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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기헌 Oct 27. 2023

들려주고픈 별의 이야기

곧게 뻗은 고속도로와 가을의 절경이 제법 어우러진다. 산새는 청아하고, 능선을 뒤덮은 단풍은 우수에 젖어보인다. 두시간여를 달려 강원도 어딘가에 도착해 볼 일을 보고, 작은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한잔 마셨더랬다. 새로운 환경은 언제나 새로운 기분을 들게 하는데, 처음 찾은 도시도 언제나 그런 기분을 들게한다.


가게나 집에 혼자 처박혀 있을 때와는 또다른 기분도 든다. 새로운 환경으로의 움직임에 따른 반향인가보다. 신선한 공기의 마찰과 차창 너머로 움직이는 사람들로부터 그리움을 담기도 한다.


잊고 있었던 걸까. 그리운 그 시절에 함께 듣던 노래들. 다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그 노래들을 다시 들어보았다. 그리움을 담아.


서너시간을 혼자 운전하다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 잊기 싫은 생각이 문득 들때면 휴게소에 들러 휴대폰에 간단히 메모를 해둔다.  


'괜찮은 걸까, 난 이대로 잘 하고 있나' 오늘은 이렇게 한 줄 메모를 해뒀다.


노을이 질 무렵 다시 내가 살고있는, 내 고향 안동에 다다랐다. 낮이 짧아져 6시도 되기전에 금세 땅거미가 졌다. 낮잠을 실컷 잔 별들은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하고, 달은 노란색으로 선명해져 이내 우리 지구별에 월광을 비출 준비를 끝마쳤다.


딱 이 맘 즈음엔, 밤하늘에 밝은 별 2개가 또렷이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별이 아니라 행성인데, 바로 목성과 토성이다. 지금도 밤하늘을 보면 아주 또렷이 보인다. 그 옛날 갈릴레이가 발견한 목성의 위성인 칼리스토, 가리메데, 유로파, 이오까지 희미하게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신비로운지 모르겠다.


이제 그럴 확률은 제로에 수렴 되었지만, 나도 딸아이가 있다면 밤하늘을 보며 별의 이야기들을 무수히 들려주고 싶단 생각이 든다. 특히 오늘처럼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밤이면 그런 마음이 곱절이 되곤 한다.


나의 딸, 혹은 나의 아들, 이 세상에서 딱 한번만 마주할 수 있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처럼 이렇게나 못났을까, 아니면 나와는 정반대로 착하고 기특한 아이들일까. 이 광활한 우주 속 무한한 시간 속에서 나의 아이들과 같은 시간, 같은 행성 위에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일까.


영겁의 시간이 흘러간다.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서의 시간도 얼마남지 않았다. 밤공기가 차다.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제 멋대로인 내 곁에서 인내하고 머물러 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못다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하늘에선 별들이 왈츠를 추고, 우리들은 삼겹살을 굽는, 그런 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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