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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수 Sep 18. 2023

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②

끊임없는 경쟁사회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낮추는 요인 중 하나로 대한민국 특유의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꼽힌다. 우리나라는 어린아이들로 하여금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뛰어들도록 유도한다. 사교육비에 관한 파트에서 설명했듯이 영유아 아이들은 알파벳을 외우고 시험을 봐서 영어유치원에 들어간다. 아이의 뜻에 따라서가 아닌 부모의 욕심으로부터 어린아이들이 몇십대, 몇백대 1에 달하는 경쟁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유치원을 졸업하면 초등학생이 되는데 이것도 학원 관련 파트에서 말했듯 아이들은 예체능을 비롯해 주요 과목 선행학습을 위한 학원에도 다닌다. 한참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딱딱한 의자에 앉아 영어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중학생이 되면? 그나마 취미로 했던 예체능 학원은 때려치우고 주요 과목 공부에 매진한다. 좋은 성적을 받아서 좋은 대학을 잘 보내기로 유명한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같은 학년 아이들과 경쟁해서 내신점수를 잘 받아야 하고 전국 아이들과 경쟁해서 모의고사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 그렇게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수능까지 무사히 치러야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만 가면 끝인가? 아니다. 경쟁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명문대 기준 전국에서 성적으로는 내로라하는 아이들이 모인 대학에서 또다시 학과별로 점수와 등수가 매겨진다. 이때 받는 시험 성적이 훗날 취업을 할 때 승패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경쟁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대학생들은 노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아껴서 학업에 매진하고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와 대외활동까지 성실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졸업할 때가 되었다. 이미 또래보다 많은 준비를 마친 학생이라면 일찍 졸업하거나 조기취업에 성공한다.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 때 받아온 성적과 그동안 따놓은 자격증과 각종 대외활동 경력을 내세워 취업시장에 내던져진다. 여태껏 취업을 위해 숨 가쁘게 살아왔는데 고작 중소기업 취업에 만족할 수 있을까? 대부분 안정적이고 복지혜택이 좋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노리기 때문에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두드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여기까지 읽는데 기분이 어땠는가. 숨이 막히지 않는가? 영유아시절부터 경쟁사회에 발을 들인 아이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는 내내 또래와 경쟁을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취업시장에 내몰려 수많은 젊은이들과 경쟁한다. 취업에 성공한다고 끝이 아니다. 승진을 하기 위해선 다른 동료들보다 일을 잘해야 하고 시험을 봐야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네의 인생은 경쟁 경쟁 또 경쟁의 연속인 셈이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보충학습과 야간자율학습까지 합쳐 주에 약 55시간. 직장인이 주에 40시간을 일하는 것보다 무려 15시간을 더 학교에서 보내는 셈이다. 직장인들은 주 40시간을 일하는 것도 힘들어서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학교에 갇혀 꼼짝없이 55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종 과외,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합치면 잠자는 시간 빼고는 공부만 하면서 사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즉, 쉴 시간이 없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필자도 고등학생 때 아침 8시에 등교를 해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1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한 다음에 집에 돌아왔다. 이 생활을 고등학교 내내 반복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돈을 준다 해도 못할 일과다. 성인한테 돈을 준다고 해도 못할 일과를 지금도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묵묵히 해내며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나는 청소년들에게 경쟁을 부추기는 이 사회분위기가 맞는 건지 의문을 가진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전반적인 생각은 나중에 행복하려면 성공해야하고 성공하려면 좋은 직장에 다녀야 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려면 좋은 대학에 나와야 하고 좋은 대학에 가려면 고등학교 때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어려서부터 선행학습과 복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성공을 운운하며 높은 학업 성과를 요구하고 기대했다. 하지만 성공을 해야 행복하다는데 과연 이 과정을 거친 청소년들은 훗날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과만 좋으면 무얼 하나. 그 과정이 숨 막히고 지옥 같았을 뿐인데.


우리나라 아이들은 하나도 행복하지 않다. 어른들은 그걸 알아야 한다. 아이를 낳으려면 적어도 이 나라가 아이들을 위한 나라인지,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돈이 많은 가정이라고 해서 태어난 아이들이 모두 행복한 건 아니다. 돈이 있든 없든 우리 아이들은 또래와 경쟁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 변함없기에.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가 사라지기 전까진 이 숨 막히는 경쟁을 하면서 살아온 어른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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