위를 할 경우 주변의 다른 어른이 야단을 치고 가르치는 일이 흔했다. 그 시대의 부모도 자녀의 잘못을 인정하고 주변인들에게 사과하는 일이 당연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아이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키우는 부모가 많다 보니 내가 모르는 타인이 내 자녀를 지적하면 아이가 상처받을 걸 우려해 되려 부모가 화를 내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가 잘못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자녀를 야단치기보단 자녀를 야단친 사람한테 더 반감을 나타내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자녀를 무조건적으로 감싸고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게 올바른 훈육 방법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어린아이는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도 저지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잘 가르쳐야 잘못과 잘못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기고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내 아이의 감정만 우선시해서 아이의 잘못을 눈감아줄 게 아니라 잘못은 단호하고 명확히 지적하되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끔 훈육을 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만약 부모가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를 올바르게 훈육하는 분위기가 당연해진다면 식을 줄 모르는 뜨거운 감자인 노키즈존 찬반 논쟁도 언젠간 사라지지 않을까.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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